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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5-30 15:25
교육개혁은 노동시장 불평등 해소와 병행돼야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85  
최근 조기 대선을 앞두고 교육제도 개혁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 중 상징적인 것이 ‘서울대 10개 만들기’라 할 수 있다. 물론 서울대를 정점으로 고착화된 한국사회의 대학 서열화 및 학벌구조는 이미 오랜 기간 해소돼할 문제로 논의돼 왔던 지점이기에 크게 새로울 것은 없다.

과도한 입시경쟁과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학생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수능 비중을 축소하고 내신 반영 비율을 확대하기도 했으며,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다양한 활동 경험과 생활기록부를 입시에 반영하는 등 여러 시도가 이어져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울권 대학을 중심으로 한 대학 서열화와 학벌구조는 오히려 공고해지는 모습을 보이며, 오히려 부모의 경제적 역량에 따른 격차가 심화하는 경향까지 확인되고 있다.

필자는 입시경쟁의 근본적인 원인이 노동시장의 불평등에 있으며, 노동시장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 제도 자체만의 개혁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국사회 교육 문제로 이야기되는 서열화 문제는 결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불평등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오늘날 교육은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목표가 됐으며, 오로지 입시가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입시 경쟁의 궁극적 목표는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좋은 일자리'의 개념은 결국 사회적으로 결정된다. 한국 사회에서 '좋은 일자리'란 무엇인가. 대기업·공기업·금융권·전문직과 같이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고 임금 수준이 높으며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는 일자리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자리는 제한적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비정규직·중소기업·플랫폼 노동 등 상대적으로 불안정하고 저임금의 일자리로 내몰린다. 즉 노동시장이 1차 시장(양질의 안정적 일자리)과 2차 시장(불안정 저임금 일자리)으로 위계화된 노동시장 구조가 교육 경쟁의 본질적 원인이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핵심이자 교육 경쟁을 격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약 67% 수준에 불과하며, 단순한 임금 격차를 넘어선 고용 불안정성, 사회보험 가입률 격차, 복리후생 차별 등 복합적 차별 구조로 이어진다. 이러한 비정규직 차별은 사람들에게 ‘정규직 일자리’를 얻기 위한 무한경쟁으로 내몰리게 한다. 단편적으로 고졸 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대졸 이상 노동자의 두 배에 달하며, 이는 ‘대학 진학→명문대 입학→대기업 정규직 취업’이라는 일련의 경로가 사회적으로 구조화된 생존 전략이 되도록 만든다. “학벌이 좋아야 정규직으로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회적 인식이 입시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구조 속에서 아무리 입시제도를 개혁하고, 대학을 평준화해도 노동시장의 불평등과 서열화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어떤 방식으로든 줄서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결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첫째, 동일한 가치를 창출하는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한 보상이 제도적으로 의무화되고 강화되어야 한다. 둘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 ‘같은 일, 다른 대우’로 요약되는 비정규직 차별은 사회 불평등의 핵심 요소이다.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의 한계를 넘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제화하고, 상시·지속업무에 대한 정규직 고용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간접고용과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도 시급하다.

셋째, 특정 직종의 과도한 진입장벽과 독점적 지위를 완화해 직종 간 보상 수준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의 사례는 노동시장의 평등성이 높을수록 교육의 서열화와 경쟁이 완화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래 세대가 자신의 적성과 관심사에 따라 배움의 길을 선택하고, 그 배움이 직업 세계에서도 공정하게 평가받는 사회. 명문대 졸업장이 아닌 개인의 역량과 노력이 인정받는 사회. 그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 개혁과 노동시장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교육만의 문제로, 또는 노동시장만의 문제로 접근하는 단편적 시각에서 벗어나 두 영역의 상호연관성을 인식하고 통합적 접근을 시도해야 할 때다.

이찬우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국장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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