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5-30 15:26
통계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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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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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29일자 1면엔 ‘출생아 수 1년새 7.4%(1분기) 늘어…증가폭 역대 최대’라는 제목의 3단 기사가 실렸다. 이날 여러 언론이 앞다퉈 이런 식으로 보도했다. ‘역대 최대’라는 제목만 보면 우리나라가 초저출산 국가의 오명을 벗고 인구가 늘어나는 나라로 변신했다는 느낌을 줄 만큼 강렬하다.
이 통계청발 기사는 올 1분기(1~3월)에 태어난 출생아 수가 6만5천22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4%(4천455명) 늘었다는 팩트 하나만 내세웠다. 1분기 기준 출생아가 전년보다 늘어난 건 2015년 이후 처음이고, 전년도 1분기와 비교한 증가율 ‘7.4%’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1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라는 것이다.
이 기사는 사실을 보도했지만, 진실은 아니다. 한국은 여전히 출산 파업이라 부를 만큼 아이 낳지 않는 사회다. 이래서 통계기사는 독자를 현란하게 유혹한다. 출생 통계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진실은 금세 드러난다.
코로나19 영향이 없었던 2019년 출생아는 30만 명이었다(이하 천 단위는 반올림). 이후 펜데믹 광풍이 불어 해마다 출생아는 줄었다. 2020년 27만명, 2021년 26만명, 2022년 25만명, 2023년 23만명으로 바닥을 쳤다. 코로나 영향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2024년에는 24만명으로 출생아 수는 찔끔 올랐다. 올 1분기에 6만5천22명이 태어났으니, 이 추세로 가면 올해 출생아는 26만명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출생아 수는 이제 겨우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10년 전인 2015년에는 44만명이 태어났는데 현재 기준 절반으로 줄었다. 30년 전인 1995년 72만명과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1959~1971년까지 출생아는 1965년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100만명이 넘었다.
해방 이후 연간 출생아 수는 1~3차 베이비 붐과 에코붐 등 여러 변수에 영향을 받았지만, 연간 30만 명 미만으로 떨어진 최근 5년의 출산 절벽은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 고작 4~5년치 통계로 ‘역대 최대’라는 요란한 수식어를 붙이는 언론이 있는 한 저출산 극복은 난망하다.
대선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오른 보수진영 단일화 효과를 분석한 언론 보도도 통계를 자의로 해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조선일보는 지난 24일 1면에 ‘이재명 45% < 김문수 36%+이준석 10%’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김·이 후보 지지도 합(46%)은 갤럽 정기 조사에선 처음으로 오차 범위 안이지만 이재명 후보 지지도(45%)를 넘어섰다”고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단일화하면 이재명 후보를 앞선다는 이 제목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줄 조선일보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범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결집하고 있다”는 표현으로 단일화 압박과 보수 결집을 염원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5면에 ‘김문수(로) 단일화땐 李지지 56% 이탈, 이준석땐 金지지 28% 이탈’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김·이 두 보수후보가 단일화해도 그 표가 그대로 합쳐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를 지지하는 표심이 단일화 후보에게 모두 흡수되지 못하고 분산”된다는 여러 여론조사 분석 결과를 짚었다.
양자대결을 가정한 여론조사 결과치가 나와 있는데도, ‘45<36+10’이라고 제목 다는 조선일보는 참 용감하다. 그러나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동아일보 보도가 현실에 가깝다는 걸 다 안다.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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