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법안소위 앞두고 본색 드러낸 국민의힘] 특고 노동기본권 제한, 노동시간 유연화 법안 발의
ILO 협약 비준·노조법 개정 주고받기 노림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야당 간사를 맡은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소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잇따라 법안을 발의했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임금 사무직 노동자에게 노동시간 규제를 제외하는 제도) 도입, 특수고용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에게 제한적 노동 2권만 적용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재계 숙원 담긴 근기법 개정안 발의한 국민의힘
2일 환노위에 따르면 임이자 의원은 지난 1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의 보호에 관한 법률(특고법),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기업의 책임 강화에 관한 법률안(중대재해예방법),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가운데 특고법과 근기법 개정안은 특수고용직의 노동기본권을 제한하고 경영상 해고를 더 쉽게 하면서 노동시간은 유연화하는 내용을 담아 논란이 예상된다.
특고법은 특수고용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의 법적 지위와 보호 범위를 담은 특례법이다.
5명 이상 사업장의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단체행동권은 행사할 수 없다. 노사 간 분쟁이 발생하면 노동위원회에서 조정안을 제시하고 협정과 같은 효력을 갖도록 했다. 2007년 정부안으로 발의된 특고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근기법 개정안은 경영상 해고를 허용하고, 사유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완화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모두 6개월로 확대했다. 또 근로소득 상위 3%에 해당하면 노동시간과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도입했다.
중대재해예방법은 안전보건 의무를 위반해 3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기업(사업주·경영책임자)에 100억원 이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안전보건 의무 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5년 이상 징역형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고, 노동자가 상해를 입을 경우 5년 이하 징역형, 7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했다. 기업이 안전보건 의무를 위반하면 10억원 이상 3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3개 법안은 모두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를 제외하면 환노위가 아닌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 제출했다. 사실상 국민의힘 지도부의 뜻이 담긴 법안으로 풀이된다. 이날 산자위 국민의힘 의원들은 “중소기업의 고통과 절규를 외면한 문재인 정부의 주 52시간 근무제 강행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기국회냐, 임시국회냐
노동법안소위 일정 놓고 여야 힘겨루기
임이자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당장 3일과 4일 열리는 노동법안소위에 상정되지는 못한다. 이번 노동법안소위에서는 쟁점법안을 처리하기보다 지난달까지 발의된 법률안 232건을 일독하고 쟁점을 추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음주 다시 한번 노동법안소위를 소집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6일 노동혁신특별위원회 회의를 소집한 상태다. 이날 회의에는 노사 위원을 제외한 임이자·김성원·김웅·박대수·홍석준·김형동·한무경·추경호·최승재 의원이 참석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비롯한 쟁점법안에 관한 당의 입장을 가다듬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노동혁신특위에서 노사 의견 조율 과정을 거친 후 12월 임시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법안을 심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간은 국민의힘 편이다. 정부와 여당은 연내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과 노조법 개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야 합의로 처리하려면 국민의힘에서 내놓은 법안들과 주고받기가 불가피하다. 정기국회에서 ILO 관련 법안 처리에 실패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의힘에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진다.
이날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정부뿐 아니라 야당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법안심의 기피와 노동법 개악기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정부·여당은 이번 정기국회 내 국정과제인 ILO 협약을 비준하고 올바른 노조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도 “정부 노조법 개정안의 독소조항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정기국회를 넘어가면 연내 ILO 협약 비준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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