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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5-06-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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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한 날씨에서 일하지 않을 권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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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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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도 어김없이 장마가 시작됐다. ‘장마에 따른 많은 비가 예상되니 외출을 자제하고 안전에 유의’하라는 안전문자를 받지만, 보통의 노동자는 ‘외출’해서 일터로 가야만 한다. 장마가 끝나고 나면 역시나 어김없이 본격적인 폭염이 찾아올 것이고 폭염이라도 여전히 일터로 가야만 할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은 평년 여름보다도 기온이 높을 것이라고 한다. 매년 심화되는 기후위기로 인해 고온다습의 극단적인 날씨는 일상이 돼가고 있다. 
 이런 매우 덥고 매우 습한 날씨는 단지 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것을 넘어, 일터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재해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퀵서비스나 택배 등 이동노동자, 농축어업 종사 노동자, 건설노동자 같은 옥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폭염과 폭우로 생명과 안전을 직접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폭염은 탈진·열사병과 같은 온열질환과 심혈관계 질병을 유발하며, 폭우는 미끄러짐·감전·낙하 등의 사고 발생 위험을 높인다. 올해 여름 예상되는 기온보다 낮은 기온이었던 2024년에도 극심한 무더위 속에서 일하다 온열질환으로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이전 10년(2015∼2024년) 사이 최다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매년 이어지는 폭염과 폭우는 노동안전의 중대한 위협요인이지만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 스스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보장하지 않고 있고, 고용노동부의 산재 예방 대책 역시 단순 권고 수준에 그칠 뿐이다. 올해 노동부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서 사업장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 조치를 안내하고, 호우·태풍 대비를 위해 지켜야 할 안전수칙을 발표하며 ‘(예방 조치 사항을) 사업장 스스로 점검하고 개선’하도록 사용자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결국 현행 법령과 노동부의 조치 사항은 현실적인 산재 예방 대책으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매년 기록을 갱신하는 이상기후는 전세계적인 현상인 만큼 해외에서도 고온·호우·태풍의 기후에서 많은 노동자가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각 정부는 노동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과 법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노동자가 고온의 날씨에서 일하다가 입원하자 사용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가 있고, 중국의 경우 하루 최고기온 35℃ 이상이면 고온 날씨 작업 노동자에게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다.
 
 우리나라 역시 폭염과 폭우 속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순 권고나 형식적인 안전수칙 발표를 넘어 사용자에게 산재 예방에 대한 강제성이나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보다 더 실효적 조치를 마련해야만 한다. 위 사례들처럼 온열질환이나 호우로 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자에게 책임을 물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고온이나 폭우일 경우 노동자에게 추가 수당을 의무적으로 지급하도록 해 위험한 날씨에 작업을 줄이도록 하거나, 노동자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등의 제도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매년 높아지는 기온과 심해지는 호우에 대비하여 법적·행정적 노동안전망이 하루빨리 마련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조주희 공인노무사(전북특별자치도 노동권익센터)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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