작성일 : 25-05-28 11:30
불평등 제도화 시도를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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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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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대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 후보들이 내놓은 노동 및 임금 정책을 보면 ‘공정’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공정’은 청년과 저임금 노동자, 그리고 지역사회에 불안과 불평등만을 안기는 허울뿐인 구호임을 확인할 수 있다.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는 저임금 고착화의 길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내놓은 ‘지방자치단체별 최저임금 위임’ 공약은 불평등을 제도화하는 대표적 사례다. 이 후보는 “같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공정한 지역 맞춤형 임금시대”를 이야기하지만, 이는 최저임금 제도의 본질을 훼손하고 지역 간 격차와 저임금 구조를 고착하는 퇴행적 정책일 뿐이다.
최저임금은 모든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다. 이미 대다수 지자체가 생활임금을 최저임금보다 높게 책정하고 있는 현실에서, 물가상승률과 수도권의 높은 주거비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책 없이 임금을 낮추는 방향의 지역별 차등화는 청년과 저임금 노동자에게 생계 위협을 전가하는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실제로 지방의 많은 청년노동자들은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며, 차등적용이 도입될 경우 저임금 노동환경은 더욱 악화할 것이다.
한국은 이미 고용구조의 불안정, 기업규모별 임금격차, 지방소멸 등 복합 위기를 겪고 있다. 기업규모별 임금격차가 50%에 달하는 상황에서, 지역별 임금격차까지 제도화한다면 구조적 차별만 더욱 심화될 것이다.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은 임금격차 해소와 소득분배 개선에 있으며, 이는 최저임금법 1조에도 명시된 사회적 합의다.
최저임금의 차등적용 논의보다 오히려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최저임금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 헌법은 적정임금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800만 ‘3.3 프리랜서’ 노동자는 헌법적 권리 밖에 놓여 있다.
임금체계 개편, ‘공정’이 아니라 ‘불안’만
개혁신당과 함께 국민의힘이 내세운 ‘성과급 중심 임금체계’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공정한 임금체계를 만들겠다며 “일 잘하는 김 대리가 김 부장보다 더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언뜻 보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청년노동자의 현실과 일터의 구조를 외면한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
성과 중심 임금체계는 다원화된 사회의 다양한 노동의 가치를 배제하고, 단기 실적과 경쟁만을 부추긴다. 그 결과 청년노동자들은 번아웃과 이직에 시달리며, 조직 내에서 성장할 기회도 박탈당한다. 임금체계가 없는 중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성과 중심 임금체계가 오히려 저임금과 불안정 노동을 늘릴 위험이 크다. 그 결과 노동의 가치는 왜곡되고 임금 불평등과 고용불안이 심화된다.
또 임금체계가 없는 중소규모 사업장에 합의가능한 임금 수준을 높여낼 수 있는 안전망이 없는 가운데 성과 중심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청년노동자들에게 더 큰 불안과 스트레스, 그리고 ‘성과’에 실패했을 때의 책임 전가만 떠안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실현과 사회의 불평등과 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한 조치다. 기업 내부의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수단이 아닌 사회 전체, 특히 하층에 위치한 노동자를 보호하고 임금 상향을 위한 사회적 장치말이다.
진정한 ‘공정’은 사회적 연대와 안전망 강화에서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불평등을 제도화하려는 시도를 단호히 거부한다. 저임금 경쟁이나 성과 경쟁이 아니라, 지역의 공공 인프라 확충과 질 좋은 일자리 창출, 노동권 보장 등 사회적 안전망 강화를 요구한다. 최저임금의 전국 단일 적용은 그 최소한의 기준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역 간 격차를 줄이고, 어디에 살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정책이다. 청년의 임금은 계산서가 아니라 존엄이다. 정치권은 재계의 요구가 아닌, 청년노동자들의 삶 가운데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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