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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3-11 10:33
[저소득 비정규 여성노동자 울리는 근로복지공단] "월 100만원으로 가족 부양하는데 집까지 나가라니"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070  


[저소득 비정규 여성노동자 울리는 근로복지공단] "월 100만원으로 가족 부양하는데 집까지 나가라니"
"강제퇴거 철회" 호소에 모르쇠 일관

임선주(37·가명)씨는 지난 2009년 구로직장여성아파트에 입주했다. 텔레마케팅 회사에 다니며 밥 먹듯 야근을 해도 겨우 월 130만원을 받는 처지라 저렴한 집을 얻은 임씨는 뛸 듯이 기뻤다. 그러나 아무리 야근을 하고 생활비를 아껴도 돈은 모이지 않았다. 뇌출혈로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어머니와 폐결핵을 앓는 동생을 부양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임씨의 어머니는 심근경색으로 쓰러졌고, 수술비와 치료비로 1천만원이 나갔다. 임씨마저도 건강 악화로 실직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그런 임씨에게 이달 말까지 아파트에서 나가라고 명령했다. 임씨는 "다른 사람들은 지금껏 자립도 못하고 뭐하고 살았느냐고 할지 몰라도, 월세 아낀 것까지 아픈 가족을 위해 썼다"며 "집까지 내쫓길 상황에 놓이니 하루하루가 무섭고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같은 아파트 입주민인 윤나영(35·가명)씨는 의류생산공장에서 일한다. 윤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미싱 일을 해 왔다. 그가 받은 초봉은 60만원이었고,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100만원 수준이다. 일은 똑같은데 업체는 세 번이나 바뀌었다. 월급을 안 줘서 그만두거나, 회사가 망해서다. 이전 업체로부터는 퇴직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윤씨는 "이쪽 업계는 봄·가을이 일 없는 비수기인데 그때는 그냥 쉬라고 해서 월급이 50만원밖에 안 된다"고 했다. 윤씨는 결국 카드론을 받아 급한 생활비를 메꿨고, 고향 부모님 생활비도 댔다. 빚이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는 "퇴거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도저히 다른 집을 구할 수도 없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공단의 대책 없는 퇴거 명령

근로복지공단은 구로직장여성아파트 입주자 200명 중 거주기간 4년 이상인 입주민 20명에게 이달 말까지 퇴거하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다. 임씨를 비롯한 이들 입주민들은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남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퇴거 중단을 호소했다. 이들은 입주기간 추가연장이나 공공임대시설 연계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단은 1988년 여성노동자의 주거환경 개선과 자립기반 마련을 위해 서울 구로구 등 전국 6곳에 직장여성아파트를 건립했다. 월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50% 이하(2014년 기준 200만원)인 차상위 계층 여성노동자들만 입주할 수 있다. 지난해 구로아파트 기준으로 보증금은 20만~40만원, 월 임대로는 4만6천원에서 7만원이다.

공단은 지난 2011년 직장여성아파트 매각을 추진하다 무산되자, 입주자 운영규정을 개정해 당초 무기한이었던 계약기간을 2년(1회 갱신 가능, 총 4년)으로 제한했다. 대기자가 많아 소수에게만 혜택을 줄 수 없다는 이유였다. 2012년에는 4년 이상 입주한 입주민 12명에 대해 임대기간 요건을 위반했다며 명도소송을 냈다. 대법원이 지난해 9월 공단 승소 판결을 내면서 이들은 강제집행 대상자가 됐다. 강제집행은 이달 말로 연기됐지만 여전히 대책은 없다. 입주민들은 중증질환이나 회사 부도로 인한 실직, 저임금, 체불임금과 가족 부양 문제로 생계 곤란이 심각해 떠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입주민 안예원(37·가명)씨는 "전세대출도 알아봤지만 비정규직 저소득자는 대출 대상자조차 안 되고, 되더라도 정규직 고소득자보다 이율이 높아 감당하기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수익 안 난다고 사업종료 검토

사업 종료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공단은 지난해 현행 2인 1세대를 1인 1세대로 줄여 운영할 수 있도록 운영규정을 변경했다. 대기자가 많다는 이유로 퇴거시키더니 입주민 규모를 줄이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같은해 8월에는 기재부에 '2013년 존치평가 지적사항 및 이행실적 추진경과'를 통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직장여성아파트 사업을 중장기적으로 매각, 사업종료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인천직장여성아파트의 입주가능 인원은 올해 2월 기준 41명이지만, 공단은 4년 이상 거주자들에게 퇴거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복지임대아파트가 사실상 수익성 임대사업으로 전환된 사례도 있다. 한국산업공단은 2004년 저소득 노동자를 위한 복지임대아파트인 초원아파트를 오피스텔로 재건축해 월 임대료를 30만원 수준으로 올리고 입주요건을 저소득 노동자에서 일반 노동자로 변경했다.

김혜선 금천주거복지지원센터 사무국장은 "불안정한 비정규 일자리와 사회안전망이 없어 아픈 가족의 부양까지 짊어지고 있는 취약계층 여성을 공공기관이 수익성 논리로 내쫓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안진걸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대기인이 200명 수준으로 서울시·공단·고용노동부가 합심하면 인근 주택들을 임대해 수용할 수도 있는 만큼 사람을 줄일 게 아니라 임대주택을 확충할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단은 강제집행 의지를 밝혔다. 공단 복지진흥부 관계자는 "2년이면 개인이 자구책을 충분히 마련했을 기간이고 은행 대출안내 책자를 배포하기도 했다"며 "평생 산다고 자립기반을 마련할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제)집행을 할 수밖에 없다"며 "사업종료에 대해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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