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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6-09 08:12
광장을 기억하라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6  
겨울의 광장에는 청년이 있었고, 여성이 있었고, 성소수자가 있었고, 장애인이 있었고, 하청노동자가 있었고, 프리랜서 노동자가 있었다. 그곳에는 농부가 있었고 예술인도 있었다.

광장은 다채로웠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광장은 아름답기만 하진 않았다.

광장은 뼈가 에도록 추웠다. 그 추운 광장에는 빈곤도 있었고, 배제도 있었고, 차별도 있었고, 혐오도 있었고, 계급도 있었고, 불평등도 있었다. 그곳에는 재난도 있었고 죽음도 있었다. 그 모든 것에 맞서는 기억과 절규와 투쟁과 희망도 있었다.

새로운 대한민국이 막을 올렸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은 참 여전하다.

또 SPC에서 노동자가 사망했다. 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가 숨졌다. 또 현장실습 중인 한국농수산대 학생이 사망했다. 또, 또, 또 비극이 반복됐다.

먼저 이 길을 걷던 사람들은 이미 오랫동안 죽음을 막을 방법에 대해 외치고 소리치고 있는데 왜 같은 일이 일어났을까?

대통령선거 기간 동안 이재명 대통령의 언어는 “성장”으로 채워졌다. “성장” 그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그가 택할 성장은 “어떤” 성장일지는 묻고 싶다.

숫자로 말하는 성장이 아니길 바란다. 매일의 삶으로 답할 수 있는 성장이길 바란다. 위로 높은 성장이 아닌 빈 곳을 메꾸는 옆으로 넓은 그런 성장이길 바란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성장과 분배는 모순관계가 아닌 보완관계인 것처럼, 기업 발전과 노동존중은 얼마든지 양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 발전과 노동존중은 얼마든지 양립할 수 있다. 기업 발전과 노동존중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기업 발전과 노동존중이 똑같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노동은 노동이라 쓰고 사람으로 읽으라 했다. 기업 발전과 사람 존중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사람 존중이다.

사람 존중 없는 발전은 무의미하다. 결국 이 모든 것이 다 사람이 먹고살자고 하는 일 아니겠는가.

비극도, 비극을 막을 해답도 오래전부터 광장에 있었다. 위험의 외주화를 멈춰야 한다. 노동권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노동 3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일터는 안전하고 평등해야 한다.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적절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 노동의 대가는 정당하고 성장의 결실은 공평하게 분배돼야 한다. 노동자가, 사람이 존중받아야 한다.

대통령 한 명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다. 나라를 만들어 가는 주인은 매일 자신의 이야기로 광장을 채우듯, 매일 자신의 삶으로 이 땅을 채워 나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통령이 광장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경청하기를 바란다. 답은 광장에 있을 것이니.

강은희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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