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6-10 08:01
AI 대응의 세 번째 물결, 지속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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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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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3일 온 국민을 경악하게 했던 내란 사태 이후, 무려 6개월 동안의 긴 정치적 공백과 경제적 혼란기를 마감하고 새 정부가 들어섰다.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정부는 당장 현안인 민생과 외교 등을 조속히 수습하면서도, 극도로 불확실한 경제와 산업의 미래 방향을 다시금 분명히 할 과제를 안았다.
이재명 정부의 미래 중점 영역은 이미 대선 공약에 어느 정도 명시돼 있다. 공약에 담긴 ‘대한민국 진짜 성장 5대 과제’의 첫 번째가 ‘AI(인공지능) 3대 강국 진입과 미래 전략산업 육성’이고 두 번째는 ‘에너지전환과 산업 업그레이드’다. AI를 핵심으로 하는 기술주도 성장을 기본방향으로 가면서 이를 뒷받침할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력히 추진해가겠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를 입증하듯 새 정부는 대통령실 안에 ‘AI 미래기획 수석실’을 신설하기로 했으며, 그 결과 인공지능은 우리 사회의 모든 곳에 빠르게 전파되고 적용될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2022년 말 챗GPT의 갑작스런 등장 이후 놀라운 속도로 일상에 파고들고 있는 인공지능 경험을 시민들은 앞으로 훨씬 더 자주 많이 겪게 될 것 같다.
문제는 AI의 확산과 적용이 단지 과거와 유사한 새로운 ‘기술적 도구’의 채택이라는 범위를 넘어설 것이라는 데 있다. 즉 AI가 도구로서 산업과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노동시장은 물론 시민들의 다양한 사회활동과 사회적 관계의 형성, 공론과 각종 민주주의 제도, 예술과 교육, 심지어 국방과 안보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거의 모든 사회 영역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AI 기술과 산업의 대대적인 육성은 동시에, 그것이 미칠 사회적, 윤리적, 생태적 파급에 대해서도 공적 차원의 심도 있는 검토와 대응이 있어야 한다. 지난해 정부에서 유럽의 인공지능법을 참조해 ‘인공지능 기본법’을 제정하고 '인공지능안전연구소' 등을 신설하기로 한 것은 이런 맥락을 반영한다.
일찍이 독일 본 대학의 에메 반 빈스베르헤(Aimee van Wynsberghe)는 AI가 사회와 생태에 미칠 영향을 세 단계로 나눠서 평가했는데 이를 참조할 필요도 있다. 첫 번째 물결은 초지능 출현이나 로봇의 반란, 노동의 소멸처럼 AI가 불러올 공상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사회적 대응을 고려하는 단계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인간 노동의 대부분을 대체해버린다면 향후 일자리 소멸이라는 사회적 충격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같은 익숙한 이슈를 떠올리면 된다.
두 번째 물결은 AI 등장으로 인한 알고리즘의 설명 가능성 문제나, 학습데이터 편향, 프라이버시 침해 등 공상적 시나리오에서 벗어나 좀 더 실질적인 문제로 초점을 이동한 단계다. 이 주제들은 이미 인공지능법 등에 일부 반영되고 있는데, 투명성 부족으로 인해 AI가 잘못된 결과를 만들어내면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AI 기능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보안을 보장할 수 있는지 같은 이슈들을 풀어내는 요즘의 논의들을 반영한다.
앞의 두 가지 물결 외에도 주목해야 할 세 번째 물결이 있다. 빈스베르헤는 이를 기후와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AI’ 개발에 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AI를 두 가지 차원으로 분리했는데, 하나는 에너지 효율화나 기후재난 예측 등 AI가 기후 대응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다. 첨단 AI 기술을 활용한 기후테크 육성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고,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명시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야 겨우 주목받고 있는 지속 가능한 AI의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바로 ‘AI 자체의 생태적 지속가능성’ 문제인데, 인공지능의 개발과 이용에는 환경적 비용이 들어가며 따라서 AI의 개발과 사용, 폐기에 이르는 생명 전주기 과정에 투입되는 막대한 에너지와 희귀자원 등의 이슈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AI 3대 강국이 된다는 것은, 단지 최첨단 AI 모델을 개발해 디지털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것만 아니라, AI가 미칠 수 있는 사회적, 윤리적, 생태적 영향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방안을 포함한다. 특히 AI가 기후와 생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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