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6-09 08:14
[경사노위 출범을 향해 ②] 무산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특위와 구조조정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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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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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어느 하루, 민주노총의 전직 간부 한 명이 물었다. “2018년,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못한 원인이 무엇인지 아세요?” 6년이나 지난 옛 이야기였다.
“뭔데요?” “그때 상임위원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특위의 구성을 막았잖아요. 안 그랬으면 공공운수노조가 민주노총의 참여를 반대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랬을까. 사회적 대화를 먹는 곶감 정도로 바라본 것은 아닐까. 나는 대답했다.
“상임위원이 찬성했으면 노동부가 특위 구성을 받았을까요? 그때 민주노총이 노동부랑 청와대를 만나 전환특위 구성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죠.”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는 이유는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민주노총을 사회적 대화에 참여시키기 위해 민주노총 바깥에서 사회적 대화의 판을 까는 건 부질없다고 봐요.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느껴 자기 두 발로 들어오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나는 “민주노총 없는 사회적 대화가 불가능할 이유도 없다”고 말을 맺었다.
공공부문 전환특위 반대한 노동부·상임위원
사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4개의 의제별 위원회와 2개의 업종별 위원회를 띄웠지만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특위와 구조조정특위 구성은 무산됐다. 두 위원회 모두 민주노총이 제안했는데 민주노총 최대 산별조직인 공공운수노조와 금속노조의 관심이 컸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정부가 2017년 7월20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행되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철폐하겠다고 발표한 인천공항공사 선언(2017. 5. 12.)의 연장이었다. 기본방향은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거나 파견・용역노동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무기계약직은 처우를 개선한다는 것이었다. 전환 방식으로는 △모기관이 직접고용하는 방식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 △사회적 기업 등 제3섹터 방식을 제시했다.
문제는 전환 방식에서 불거졌다. 대다수 기관이 기간제 및 파견・용역노동자를 직접고용하는 대신 별도의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총액인건비 규제에 묶여 처우개선도 벽에 부딪혔고 정규직과의 갈등도 잦았다. 직접고용과 처우개선을 기대했던 비정규직으로선 헛물만 켰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공공부문 산별노조・연맹이 이를 사회적 의제로 다루자고 제안한 배경이었다.
애초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관련 노조가 참여한 가운데 일종의 사회협약으로 마련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다. 그렇다고 진행 중인 정책을 사회적 대화에 올릴 수는 없었다. 실제로 2018년 상반기까지 20만5천명의 전환대상 가운데 이미 13만2천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용노동부, 2018.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사례집’). 이 시점에서 지침을 바꾼다는 건 잔불을 헤집어 큰불로 만드는 격이었다. 이미 전환을 마친 기관에까지 불똥이 튈 수 있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더해 성격이 다른 공공기관만도 700개에 이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방침은 큰 틀의 방향(가이드라인)만 제시하되 구체적인 전환 방식은 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개별 공공기관 사안을 사회적 대화에 올릴 수도 없었거니와 올리더라도 합의를 이룰 가능성도 없었다. 사회적 대화가 외려 노정갈등을 키우는 것은 물론 노사정대표자회의를 갈등 기관의 민원해결 창구로 만들 수도 있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특위 구성은 무산됐다.
조선·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은 시작되고
구조조정 특위 구성은 조선산업과 한국지엠 등 자동차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자 민주노총이 노사정대표자회의 운영위원회(2018. 4. 20.)에서 제안했다.
조선산업은 초토화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바닥을 치고 있었다. 한때는 세계 1위를 자랑하던 조선산업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면서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대형 조선 3사, 이른바 빅3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은 조선 발주 감소분을 메우느라 해양플랜트 사업에 대거 뛰어들었다가 그 사업마저 가라앉으면서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중소 조선사의 사정은 더했다. 수주물량이 준 데다 중국과의 가격경쟁으로 저가 수주가 불가피했다. 성동조선 등 일부 조선사는 키코(KIKO) 사태로 환차손까지 떠안았다.
인력감축이 뒤따랐다. 2015년 18만7천652명이었던조선산업 종사자는 2018년 말에는 10만7천667명으로 3년간 8만명(42.6%)이 줄었다.(고용보험 피보험자 기준, 김종훈 전 민중당 의원 발표자료) 울산 동구에서만 3분의 1인 2만6천77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자동차산업도 구조조정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한국지엠은 2018년 5월 군산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부평2공장을 2교대제에서 1교대제로 전환하는 한편 전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지엠 본사는 완전철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정흥준 외, 2018. ‘한국지엠의 구조조정과 고용대책’, 한국노동연구원).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전기차 전환에 따른 고용 축소를 우려했다. 현대차 노사 자문위원회는 “전동화, 공유경제, 새로운 이동수단 등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로 조립 부문의 부가가치가 줄고 제조인력도 20~40%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한국경제, 2019. 10. 18.)
자동차부품 업체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2018년 중소 자동차부품 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로 떨어졌다. 고용인원은 2017년 14만948명에서 2018년 13만5천236명으로 5천명 이상 줄었다. 이익을 내고도 인원 감축이 이어진 현실은 구조조정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한국지엠 등 자동차산업과 조선산업을 묶어 ‘구조조정 대안 마련을 위한 금속산업 노사정위원회’를 제안한 것은 2018년 4월이었다. 민주노총이 이를 받아 노사정대표자회의 안건으로 올렸다.
구조조정특위는 사용자단체가 반대
민주노총이 노사정대표자회의 운영위원회에서 구조조정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하자 먼저 노동부 차관이 반대하고 나섰다. 사전 논의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경총 부회장은 “당사자의 참가 의사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원회 구성을 의결한다는 게 얼마나 모양이 사나운가”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의제개발조정위원회에서 추가 논의를 거치기로 하고 마무리했다.
의제개발조정위원회에서도 경총의 반대는 여전했다. 민주노총이 경총을 따로 만나 협의했으나 성과는 없었다. 노동부는 수용 의사를 보였다. 실무차원에서 합의되지 않은 사안을 대표자회의에 올릴 수는 없었다.
경총은 노사정위원회가 제안한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위원회’와 ‘노동인권교육 강화위원회’ 설치까지 반대해 무산시켰다. 경총으로선 불리하다 싶으면 의제별위원회 설치부터 차단하는 전방 압박 전술을 쓰고 있었다. 그러면서 ‘유연성 확보를 위한 고용법제개선위원회’를 설치해 해고 규제 완화와 신축적인 비정규직운영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번에는 노조측이 강하게 반발했다.
결과적으로 민주노총이 제안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특위와 구조조정 특위, 노사정위가 제안한 양극화위원회와 노동인권교육위원회, 그리고 경총이 제안한 고용법제개선위원회 모두 구성이 무산됐다. 제4차 노사정대표자회의(2018. 10. 12.)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다시 한 번 두 특위의 구성을 촉구했지만 반향은 없었다.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노사정대표자회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의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었다.
박태주 전 경사노위 상임위원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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