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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12-16 16:54
펌>검찰과 법원이 준 두 가지 선물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816  


▲ 김성열 전 금속노조 감사위원

검찰과 법원이 준 두 가지 선물

2010년 12월 한국지엠 비정규 노동자들이 부당한 해고에 대해 원직복직을 주장하면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이후 인천지역에서 지역연대 단위의 노동자들이 연일 집회를 이어 갔다. 모두가 합법적인 집회였지만 회사측의 용역경비대와 노무관리자들 때문에 때로는 거칠게 욕설이 오가며 잦은 충돌을 빚었다.

사건이 일어난 그날도 그랬다. 집회를 무사히 마치고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저녁식사를 올려 주는데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들이 운집해 있는 가운데 밧줄을 이용해 식사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회사측 용역경비와 노무관리자들이 위험하기 짝이 없는 낫을 쇠파이프 끝에 매달고 밧줄을 끊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경찰의 태도는 외면 그 자체였다. 결국 집회 군중들은 격분했고 용역들의 행동을 저지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용역들이 휘두른 낫은 집회 군중의 머리 위를 날아다녔다. 실제로 그 낫에 머리를 다친 노동자들도 있었다. 이러한 회사측의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집회 행사용 플라스틱 파이프였다. 검찰과 법원은 그것을 ‘흉기’로 판단했다. 날이 시퍼렇게 선 낫은 흉기로 보지 않고 밟으면 부서지는 플라스틱 파이프를 흉기로 본 것이다.

시퍼런 낫은 모른 체, 플라스틱 파이프는 ‘흉기’

경찰은 8명을 지목해 수사에 나섰다. 플라스틱 파이프에 다치지도 않은 용역경비원과 회사 관계자들이 의사 진단에 따라 엉터리 조서를 꾸며 검찰에 넘겼다. 법원은 터무니없는 검찰의 공소를 그대로 받아들여 1심에서 벌금과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8명 중 4명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에 ‘흉기상해’자로 지목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의 부당한 판결에 항소와 상고를 했지만 모두 기각돼 1심 형량이 확정됐다.

법원 판결도 억울한데, 노동사범이 흉악범으로 둔갑

지난달 28일 사건발생 3년 만에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자 검찰의 행동은 빨랐다. 며칠 뒤인 이달 2일 인천지검 공판 송무과에서 연락이 왔다. 형이 확정됐으니 필자를 포함한 4명은 DNA 채취대상이라며 검찰청으로 오라는 것이다. 가관은 채취를 거부하게 되면 영장을 청구해 강제로 채취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DNA 채취대상이 어디까지인지 알아봤다. 강간·살인·강도 등을 저지른 흉악범에게 재범 또는 검거수사를 위해 생겨난 것이 DNA 채취 제도였다.

법원 판결도 억울해 죽겠는데 하루아침에 우리는 흉악범이 돼 버렸다.

흉악범이라 하더라도 심각한 인권유린이라 할 수 있는 DNA 채취를 단순 노동사범에게 적용한다는 것은 법 취지를 확대 해석한 것이다. 검찰은 이미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용산참사 관련 농성자에게 이 같은 이유로 DNA를 채취한 바 있다. 또 추가로 채취하려다 여론에 밀려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민변에서 채취대상의 광범위성으로 인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진행한 상태다.

법은 최소 기준이다. 법 조항을 적용해 판단하기 이전에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 먼저여야 한다. 잘 만들어진 법도 사람이 대상이고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다. 법을 잘못 적용하거나 확대 적용한다는 것은 또 다른 테러라는 것을 검찰과 법원은 인식해야 한다.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힘 없고 빽 없는 노동자들에게 두 가지 선물(?)을 해 준 법원과 검찰의 행위에 다시 한 번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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