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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6-26 09:35
원청의 안전보건관리 책임, 알아야 제대로 푼다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386  
지난주 필자는 경기지역의 한 산별노조가 주최한 1박2일 노동안전보건 담당자 수련회에 참석했다. 오랜만에 교외에서 머리를 식히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현장에 산적한 다양한 현안에서 잠시 벗어난 참가자들은 각자의 사업장을 넘어 산별노조 전체의 공통 과제에 대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다. 또한, 각자 마주한 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조언을 구하고 경험을 나누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분임토론 중 한 참가자가 이렇게 질문했다.

“다른 분들은 제조업에서 일하지만, 저희는 특성이 좀 달라요. 다수 인원의 식사 시간에 맞춰 음식을 조리·공급하는 일을 하다 보니, 연령대가 높은 여성 조합원이 많고 근골격계 질환도 심각하고요. 산보위(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현장 개선을 요구해도, 구내식당이라는 특성상 시설 개선이나 설비 보수 등 실질적인 권한이 우리 회사에는 없다고만 합니다. 못 하나 박는 것도 원청의 공간이라 허락을 맡아야 한다고만 말해요. 그래서 회사도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고는 말은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늘 같아요. 결국 우리가 아무리 요구해도 개선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거죠.”

이 질문에 여러 사업장의 노조 간부들은 안타까워하며 한숨만 내쉴 뿐,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산업안전보건법이 명확히 규정한 원청의 안전보건 책임= 실제로 이런 질문은 하청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자주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사업주, 즉 원청의 안전보건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2020.1.6. 시행). 법에 따르면, 도급인은 수급인(하청) 노동자가 작업하는 사업장 전체와 도급인이 제공·지정한 장소, 즉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위험 장소에 대해 안전보건조치 책임을 진다. 도급인이 작업장과 시설에 대한 지배·관리권을 가진 경우, 도급의 유형이나 사업 목적과 관계없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발생한다. 따라서 식당을 운영하는 하청업체의 권한을 넘어서는 시설·설비 개선 문제라면, 원청에게 관련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필자는 이 점을 분명히 안내했다.

◇실질적인 해결 방안 ‘안전보건협의체’ 활용= 필자의 답변을 들은 해당 사업장 노안부장은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구내식당 등 복리후생시설 운영처럼 원청의 사업 목적과 직접 관련이 없는 용역서비스에도, 원청의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적용된다. 따라서 원청과 하청 사업주뿐 아니라 각 업체의 노동자가 참여하는 ‘안전보건협의체’를 통해, 작업장 내 안전보건 문제를 공식적으로 협의하고 점검할 수 있다. 노사가 이 협의체 구성을 원청에 요구하는 것에서부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법의 존재와 현실의 괴리= 이처럼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한 원·하청 관계에서의 사업주 의무, 그리고 하청노동자가 원청에 안전보건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모두 숙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 질문을 제기한 사업장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 현장이라는 점이다. 하청업체 역시 해당 대기업의 여러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원청과 하청 모두 관련 법규를 몰랐을 리 없다는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 혹여 알고도 원·하청 관계를 핑계 삼아 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해 온 것은 아닌지, 씁쓸한 생각이 든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을 계기로 위험의 외주화 방지와 원청 책임 확대를 핵심으로 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이 이뤄졌고, 이후 노동자들은 이 법을 ‘김용균법’이라 부른다. 그러나 법이 존재함에도, 여전히 보호와 예방의 사각지대에 놓인 ‘김용균들’이 많다는 사실이 우리 노동 현실의 단면이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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