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1-05 13:54
[또 하청노동자] 현대차에서 끼임 사고로 목숨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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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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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청노동자] 현대차에서 끼임 사고로 목숨 잃어
“오후 2시 원청 중역 확인하러 오니, 정리 좀” … 30분 전 고위험군 설비 가동 상태에서 청소작업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50대 하청노동자가 끼임사고로 숨졌다. 완성차공장에서 끼임·추락·충돌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다. 고 김용균씨 사고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개정됐지만 위험의 외주화를 막지는 못했다.
계획에 없던 청소작업 투입돼 사고
“원청 중역 방문하니 정리해 달라”
4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1시30분께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마스타씨스템㈜ 소속으로 일하던 김아무개(55)씨가 프레스1공장 베일러머신(압착기)에 가슴이 눌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씨는 쓰러진 채 현장에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사고 당시 김씨는 설비가 가동 중인 프레스공장에서 바닥에 떨어진 스크랩(금속 부스러기)을 치우는 청소작업을 하고 있었다. 완성차공장에서 베일러머신은 차체 철판 찌꺼기를 모아 블록 형태로 압착하는 장비다. 압착 과정에서 발생한 스크랩을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하는데, 김씨는 이날 스크랩 제거를 위해 압착기 안으로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등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원인을 조사 중이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은 3일 사고가 발생한 해당 작업 공정에 부분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사고 이후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지침에 따라 울산1공장 전체 라인가동을 중지한 상태다.
김씨는 이날 계획에 없던 청소작업에 투입됐다. 원청인 현대자동차 중역이 해당 작업장을 방문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가 공개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이날 오후 마스타씨스템 관리자가 프레스1공장 조장에게 전화를 걸어 “프레스부서에서 연락이 왔는데 오후 2시께 스크랩 가이드 보강공사를 안전쪽(안전담당자)하고 중역들이 작업한 거 확인하러 나온다”며 “스크랩 떨어진 거 하고 지저분한 거 정리 좀 해 달라고 부탁이 왔는데”라고 말했다. 조장은 “어제(2일) 치워 놨다”고 답했지만 관리자는 재차 청소작업을 지시했다. 김씨를 포함한 마스타씨스템 소속 노동자 3명이 각자 구역을 나눠 오후 1시부터 청소를 시작했다.
김씨 동료 A씨는 “당시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었고 시간 안에 광범위한 구역을 청소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있었다”며 “시간 내에 하지 못하면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생산차질 부담돼 가동중단 못 해”
하청 조장 지시만 언급, 원청 책임 축소?
청소작업 당시 베일러머신은 가동 중이었다. 현대차 안전작업허가서에 따르면 해당 작업은 A등급 고위험군 작업으로 생산설비를 멈추고 작업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생산차질에 대한 부담으로 전원을 유지한 채 해당 업무를 진행해 왔다는 게 하청노동자들의 주장이다. 하청노동자 A씨는 “10분만 라인이 지연돼도 생산차질에 따른 금전적 손해가 발생하게 되니 청소를 위해 라인을 세워 주지는 않는다”며 “전날 청소를 했지만 위에서 시킨 거니까 어쩔 수 없이 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출입문을 통해 출입한 경우 센서에 의해 설비가 자동으로 멈추게 된다”며 “규정대로 정상적인 출입 과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경찰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원청의 책임을 지우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회에 따르면 사고 당일 마스타씨스템은 사고 경위서를 작성해 프레스1공장 조장에게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해당 경위서에는 “조장의 관리·감독 지시로 바닥 스크랩을 정리”했다고 서술돼 있을 뿐 원청 중역 방문 등을 비롯한 내용은 언급돼 있지 않았다.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하지 않은 채 하청업체 조장의 관리소홀로 문제를 축소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은 “현대차 원청은 작업자가 정해진 작업 범위를 벗어난 작업으로 사고가 났다며 사고원인을 왜곡하고 있다”며 “위험의 외주화로 이윤을 극대화하면서 책임을 지지 않는 원청에 책임을 명확히 하는 조항을 포함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원안 훼손 없이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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