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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6-29 13:33
폐허에서 다시 ‘노동자 정치’를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09  
김영훈 민주노총 전 위원장이 새 정부 첫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지명받았다.

한국노총 출신이야 1948년 이승만 정부 사회부 장관(지금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를 합친 부처) 전진한부터, 문재인 정부 때 김영주 장관, 윤석열 정부 때 이정식 장관 등이 있지만 민주노총 출신은 1995년 출범 후 처음이다.

내가 본 위원장 김영훈은 ‘온건한 원칙주의자’다. 그는 “시간이 됐음으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와 저우언라이의 “구동존이(求同存異)”를 즐겨 썼다. 회의 시간을 엄수하고, 논쟁 때는 서로 차이를 인정하면서 공통점을 찾았다. 그는 자주파와 손잡고 위원장이 됐지만 통합진보당 사태 땐 욕 들으면서도 끌려가지 않았다.

2010년 추석 때 철도 노동자인데도 기차표를 못 구해 승합차로 부산까지 함께 운전해 귀성했다. 대부분 그가 운전했다. 그는 안정된 정규직인데도 27년 된 낡은 아파트에 살았다.

민주노총 출신의 노동부 장·차관 거론은 김대중 정부 첫 조각 때 허영구 부위원장이 처음이다(중앙일보 1998년 2월 16일자 1면 머리기사 ‘새정부 첫 내각 각계화합형 구상’).

제대로 노동운동을 한 이는 김대중 정부 때 방용석 노동부장관 정도다. 그는 서슬 퍼런 유신정권 때 원풍모방노조를 지켰다.

1998년 국회의원 방용석은 공무원노조에 찬성했으나 2002년 장관이 되자 대화는커녕 경찰을 앞세워 결성대회장에 난입해 강제해산하고 체포했다.(참세상 2002년 4월 24일 ‘장관되면 세상도 달라진다?’) 2002년 철도·발전·가스 파업 때 방 장관은 노동계로부터 ‘아는 놈이 더하다’는 소리만 들었다.

드라마틱한 노동계 출신 장관은 대한민국 초대 사회부장관을 지낸 전진한이다. 그는 경북 상주에서 빈농 아들로 태어나 여관 심부름꾼으로 소년기를 보내고, 우여곡절 끝에 일본 와세다대를 나와 항일과 노동운동으로 옥고를 치렀다. 광복 후 그의 행적은 오락가락했다. 여운형의 조선건국준비위원회(건준)에서 한국민주당에 갔다가 이승만을 지지해 장관이 되고, 1952년 자유당을 탈당하고 이후 이승만 독재 반대운동을 했다. 5선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그가 한국 노동운동에 남긴 건 없다.

언론은 김영훈 후보에게 ‘꿈꾸는 기관사’ ‘장관 지명날에도 열차 몰았다’ 등 미담을 쏟아냈다. 민주당 지지자 SNS 타임라인은 감동의 눈물바다다.

반면에 현장 노동운동가는 “철도노조와 민주노총 위원장을 하고, 그 명성으로 정의당 비례대표에 출마했다 떨어지고, 또 그 명성으로 민주당 외곽조직에 들어가 이재명 선거운동을 하다가 노동부 장관 후보가 됐다”고 일갈했다. 또 어떤 노동운동가는 “민주노조 운동을 사유화해 출세의 길을 열었다. 민주노총 위원장들이 참 여러 ‘길’을 연다”고 했다. 이 와중에 정의당 의원을 지낸 이는 페이스북에 부덕의 소치로 농림축산식품부장관에 임용되지 못했다며 낙선 사례를 했다. 웃프다.

2004년 민주노동당 원내 진출 이후 줄잡아 의원 30여 명을 배출했는데, 대부분 민주당에 갔거나 민주당 지지자로 변모했다. 90년대까지는 재야운동을 하다가 제도권 정당에 가면 최소한 부끄러워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도 당당하다. 열혈 정의당 당직자였던 한 친구는 작년 총선 때 열심히 ‘조비지민’을 외치더라.

김영훈 후보는 24일 첫 출근길에 “노동법 밖에 밀려난 이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했다. 말은 좋지만 늘 그랬듯 민주당은 흉내만 내고 끝이다. 길어야 1~2년짜리 장관이 ‘쿠팡으로 줄줄이 이직한 근로감독관들’(경향신문 5월27일)이 즐비한 노동부에서 뭘 하겠나. 노동부가 제대로 근로감독을 하지 않아 비임금근로자를 우후죽순 양산해 놓고, 대책은커녕 이런 극한의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에 줄 서기 바쁘다. 김영훈 뉴스에 가슴이 착잡하다. 이 폐허 위에서 다시 ‘노동자 정치’를 시작하자.

그나저나 김 후보자는 ‘최연소 민주노총 위원장’이 아니다. 1968년생 김영훈은 2010년 42살에 위원장이 됐지만, 1958년생 이갑용은 1998년 40살에 위원장이 됐다.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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