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갑을오토텍 회사측의 시설보호요청을 받고 출동한 경찰이 금속노조 충남지부 조합원들의 공장 출입을 가로막고 있다
특전사·경찰 출신 갑을오토텍 신입사원들 쟁의행위 중인 금속노조 조합원 집단폭행
'때리고·부수고·욕하고' 무법천지 된 공장 … 경찰 "체포요건 안 돼 체포 못한다" 수수방관
백주에 노동자가 노동자를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폭행 당시 정황을 보여 주는 사진이나 동영상 자료도 충분하다. 그런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폭행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았다. 가해자를 비호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충남 아산 소재 자동차 부품업체 갑을오토텍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회 조합원 20여명 중경상=18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께 이 회사 신입사원 50여명이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느닷없이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당시 정황이 담긴 동영상 자료에는 신입사원들이 지회가 게시한 선전물을 강제로 뜯어내고, 지회 조합원의 따귀를 때리거나 발길질을 하고, 제품을 담는 데 쓰이는 플라스틱 박스를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신입사원이 당시 상황을 촬영하던 조합원에게서 휴대폰을 빼앗아 부순 뒤 욕설을 하는 장면도 나온다. 겁에 질린 조합원들이 항의조차 하지 못한 채 다른 조합원이 얻어맞는 모습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쳐다보는 장면도 있다.
지회는 회사와의 임금교섭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것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조업과 파업을 반복하는 형태의 부분파업을 진행 중이었다. 신입사원들은 이를 문제 삼으며 폭행을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지회 조합원 20여명이 뇌출혈과 얼굴뼈 함몰 등의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폭력을 행사한 신입사원 중 20명은 육군 특전사 출신, 13명은 경찰 출신이다. 특공무술로 단련된 유단자들이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지회는 “회사가 지회를 약화시킬 목적으로 군경 출신 용병을 채용했고, 이들이 지금까지 수차례 지회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지회 주장이 사실이라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고용노동부 천안지청과 검찰이 올해 4월부터 갑을오토텍의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두 달이 넘도록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조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 노동부 천안지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직원들끼리 심각한 폭력사태가 벌어졌는데도 회사측은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회사측 관계자는 “현장을 보지 못해 입장을 말하기 어렵다”며 발을 뺐다. 회사측은 경찰에 시설보호를 요청한 상태다.
◇현행범 안 잡고 시설만 보호하는 경찰=폭력사태가 발생한 뒤 경찰이 보여 준 대처는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관할서인 아산경찰서는 지회 사무실에서 폭력장면이 담긴 동영상 자료를 보고도 현행범을 체포하지 않았다. 지회가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경찰은 “체포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해명만 되풀이했다. 경찰이 말하는 체포요건이란 ‘사건의 중대성·필요성·긴급성’을 말한다.
경찰은 특히 “(담당 검사인) 천안지검 박아무개 검사가 체포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누가 봐도 명백한 폭력사태가 벌어졌는데도 담당검사까지 나서 현행범 체포를 가로막았다는 얘기다.
경찰의 황당한 행보는 폭력사태가 벌어진 다음날까지 계속됐다. 경찰은 물리적 충돌 방지와 회사측 시설보호 요청을 이유로 경력을 4개 중대에서 14개 중대로 늘렸다. 경찰은 폭력사태 소식을 듣고 찾아온 지역 노동자들의 정문 출입도 막고 있다.
한편 충남지방경찰청은 이번 폭력사태와 관련해 충남경찰청 제2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CCTV 녹화영상을 토대로 관련자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본부를 설치하기는 했지만 현행범 체포가 아니라 신입사원과 지회 사이의 노노갈등으로 몰아가려는 정황이 벌써부터 포착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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