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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1-13 20:29
한 번은 실수, 두 번은 습관 그렇다면 8년간 35번은?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412  
한 번은 실수, 두 번은 습관 그렇다면 8년간 35번은?

강빈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한 번은 실수고, 두 번은 습관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반복 횟수가 8년 동안 35번이라면, 우리는 이를 무엇으로 불러야 할까? 본능 혹은 본성?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의 의뢰로 수행한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사고원인 조사연구 중 떠오른 생각이다.

현대중공업은 ‘산재공화국’에서도 악명이 높은 기업이다. 1974년 창사 이래 매년 산업재해 사망자가 발생했고, 최근 집계된 사망자수는 470여명에 이를 정도다. 연평균 10명의 노동자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 ‘창사 이래 000명의 죽음’은 매년 갱신되고 있다.

 대체 현대중공업의 무엇이 사고를 반복하게 하며, 어떻게 해야 노동자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사고원인 조사연구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있는 과정이었다. 연구 중 구체적 사고원인들을 분석할수록 특정 문제들이 반복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사고는 안전수칙이 없거나 지켜지지 않았을 때 반복됐다. 이는 현대중공업의 다단계 하청구조로 인해 기인한 문제다. 현대중공업은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작업공정을 쪼개어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생산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하청기업 노동자들에게 불법파견 성립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하청기업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한다.

 그 결과 같은 공정에 대한 원·하청 간 다른 작업표준에 따라 작업을 하게 됐다. 이는 작업의 통합적인 안전관리를 불가하게 만드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작업에 나서는 노동자들에게 구체적인 안전수칙들이 전달되지 못하게 만든다. 작업 중 준수해야 할 안전수칙이 불분명해 위험이 재생산된 것이다.

둘째, 사고는 노동자들 사이에 소통이 되지 않아 위험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반복됐다. 이 또한 현대중공업의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기인하는 문제다. 현대중공업은 하청업체들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해 원·하청 또는 하청노동자들 사이의 소통이 단절돼 있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 발생한 위험에 대해 노동자들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중장비와 협업을 하는 경우 중장비 운용자와 상호 소통하며 위험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나, 필수적인 중장비 운용마저 자회사로 외주화한 상태이기에 소통에 중대한 제한이 발생한다. 만일 중장비 운용자에게 정확한 정보만 전달됐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가 많았다. 결국, 소통 차단으로 위험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것이다.

셋째, 사고는 현대중공업이 극히 짧은 공정기간을 설정해 반복되고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공정기간 단축을 강요한다. 이로 인해 야간 및 기상 악화 상황에서도 작업이 강행되며, 안전설비가 설치되지 않았는데도 작업이 시작되기도 한다. 특히 짧은 공정기간을 준수하기 위해 여러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혼재작업이 자주 수행된다.

 또한 하청기업의 경우 재계약을 위해 현대중공업이 요구한 공정기간을 준수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린다. 이로 인해 하청노동자일수록 짧은 공정기간으로 인한 위험에 더 노출되며, 더 많은 사고를 당하게 된다. 35건의 중대재해 중 하청노동자 사고가 26건인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8년간 35건의 중대재해라는 결과는 결코 우연이나 개인의 부주의로 환원될 수 없다. 문제들이 반복되도록 하는 ‘구조적 원인’이 있을 것이며, 이를 통제해야만 변화할 수 있다. 결국 그 구조적 원인은 ‘자본의 이윤추구’에 있다고 본다. 현대중공업이 다단계 하청구조를 만들고, 공정기간을 최소화하려는 이유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생산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여기에서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결국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의 생명을 착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현대중공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서부발전은 고(故) 김용균을, 한국전력은 고(故) 김다운을 희생시켰고,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순간에도 어느 작업현장에서 이윤을 위해 또 한 명의 노동자가 희생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려면 구조적 원인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시행을 목전에 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법률의 제정 및 엄격한 법 적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도들 또한 그 노력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법정에서, 거리에서, 지면에서 현실을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이윤을 위한 누군가의 희생이 당연하지 않을 세상이 될 것이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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