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6-10 08:03
21대 대통령선거일에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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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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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주일 전 대통령선거일에 나는 마침내, 드디어… 어떤 말을 붙여 이 날을 강조할까 고민했다. 어떤 수식어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겠나.
지난해 12월3일, 대통령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일로부터 정확히 6개월인 이 날이 오기까지 이 나라는 결코 쉽지 않았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파괴하는 위헌·위법한 범죄행위가 벌어졌으면, 이 나라의 법은 신속하고 철저하게 심판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이 나라는 윤석열의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키는 탄핵소추도 한 차례 부결됐다가 비상계엄 선포일로부터 11일이 지난 12월14일에 가까스로 국회에서 가결할 수 있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은 헌법과 법이 선언한 정의를 비웃는 피청구인인 윤석열과 그의 대리인인 변호사들의 거짓 주장 속에 소란스럽게 진행되다가 비상계엄 선포일로부터 4개월이 지난 올해 4월4일에야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결정할 수 있었다.
이렇게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탄핵소추와 탄핵결정을 지나오면서 이 나라는 엉망진창이었다. 민주공화국을 부정하는 온갖 궤변들이 난무하고, 그에 따라 광란의 춤을 추는 자들이 넘쳐났다. 수십년 동안 이 나라가 힘겹게 세워온 법적 정의는 의심받았다. 윤석열에 대한 탄핵 반대를 외치며 내란진압을 방해하는 자들은 이 나라의 법을 몰상식과 부정의한 것으로 전복시키려고 떠들어댔다.
처음에는 소음으로 여겼고, 청산하지 못한 낡은 시대의 유산이 이 나라에서 법적 심판을 지체시킬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온 나라를 뒤흔드는 굉음이고, 이 나라에서 법적 정의의 실현을 부정하려는 시도였다. 3월7일 윤석열 일당의 내란재판을 담당하는 재판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가 구속취소 결정을 하고, 다음날 심우정 검찰총장의 즉시항고 포기와 석방지휘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석방되는 걸 지켜보면서 깨달았다. 이 나라에서 내란을 진압할 엄정한 법집행, 법적 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그리고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를 통한 직무 정지와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을 통한 파면에도 윤석열이 임명한 자들이 여전히 권력을 행사하는 내란정권이 계속되는 걸 지켜봤다. 그동안 이 나라가 내란세력을 제압하고 민주공화국으로 바로 세워질 수 있을 것인지 수도 없이 걱정해야 했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 내란권력을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권력을 세울 수 있는 선거날이 왔다. 이 날이 마침내, 드디어 왔다. 나는 이 칼럼란에서 반복적으로 노동자의 자유을 떠들어온 자다. 그러니 이 날이 노동자의 자유에 있어서도 새로운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날이었다면 얼마나 환호하겠는가. 그랬다면 나는 마침내, 드디어 말고도 온갖 수식어를 찾아내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분명히 이 나라가 새로운 권력을 선출해서 12·3 내란사태를 진압하는 커다란 전환의 날이긴 한데, 이 나라 노동자의 자유에 대전환을 이루는 날까지는 아니었다. 민주공화국으로 보자면, 분명히 이 나라에서 2025년 6월3일은 위대한 날이었다. 하지만 노동의 자유로 보자면, 그렇지 않았다.
2. 21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을 읽었다. 많은 노동공약이 포함돼 있었다. ‘노동존중 및 권리보장’이라는 제목으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일터 권리’ 보장, 산별 등 초기업단위 교섭 및 협약 모델의 활성화,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및 사업장 내 근로자대표 위원회 도입, 근로감독 강화 및 체불임금 제로화, 전국민 산재보험제 및 국제책임제, 노동안전보건체계 구축, 여성의 성재생산권 보장 및 건강 증진, 여성차별 없는 일터, 주 4.5일제 추진, 장애인 권리 보장 등 많은 노동공약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정책공약에는 ‘노동개혁’이라는 제목으로 청년세대도 공감하는 고령자 고용연장 추진, 주 52시간 규제의 합리화, 일한 만큼 보상받는 임금체계로 개편, 노동약자보호법 추진, 임금체불 제로화 및 공짜노동 엄단, 직장 내 괴롭힘 특별법, 공개채용법,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 부분 근로자 대표제, 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 규제, 건설공사의 하도급 투명 계약문화로 개선 등 역시 많은 노동공약을 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여당과 야당의 유력한 후보들의 노동공약을 세세히 들여다보며 면밀히 살펴보면, 분명히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이 국민의힘의 것보다 노동자의 권리 향상을 위한 것이다. 공약집에 수록된 이러한 공약 외에도 이번 대통령선거 운동과정에서 노란봉투법 등에 대한 태도를 보면 누가 보다 노동에 우호적인지 알 수 있다.
대통령선거일 하루 전인 2일 매일노동뉴스 기사를 보면, 김문수 후보는 1일 서울 강남역 코액스 앞 연단에서 “노란봉투법 같은 거 만들어가지고 대한민국에 오려던 기업들 다 도망가고, 있던 기업들도 다 튀어 나가버리는 (사람을 뽑으면) 우리 젊은이들 어디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겠냐”며 “우리나라에서 한국노총·민주노총에 가입한 노동자들이 약 13%밖에 안 되는데 이 단결된 소수노조에 기업이 발목이 잡히면 기업들이 한국을 빨리 떠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지난달 30일에도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양곡법 등 기업을 옥죄고 시장에 혼란에 빠뜨릴 악법을 입법해서 기업인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며 “이런 집단이 집권하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냐. 갑질하며 기업규제법만 대거 양산할 것이 뻔하다”고 밝혀 거듭해서 노란봉투법의 입법을 반대하면서 이를 추진하려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비난했다. 이렇게 노란봉투법까지 포함해서 살펴보면, 이 나라 노동자들은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서라면 김문수 후보보다 이재명 후보에 투표해야 했다.
한편, 이번 21대 대통령선거의 후보는 이들만은 아니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도 있었다. 노동공약으로 보자면, 이재명 후보보다 더 노동자를 위한 공약을 했다. 그럼에도 감히 칼럼에서 나는 노동공약을 내세워 권영국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노동자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12·3 내란사태 앞에서, 내란을 진압하는 것에 온통 관심인 나는 무엇보다도 내란세력의 재집권을 막아야 한다고 봤다. 내란세력이 이 나라의 권력을 다시 차지하게 될 경우 민주공화국으로 이 나라는 온전히 존립할 수 없을 거라는 절박감에 사로잡혔던 내 머리에는 권 후보의 자리는 없었다.
3. 그렇지만 해야할 말은 있다. 이재명 후보의 노동공약을 살펴보면, 초기업단위의 교섭 및 협약 모델 활성화를 제외하면 노동자의 권리에 관한 것들이고, 노동자의 자유에 관한 공약이 없다. 노동자의 자유 보장에 관해서는 김문수 후보의 공약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김문수 후보의 경우에는 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 규제 운운하며 자유의 보장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에 대한 규제까지 포함하고 있다. ‘노동자의 자유’란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교섭하고 파업할 자유를 말한다.
이 세상에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해서 교섭하고 함께 일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는 천부의 권리, 감히 국가권력이 빼앗을 없는 기본권으로 보장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단체를 결성해서 자신의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사용자를 상대로 협상하고,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사용자를 압박하고자 일하지 않는 것, 그것은 자유로서 노동자에게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는 없다. 21대 대통령선거에서 유력한 여야후보들의 노동공약에서도 노동자의 자유는 찾아볼 수가 없다. 보다 더 노동자를 위한다는 이재명 후보의 노동공약에서도 찾을 수 없다. 노란봉투법만으로 노동자의 자유를 말할 순 없다. 노란봉투법은 사내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원청 사업주를 상대로 한 교섭과 쟁의의 보장하는 것이긴 해도, 그것은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입법하는 수준일 뿐 더 나아가 사내하청업체, 비정규 노동자 일반이 원청 사업주를 상대로 해서 교섭과 쟁의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까지는 아니다. 더구나 노란봉투법이 입법돼 사내하청업체, 비정규 노동자들이 원청 사업주를 상대로 교섭하고 쟁의할 수 있다해도 노동자의 자유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원청 노동자처럼 원청 사업주를 상대로 교섭과 쟁의할 수 있다고 해봐야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이 나라에서 원청의 정규직 등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자유는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노동자가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단결해서 교섭하고 파업하는 것을 자유로 보장해야 하건만, 이 나라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등 법률은 주체, 목적(대상), 시기와 절차, 수단과 방법 등 수십개 조항으로 제한과 금지로 규제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렇게 법적 규제에 따른 경우에 예외적으로만 허용하고 있어 결코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 못하다.
21대 대통령선거에서 이 나라는 노동자의 자유를 위해 대통령후보를 선택하지 않았다. 수도 없이 노동자의 자유를 떠벌려온 나조차도 노동자의 자유를 위한 공약을 보고 투표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12·3 내란사태 앞에서 나는 이 나라는 무엇보다도 민주공화국을 파괴하는 내란을 진압하고, 대한민국 헌법이 선언한 민주공화국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생각에 그랬던 것인데, 이제 이재명 후보의 당선으로 선거를 끝났다. 그래서 대통령선거에서 노동자의 자유를 말할 수 없게 됐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노동자의 자유를 위한 이 나라 노동자들의 노래는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고.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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