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6-09 07:36
“준비할 수 없었던 대선, 배제하지 않는 길 필요했다”[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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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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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여는 민주노총이 길을 잃었다며 조롱받았다. 12·3 내란사태 뒤 가장 안전했던 광장을 담보했던 민주노총의 깃발은 대선광장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선명한 진보정치와 현실적 정치참여를 놓고 그렇게 민주노총은 깃발을 놓쳤다. 선거는 끝났지만 민주노총 내부 논쟁은 다시 시작이다. <매일노동뉴스>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양경수(49·사진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났다.
“권영국 지지는 논의 과정 몰각한 회피”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최종국면에서까지 권영국 전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하지 않은 이유는.
“개인적으로 권 전 후보 지지가 옳다고 본다. 논의를 시간순으로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선후보와 권 전 후보를 같이 지지할 거냐, 권 전 후보까지만 할 것이냐로 이행해 권 전 후보를 지지하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은 했다. 그러나 종국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반추해야 한다. (그 국면에서 권 전 후보 지지는) 상층 간부들의 자족이다. 현장에 대한 아무런 조직력과 침투력을 가질 수 없었다. 선거방침의 의미는 범위가 아니라 내용이다. 권영국·김재연·이재명을 막론하고 ‘사회대개혁과 내란세력 척결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 진보정치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란 끝에 (합의가) 안 되니까 권 전 후보라도 지지하자고 결론짓는 것은 논의의 과정과 의미를 몰각하는 것으로 적절하지 않았다. 편의적으로 권 전 후보를 지지할 수 있지만 그야말로 편의적 지지에 불과하다. 논쟁이 더 필요하다. 정치세력화 논의를 재점화해야 한다. 진보정치의 단결과 도약을 위해 민주노총 내에서 논의하고 대립할 것이다. 누가 누구를 제압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발 딛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갖고 있는 다른 인식을 이야기하고 논쟁하면서 조각을 맞춰 가면서, 대중의 의사가 뭔지 확인하고 검토하고 방향과 지향을 논의하고 도모하는 게 필요하다.”
- 그렇다면 집행부는 이번 대선을 어떻게 정의했나.
“선거 결과를 놓고 보면 윤석열과 내란에 대한 국민적 심판으로 귀결한다. 1997년 이후 최대 투표율, (당선인의) 최다 득표로 드러났다. 유권자는 바라던 정부의 모습과 윤석열의 잘못을 동시에 짚었다.
이번 선거는 민주노총이 준비한 선거가 아니다. 12·3 내란사태로 갑자기 발생한 조건이었다. 대선 이후를 도모할 수 있는 대선이 돼야 한다고 봤다. 또 지난해 4월 22대 총선을 지나면서 조직 내에 많은 갈등이 있었다. 내부가 분열하는 상황이 대선 이후 초래돼선 안 된다는 고민이 컸다. (윤석열 파면 이후 대선 기간이) 시기적으로도 짧아 대선 이후 민주노총과 우리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를 고민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봤다.”
- 연대연합으로 요약되는 집행부안을 설명해 달라.
“민주당을 위한 안이 아니다. 진보정당과 민주당 모두를 지지하는 안이었다. 조직 내의 다양한 의견을 모두 보장하고 반영하는 의미를 담았다. 선거방침을 둘러싼 논쟁은 평면적이지 않다. 진보정치의 도약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진보정당 후보가 출마해 진보정치의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이번 대선을 통해 결선투표제나 비례대표성 강화, 교섭단체 설립 요건 완화 같은 제도 개선으로 진보정당의 토대를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 사회대개혁 관점에선 진보정당이 우리 이야기를 선명하게 대변해야 한다는 의견과 민주당의 중도보수 우경화를 견제하고 개혁적 의제 수용을 강제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이런 가운데 한쪽을 선택하는 것은 다른 입장을 배제하는 것으로 적절하지 않았다. 가치와 목표지향이 다른 게 아니라면 다양성을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고민했다.”
“사무총장 사퇴, 위원장으로서 책임 통감”
- 중앙집행위원회 회의가 치열했다.
“첫 번째 중집은 방침을 정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냈다. 앞선 의견들이 대립했다. 이후 김재연 진보당 전 대선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해 권영국 전 후보 지지 여부를 판단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러나 사실은 앞선 회의와 비교해 조건의 변화가 크지 않았다. 김 전 후보의 사퇴는 첫 회의 당시 이미 예견됐고 이를 감안한 논의가 있었다. 결국 두 번째 중집은 결국 상황 변화가 없는 가운데 다시 같은 논쟁을 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의견과, 홀로 남은 진보정당 후보 지지 선언조차 못하느냐는 주장이 대립했다. 논의가 종결하지 못해 세 번째 중집을 열었는데 마찬가지였고 결과적으로 표결까지 요구됐다.
개인적으로 민주노총 중집이 표결로 입장을 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왔다. 실제 처음 당선된 뒤 의사봉을 없앴다. 그런데 이처럼 중차대한 정치적 결정을 표결로 묻는 것, 그것도 입장이 49 대 51 수준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표결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중집에 호소했다. 그럼에도 표결을 위한 표결을 하자는 요구까지 나와 표결했다. 더 이상 회의가 공전해선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 사무총장 사퇴가 논란을 증폭했다. 사전에 공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장이 사무총장의 입장을 대변하기 어렵다. 사무총장 거취 문제에 대한 정치적이고 도의적인 포괄적 책임을 위원장이 지는 것이 타당하다는 말 외에 할 수 있는 말이 제한적이다. 그래서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 대해서도 누군가는 책임을 회피한다고 지적하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위원장 책임이 크다는 점을 인정한다. 정치적 견해의 차이건 과정의 문제건 대중조직의 위원장과 사무총장이 원활치 못했다. 사무총장은 대선 때문이 아니라는 입장을 사적으로나 공식석상에서나 동일하게 했다. 세간의 추측은 가능하지만 위원장이 추측을 전제로 입장을 내기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정말 답답했다.”
“민주당과 정책협약, 대정부투쟁 프레임 전환 가능했을 것”
- 민주당과의 정책협약 추진도 돌출적인 갈등을 낳았다.
“우선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대목이 있다. 애초 민주노총 중집은 민주노동당·진보당과 민주당에 모두 노동기본권 영역을 특화한 정책협약을 추진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당은 모두 수용했고 민주당은 수정의견을 회신했다. 민주당과 조율 과정에서 요구가 후퇴했다는 세간의 인식이 있는데, 수정의견 회신 이후 민주노총이 다시 민주당과 의견을 조율한 사실이 없다. 사무총장 사퇴가 겹쳤고 대선방침 논의가 진행되면서 정책협약 추진이 철회됐다.
정책협약을 둘러싸고 당시 민주노총 중집에서는 왜 사회공공성 의제와 사회대개혁 의제 16개 모두에 대한 협약을 추진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결과적으로 민주당과는 안 된다는 의견, 일부를 조율해 정책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의견, 16개 의제를 모두 원안 통과해야만 협약이 가능하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이 과정에서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았다.
아깝다는 생각이 있다. 당시 민주당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 추정조항을 수용한다고 했고, 초기업교섭 제도화도 받겠다고 했다. 작업중지권 보장 강화도 수용하고 공공부문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 사용제한도 수용했다. 교사·공무원의 업무시간 외 정치기본권 보장도 받아들였다. 다만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은 노력하겠다며, 사실상 못 받는다는 입장을 가져왔다. 의제별 수준차는 있지만 의미 있는 수준의 협약이라고 봤다. 시민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컸을 걸로 본다.
이를 체결했다면 이후 민주당 정부 출범 뒤, 보다 명분을 갖고 투쟁에 나설 수 있다. 예컨대 ‘민주당이 약속했는데 지키지 않았다’고 하면 여론의 호응도 이끌 수 있다. 민주노총의 투쟁이 시민에게 효능감을 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민주당 정부 초기부터 파업하고 흔든다는 맥락 없는 비판 프레임을 깰 수 있다. 그러나 중집 논의가 치열했고 내부 분란을 만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봐 중지했다.”
“집행 담보할 수 있는 안 마련 위해 논쟁 지속돼야”
- 정파 갈등이 집행력 없는 상층부 다툼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집행력을 담보할 수 없으니 논의할 수 없다고 할 게 아니라 집행을 담보할 수 있는 안을 마련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이런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집행을 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사회지향과 민주노총의 지향을 선명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면, 민주노총이 제도를 바꿔 진보정치의 토대를 만들어야 힘도 갖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조합원의 의사도 존중해 대중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집행부 입장은 그래서 누군가를 배제하는 방식은 아니어야 하고, 합의를 이룰 수 있을 때까지 고민과 논의를 거듭해야 한다는 것이다.”
- 그 부문에서 정파 간 입장 차가 크지 않나.
“노동운동의 노선적 논쟁은 지속된다. 다만 그 역시 87년 체제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다. 단결해서 도덕성 원칙을 지키고 이를 명분으로 정당성을 담보해 투쟁하는 것이 그간 과정이었다. 그러나 유효할까. 민주노총은 내셔널센터로의 역할도 주문받고 있다. 총파업으로 외화하는, 사회정치적 시의성을 갖고 대중적 집중력을 만드는 투쟁이 강조된 그간과 비교해 정책기능을 강화하고 사회적 메시지와 대국민 메시지의 영향력을 키우는 활동도 요구받는다. 이런 과정에서 어렵고 힘든 약자들을 위해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대변자로 활동가 스스로를 규정하는 것이 현실적인지 의문을 낳고 있다. 500명 이상 사업장에서의 높은 노조 조직률로 대변되는 민주노총은 사회적으로는 비정규직 투쟁을 하면서도 자기 밥그릇 문제에 더 관심이 많은 집단으로 자리매김하진 않았나. 실제로 민주노총은 기득권 소수로 우경화할 가능성이 높아진 기로에 서 있다. 조직률이 계속 위축하면 100만명 내외의 기득권 집단으로 남게 될 수도 있다. 실제 청년노동자는 그렇게 여긴다. 민주노총이 어떻게 자기 정체성을 만들지 매우 중요한 시기이고, 변혁성을 유지하면서도 영향력을 확대할 과제가 있다. 이런 게 노선적 문제와도 맞물려 있어 논의가 풍부해야 한다.”
- 내일의 민주노총이 오늘보다 치열할 것 같다.
“논쟁과 갈등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논의에 집중하면서도 당면한 과제를 외면하면 안 된다. 지금 정치세력화의 향배를 결정하는 게 절대적이고 전면적 문제냐면 그렇지 않다. 내란을 청산하고 사회대개혁을 대변할 싸움이 중요하다. 이를 중심으로 이견이 있으면 합의할 수 있는 것을 합의하고 활동하면서 싸우자.”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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