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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09-09 11:48
당신들의 노동귀족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365  


김기덕

1. 요샌 싸잡아 노동귀족이라 비난이다. 보수와 진보, 자본과 노동을 가리지 않고 비난이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니 당내 경선에 나선 후보들까지도 한마디씩 내뱉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후보들이 앞다퉈 비난하더니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까지 동참하고 있다.

5일 청주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세종·충북 경선 합동 연설회에서 박용진 후보는 노동계에 제안한다면서 “대공장·정규직·고임금 노동자만을 위한 노동운동이 아닌 노동조합조차 없는 90%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운동, 플랫폼 노동자들·초단기 노동자들 등 새로운 노동형태의 종사자들을 포괄하기 위해 노력하는 노동운동이 돼야” 한다고 연설했다.

계속해서 민주노총은 “대화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고 총파업만 부르짖으면서 스스로 정치적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일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면서,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투쟁조끼가 노동자의 이익을 지켜주지 못”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저버린 투쟁의 머리띠가 민주노총의 권위와 국민적 신뢰를 묶어 주지 않”는다며, “전태일의 풀빵 정신으로 돌아가야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의 권위와 신뢰가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후보의 연설 취지는 오늘 이 나라 노동운동이 대공장·정규직·고임금의 10% 노동자를 위한 것으로서, 중소기업·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를 위해서 활동하고 있지 못하다며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투쟁만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택배대리점주가 택배노조 불법파업과 집단 괴롭힘를 견딜 수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와 관련해 1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인 홍준표 의원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귀족노조의 횡포”라며 비난했다.

홍준표는 “경남도지사 시절 강성귀족 노조와 싸워 이겨낸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는 이 땅에 강성귀족 노조의 횡포로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사람이 없도록 할 것”이라 했다. 최재형은 “귀족노조의 특권과 치외법권을 없애고 노동자를 위한 노조로 되돌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친 땅투기 의혹으로 의원과 대선후보직을 사퇴하기 전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노동개혁을 대선 1호 공약으로 내세우며 “굴뚝시대 투쟁만 고집하는 귀족노조가 죽어야 청년이 산다”고 밝혔다. 요즘 이런 비난의 말을 듣다 보니, 정말로 ‘이 나라에서 노동운동을 주도하는 민주노총 등 노조는 귀족노조로서 온갖 횡포를 부린다’고 여길 지경이다.

2. 그런데 뒤죽박죽이다.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서도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비난이고, 최저임금 인상투쟁에 대해서도 민주노총 차원의 투쟁이라고 비난이다. 민주노총의 투쟁이기만 하면 언제나 귀족노조 운운하며 비난하고 있다. 그러니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등 대공장 노동자들의 임단투에 대해서는 너무도 당연하게 이 나라에서는 귀족노조의 투쟁이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하도 비난을 해 대니 이제 이 나라에선 귀족노조란 말이 색다르게 정의되고 있다.

‘이미 충분한 대우를 누리면서도 지나치게 많은 요구를 하는 노동조합을 일컫는 명칭’이라며, ‘본래는 노동귀족이라고 하는 노조 상층부 간부층, 고임금 노동자를 말하던 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이 나라에서는 귀족노조가 정의되고 있다. 이는 나무위키에 기재돼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문화일보·조선일보에서 보도한 이 나라 노동운동에 대한 비난 기사가 이렇게 나무위키에서 귀족노조의 뜻으로 기록된 것이다.

심지어는 “민주노총이 대한민국 귀족노조의 대표적인 예시로 평가받는다”며 “힘없는 일반 노동자들(특히 비정규직)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으며, 대화는 없고 오로지 총파업으로만 이를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고, “현대자동차그룹 노조는 그야말로 해당 논란의 끝판왕”이라며, “사실상 ‘현기까’가 탄생하게 된 원흉 1순위 중 하나. 현대차의 영업이익률과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노조는 임금과 고용·복지에 대한 상승을 요구하고 있으며, 기아차 노조는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직원들의 조합원 자격을 상실시켜 그들만의 이익을 위한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나무위키는 기록해 놓고 있다.

이런 이 나라에서의 귀족노조의 의의를 읽어 보면, 사용자 자본의 편에 선 언론들이 쏟아 낸 기사들로 채운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박용진 후보 등 대선경선 후보들의 공약과 말로 재생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7월 말 민주노총에 대해 불법집회투쟁을 한다고 비난을 쏟아 냈던 투쟁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한 외주용역업체 노동자의 투쟁, 즉 비정규직 투쟁이었다. 이 투쟁 등으로 민주노총 위원장 양경수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돼 최근 구속됐다. 현대차·기아차 등 대기업·정규직의 임단투로 구속된 것이 결코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내세운 집회시위 금지를 위반한 데 대해 비난이 쏟아졌지만, 그 집회시위는 “감염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일터에서의 죽음과 해고, 차별의 불평등 세상이며 이를 호소하고 해결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었으니(2021년 7월2일 민주노총 논평), 노동귀족을 위해서 한 투쟁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이 투쟁하기만 하면 귀족노조 운운하며 비난이다. 오늘 현대차·기아차 등에서의 임단투를 위해서 민주노총이 불법집회 등 투쟁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현대차·기아차 등 대기업노조의 임단투가 있으면, 싸잡아서 민주노총을 비난한다. 노동자들이 파업과 집회·시위 등을 하기만 하면 그 상급단체가 민주노총이면 비난인 것이다. 도대체가 노동귀족을 위한 귀족노조의 투쟁이 아님이 명백한데도 노동자투쟁이면 뒤죽박죽 비난인 것이다.

3. 노동귀족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나는 찾아봤다. 포털 사전에는 두 가지 의미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 하나는 “노동자계급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고 사회적·정치적 특권을 누리며 소부르주아화돼 부르주아의 사회적 지주가 되는 계층”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조합, 사회민주주의 정책당 및 기타 노동자 단체가 확대되고 기구가 관료화함에 따라 그 지도적 지위에 서서 부르주아의 신임을 받고 노사협조주의·기회주의에 의해 노동자계급을 관료적으로 지배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빗댄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어느 것도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 정규직이라고 해서 노동귀족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진 않다. 가만히 살펴보면 노동귀족이란 계급적 의의로 파악돼 정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사회적·정치적 특권을 가진 소부르주아화한 노동자들을 말하고,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저버리고 사용자 자본과의 노사협조하는 노동관료를 말하는 것이다. 단순히 고임금의 정규직이라고 해서 노동귀족인 것은 아니다.

그러니 귀족노조도 이런 노동귀족이 주도하는 노조여야 하는데 도대체가 이 나라는 아니다. 오늘 이 나라에서 말하는 귀족노조란 특권을 가진 노동귀족도 찾아보기 어렵다. 기껏해야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고 비교적 고용이 안정돼 있는 걸 두고서 사회적·정치적 특권 운운할 수는 없다. 현대차·기아차 등 이 나라에서 대기업노조 조합원이라도 해 봐야 단체협약에서 보장된 고용안정이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것을 조금 상회하는 정도로 단체협약에서 규정하고 있을 뿐, 수십년 동안 노조활동을 통해 거둔 것으로 내세우기에는 부끄러울 지경이다. 냉정히 그 조합원의 노동자권리 수준으로 보자면, 특권은 고사하고 도대체가 그 동안 무엇을 해 온 것이냐고 묻고 싶을 정도이다.

그리고 현대차·기아차 등 대기업의 노조를 두고서 감히 이 나라에서 자본과 계급적 타협을 주도하는 노동관료라고 말할 수는 없다. 2년 임기를 다하면 현장에 복귀해서 일하는 노조간부를 두고서 노동관료라고 말할 수는 없다. 독일 등 한 나라 자본의 신임을 받아 계급타협을 주도하는 노동관료라는 노동귀족과는 너무도 멀다. 금속노조 등 산별노조나 총연합단체인 민주노총 등을 두고서도 노동귀족을 말하기에는 너무도 멀다.

도무지 계급적 타협 운운하기에는 이 나라에서 노동자계급의 대표로서 지위도 인정받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노동귀족이나 귀족노조가 되고 싶어도 이 나라에서 오늘 노동운동은 너무도 보잘 것이 없다. 그런데도 귀족노조를 말하며 이 나라 노동운동을 비난하고 있다.

4. 물론 노동운동 내부에서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노동귀족이니 귀족노조니 하며 비난할 수는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어용노조를 경계하는 말, 사용자 자본과 협잡해서 노동자의 이해를 배신하는 자들을 비난하는 말이지 앞에서 본 사전적 의미로, 본래의 말로 하는 것일 수는 없다.

그야말로 사회적·정치적 특권을 누리면서 자본의 사회적 지주가 돼 계급적 타협을 주도하는 노동관료를 말하기에는 이 나라 노동운동의 사회적·정치적 지위가 너무도 낮은 것임에도 노동운동 내부에서 하는 이런 말을 가져와서 비난은 타당하지 않다. 사실 이 나라에서 노동운동은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지위가 너무도 낮아서 귀족노조라 비난을 받는 것인지 모른다. 사회적·정치적으로 노동자를 계급적으로 대표할 최소한의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당신들은 이구동성이 돼 함부로 비난하는 것 아닐까.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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