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6-30 10:23
전북, 2036년 올림픽 유치, 인류 공통 비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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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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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과 탄핵 그리고 대선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지만, 지난 2월28일 한국 스포츠계에 큰 이변이 일어난 적 있다. 전라북도가 막강 후보 서울을 제치고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 도시로 선정된 일이다. 이것이 왜 큰 이변인가.
우선 전북 관계자들 스스로 이변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이미 88서울올림픽을 치른 바 있고 서울과 인천 그리고 수도권 전체를 망라하는 광범위한 하드웨어와 네트워크를 지닌 서울이 여유 있게 준비한 반면, ‘다윗’ 전북은 뒤늦게 ‘골리앗’ 서울에 맞섰다. 그런데 이겼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이겼다. 2월28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대의원 총회에서 전북은 61명의 대의원 투표 중 49표를 얻었다. 서울은 겨우 11표에 그쳤다.
이변의 핵심은 ‘국가 균형 발전’이다. 전북은 인근의 광주와 전남은 물론 충남·충북·대구와 연계해 경기장, 숙박시설 등 주요 시설물의 협력을 강조했고 전남·충남·광주의 단체장은 물론 당시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지지 영상에 등장했다. ‘지방 도시 연대’를 통한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전북의 전략이 주효했다. 만약 2036년 하계올림픽 개최 도시로 전북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육상은 대구, 양궁은 광주, 홍성은 테니스, 청주는 실내 경기, 고흥은 해수욕장에서 서핑 등이 열리게 된다.
아직 전북으로서는 첫 번째 허들을 넘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국제 스포츠계에 도전할 수 있는 국내 후보로 선정됐을 뿐 앞으로 인도(아마다바드), 카타르(도하), 인도네시아(누산타라), 튀르키예(이스탄불), 칠레(산티아고), 헝가리(부다페스트) 등과 경쟁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전개해야 할까. 사우디아라비아에 완패한 부산엑스포 유치 과정이 타산지석이다. 2023년 11월 프랑스 파리 외곽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부산은 11표에 그친 이탈리아를 꺾고 2위까지는 올라갔다. 그러나 획득한 표는 아쉽게도 29표. 사우디가 165개국 중 3분의 2인 110표를 넘겨 무려 119표를 획득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우디의 ‘오일 머니’를 먼저 꼽는 사람들이 많았다. 부산엑스포 유치에 관여한 사람들도 대체로 그렇게 변명했다.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전략과 비전의 부재다. 사우디는 다수의 저개발국가를 대상으로 ‘부채 해결’과 ‘공동 발전’이라는 카드를 제시했다. 이것 자체가 엑스포가 지닌 목적, 즉 인류 공영의 모색이라는 가치가 배어 있다. 반면 한국은 ‘발전 경험 공유와 기술 전수’라는 시혜적이며 공여국 중심적인 전략을 전개했다. 실질적인 표로 환산되기 어려웠다.
중요한 것은 사우디의 이 전략이 단순한 오일 머니 전략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우디는 이미 ‘사우디·아랍·아프리카 콘퍼런스’ 등을 통해 극심한 가난과 부채 문제를 겪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의 에너지 지원과 부채 탕감을 위한 무상 융자 등을 제시했다.
그 맥락은 아프리카의 현재 상황이 유럽과 중동이 함께 경합해 온 현대사의 누적된 결과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 전수’ 같은 게 아니라 국제사회의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들은 자국의 경제 성장을 위한 기본 조건을 갖추기도 전에 선진국 금융기관에 막대한 이자를 내야 한다. 유럽 등 선진국의 안락과 안전을 위해 아프리카가 희생당했고, 선진국의 쾌적한 삶을 위해 지구적 차원의 기후 위기가 몰아닥쳤는데 그 직접적 희생자가 바로 아프리카라는 국제 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에 사우디가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원금은커녕 불어나는 이자를 갚는데도 급급한 아프리카의 상황은 국제 사회의 오랜 이슈다. 21세기 초 이미 아일랜드의 록밴드 U2의 리더 보노는 ‘Drop the Debt’(빚을 내던져라)라고 외치며 제3세계의 부채 탕감을 위한 ‘주빌리 2000’ 운동을 펼쳤다. 같은 제목의 음반을 아프리카와 남미의 뮤지션들이 발매한 적 있다. 남아공·콩고·세네갈·브라질·베네수엘라 등 제3세계 뮤지션들과 함께 한국에서는 양병집과 한대수 그리고 어어부프로젝트가 참여했다.
벌써 2003년의 일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그리고 부산은 아프리카에 ‘기술 전수’를 운운하고 나선 것이다. 국제 사회의 긴급한 이슈는 물론이고 어떠한 트렌드조차 읽지 못했으니 29표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 결정적 장면이 사우디의 리야드와 한국의 부산이 현장에서 보여준 ‘프레젠테이션 영상’이다. 사우디는 현재의 인류적 상황을 진단하고 그것을 함께 해결할 것을 촉구하면서 리야드에서 그것을 모색해 보자고 스토리텔링을 전개했다. 반면 부산은 싸이의 ‘강남스타일’ 등 이른바 K-컬처 중심으로 ‘홍보’했다.
부산엑스포 패배가 전북 올림픽 유치전의 타산지석이라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올림픽 유치와 관련한 전북의 관련 홈페이지를 보면 ‘전주하계올림픽’의 비전은 ‘세계를 맞이하는 전통과 미래의 향연’이다.
글쎄 이것이 비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역시 같은 홈페이지의 ‘개최 방향’을 보면 올림픽 개최를 통해 세계 속의 전북특별자치도 이미지 형성, 전 세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의 발판 제공, 디지털 강국으로서 기술 선도와 지속가능한 올림픽 등으로 나와 있다. ‘내부용’ 언어들이다.
다만 IOC가 강력히 권고한대로 ‘환경 보호의 비전과 지속가능성 실현’ ‘다양성·평등성·포용성을 담은 사회적 가치 구현’ 또한 표현돼 있다. 그러나 ‘K-문화로 모두의 지구촌, 하나의 문화 공동체 실현’이라는 대목을 보면 여전히 ‘국내용’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물론 이러한 홈페이지상의 단면과 달리, 전북은 더 광범위한 전략과 구체적인 전술을 추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홈페이지에 제시한 언어들의 확장판일 가능성이 크다. 만일 그렇다고 하면 21세기의 IOC가 추진하는 올림픽 운동과는 거리가 있다.
IOC는 ‘올림픽 어젠다 2020’ 등의 혁신을 통해 인류 공통의 문제를, 올림픽을 통해 완화하거나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 세부 사항은 분쟁·차별·기후·도시·불평등·인권 등 다양하다. 이 단어들은 단순히 ‘좋은 말 대잔치’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 인류가 직면한 매우 긴급한 공통의 문제다. 이러한 국제적 인식과 공감대를 전북은 반드시 내면화해야 한다.
IOC는 137회 IOC 총회를 통해 유치 과정 자체에서 비용 절감, 비정치적, 투명성, 미래의 불확실성 등에 대해 잠재적 개최국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추진하고, 이를 위해 미래유치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이 변화에 맞춰서 호주의 브리즈번은 인간개발지수(HDI), UN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국제인권조약비준(OHCHR), 인간개발 및 지속가능 지표, GDP 성장률, 고용률 등 사회·경제적 지표 등을 제시해 2032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시로 선정됐다.
국내 경쟁에서는 서울에 대응해 ‘국가 균형 발전’으로 이길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에서는 ‘세계로 웅비하는 전북’ 같은 것으로는 명함도 내밀 수 없다. 10년 후의 불확실한 미래, 전쟁과 불평등으로 불안한 미래, 인공지능(AI)과 기술 혁신으로 인한 인간성의 위기 등을 올림픽을 통해 완화하거나 해결하자. 그것도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낙후한 전북이라는 ‘지역’에서. 자기 정체성을 지닌 지역성이 경쟁 일변도의 국제성이 낳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러한 인류 공통의 비전이 필요하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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