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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6-02 08:04
문재인의 근로감독관 1천명 증원이 실패한 이유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41  
이재명 대선후보가 ‘노동경찰’ 공약을 다시 내세웠다. ‘근로감독체제(labour inspection system)’를 강화하자는 접근법에 이견은 없다. 하지만 노동경찰 공약이 단순히 근로감독관 증원을 뜻한다면 반대한다.

국제노동기구(ILO)가 권장하는 근로감독관수는 노동자 1만명당 1명이다. 2017년까지 2천명에 못 미치던 우리나라 근로감독관수는 문재인 정권 때 거의 1천명이 늘어 3천명에 육박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최상위권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문 정권 때의 근로감독관 증원이 노동현장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상 최고의 임금체불액은 근로감독 실패와 문 정권 노동정책 실패를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근로감독은 영어로 labour inspection이다. 노동 (보호)를 위한 감시다. 일본에서는 노동기준법이라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근로기준법이라 한다. 재미난 점은 두 법 모두 영어로 Labour Standards Act이라는 점이다. 일제 노동통제의 일환으로 등장한 ‘근로’라는 말은 일본에서는 거의 사라졌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살아남아 노동정책과 행정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가 근로감독관이라 번역하는 labour inspector를 일본에서는 ‘노동기준감독관’이라 한다. 근로감독이라는 말에서 한국의 근로감독관은 노동자를 보호하기보다 노동자들이 ‘근로(work)’를 잘하는지 감시하는 느낌을 가진다. 반면에 일본의 노동기준감독관이라는 말에서는 그 역할이 일터에서 노동기준이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감시하는 것임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1947년 채택된 ‘근로감독 협약’ 81호는 한국 정부가 비준한 최초의 ILO 협약이다. 1992년 노태우 정권이 비준한 81호는 ‘근로감독의 기능’을 “(가) 근로시간·임금·안전·건강 및 복지·아동 및 연소자의 고용·그 밖의 관련사항에 관한 규정 등 근로조건 및 작업 중인 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규정을 근로감독관의 권한 범위 안에서 집행하도록 확보하는 것, (나) 사용자 및 근로자에게 법규정을 준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에 관해 기술적 정보 및 조언을 제공하는 것, (다) 현행 법규정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아니한 흠결 또는 폐해에 관해 권한 있는 기관에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국가법령정보센터 번역본)”으로 규정한다.

협약 81호가 말하는 ‘근로감독관의 기능’에는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한 것이 없는데도, 문재인 정권이 늘린 1천명의 근로감독관은 공장과 사무실을 방문해 노동기준과 산업안전을 챙기지 않았다. 오히려 (문재인 정권의 업보로 탄생한) 윤석열 정권하에서 회계장부를 뒤질 목적으로 노조를 찾아가서는 ‘결사의 자유 협약’ 87호에서 보장한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단체교섭권 협약’ 98호에서 금지한 ‘반노조차별 행위’를 일삼았다.

협약 81호는 ‘근로감독관의 권한’으로 “(가) 감독대상인 사업장에 주야 어느 시간이든 예고 없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권한, (나) 감독대상으로 인정할 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는 건물에 주간에 출입할 수 있는 권한, (다) 법규정의 엄격한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조사·검사 또는 신문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근로감독에 관한 법적 근거가 되는 근로기준법 어디에도 81호가 명시한 근로감독관의 권한은 찾아볼 수 없다.

이재명의 노동경찰 공약이 문 정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그 중심이 근로감독관 증대에 맞춰져선 안 된다. 한국의 근로감독관수는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안전감독관 역할을 할 수 있는 안전보건공단 인력도 2천명이 넘는다. 또한 근로감독관을 도와 현장을 점검하는 안전대행기관과 보건대행기관 종사자도 수천 명에 이른다. 엄청난 인력이 이미 존재하고, 세계적으로 가장 촘촘한 산업안전보건법에다가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까지 법령도 충분하다. 정부와 사용자가 들이는 예산도 엄청나다. 그런데도 한국의 산재사망률과 임금체불액은 OECD 최고 수준이다.

이재명의 노동경찰 공약이 협약 81호의 취지인 근로감독체제를 확립하는데 기여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권 때 늘어난 1천명의 근로감독관들이 실제 무슨 일을 해 왔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협약 81호가 명시한 ‘근로감독체제의 기능’과 ‘근로감독관의 권한’을 근로기준법의 근로감독관 관련 장(11장)에 못 박아야 한다.

현 시기 한국 근로감독체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근로감독관 부족이 아니다. ‘근로감독체제의 기능’과 ‘근로감독관의 권한’을 위한 법률적 근거가 부실하고 제도적 장치가 취약하다는 점이 문제다. 무엇보다 근로감독을 위한 구슬이 서 말 이상임에도 일부러 꿰지 않는 고용노동부 관료들의 ‘사보타지’가 진짜 문제다.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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