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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5-30 15:40
[단독] 하루 만에 ‘인용→기각’ 판정 통보, 얼빠진 경기지노위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72  
판정 당일 ‘인정’ 문자 보냈다가 다음날 ‘기각’ 정정 … 지노위 “단순 실수” 신청인 “중대한 착오”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로 구제를 신청한 노동자의 청구를 기각했는데도 ‘인용’됐다고 잘못 통보했다가 뒤늦게 정정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경기지노위는 담당 조사관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알림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인다.

‘관행’ 문자메시지 알림 오발송 ‘초유 사태’

2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지노위는 중국의 로봇·2차전지 제조업체인 R사의 한국법인에서 상근고문으로 일하다가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A씨가 청구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서 지난 26일 ‘기각’ 판정했다. 그런데 신청인인 A쪽은 이날 오후 8시께 “심판위원회가 ‘인정’ 판정했음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기각 판정이 ‘인용’으로 잘못 공지된 것이다. 오발송된 문자메시지에는 사건번호와 사건명은 그대로 있었고, 판정 결과만 바뀌어 있었다.

경기지노위는 12시간이 지나서야 오류를 인지하고 판정 결과를 정정했다. 담당 조사관은 27일 오전 8시께 “죄송하다.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 관련 심판위원회가 ‘기각’ 판정했으나 어제 결과 알림이 잘못 발송됐다”며 “심판위원회가 ‘기각’ 판정했음을 정정해 보내드린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조사관은 신청인(A씨)과 피신청인(R사) 모두에게 전날 잘못된 판정 결과를 알렸다가 시정했다.

심판회의 판정 결과를 문자메시지 알림으로 발송하는 것은 관행으로 굳어진 제도다. 심판회의 다음날 판정 결과를 알려주다가 당일 통보로 시스템이 바뀌면서 도입됐다.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3명)이 참여하는 심문회의를 거쳐 ‘판정회의’가 끝난 뒤 담당 조사관이 전산에 입력된 판정 결과를 웹(WEB) 문자메시지에 입력해 예약하면 당일 오후 8시께 사건 당사자에게 통보되는 방식이다.

문자메시지 발송은 법령에 규정돼 있지 않지만, 당일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활용돼 왔다. 판정 결과는 ‘공문’ 발송이 공식적이다. 노동위원회규칙에 따르면 노동위원회는 부문별 위원회의 의결 결과를 의결일 다음날까지 전화·전자우편(이메일) 등 방법으로 알려줘야 한다. 판정문은 판정회의 종료 후 30일 이내에 서면으로 통보된다. 당일 문자메시지 발송과 함께 다음날 서면으로 결과를 통보하는 방식이 병행되는 셈이다.

경기지노위 “단순 착오” 해명, 재발 방지는 ‘교육’

A씨 사건도 26일 오후 2시40분께 심문회의를 시작해 5시간20분 만에 판정 결과가 문자메시지로 통보됐다. 하지만 담당 조사관이 판정 결과를 잘못 입력하고 그대로 퇴근하는 바람에 다음날에서야 오류를 수정해야 했다. 조사관은 ‘단순한 실수’였다는 입장이다. 그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완전한 단순 착오다. 전산 결과를 붙여쓰기를 하다가 (판정 결과를) 잘못 입력했다”며 “진짜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다음날 아침 바로 문자메시지를 정정해 보냈고, 신청인쪽에 죄송하다고 전했다”고 해명했다.

A씨쪽은 문자메시지 오발송의 원인으로 심문회의 결론이 뒤바뀌지 않았을지 의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기지노위는 판정회의 이후 결과가 번복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판정회의에서 근로자위원만 인용 의견을 냈고,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 3명은 ‘기각’ 의견을 내 최종 기각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경기지노위 심판과장은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의견이 갈렸고, 결정권이 있는 공익위원들이 근로자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판정 결과가 잘못 통보된 경우는 거의 없다고 인정했다. 심판과장은 “20년 가까이 감독관 생활을 했는데, 이런 경험은 없다”며 “사건 당사자 모두 당혹스러웠을 것 같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심판과장은 본지 질의 이전까지 문자메시지 오발송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 “전날 잘못된 문자메시지 발송 사실에 대해 결재받지 못했다”고 했다. 조사관이 과장 결재 없이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것이다. ‘해당 조사관에 대한 징계 사안이라고 보나’라는 본지 질문에 심판과장은 “징계까지는 아니고 조사관들 상대로 철저히 교육하고 주의를 주겠다”고 했다.

신청인쪽 “합리적 이유 없이 뒤바뀐 판정 통보”

하지만 A씨쪽은 심문회의 진행상황을 봤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판정이라는 입장이다. A씨를 대리한 강가원 공인노무사(하담노동법률사무소)는 “심문회의 때 사용자쪽 내에서도 엇갈린 주장을 하는 등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어떠한 합리적인 이유도 듣지 못한 채 번복된 판정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 현실이, 종속적인 지위에 있는 근로자들의 근로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심판위원의 태도도 지적했다. 강 노무사는 “한 공익위원은 심문회의에서 진술하고 있는데 가방에서 면봉을 꺼내더니 귀를 후볐다”고 했다.

노무사들은 판정 문자메시지 오발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영훈 노무사(노무법인 오늘)는 “오후 8시에 문자메시지가 누락돼 오지 않는 경우는 있지만, 판정 결과를 잘못 보내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며 “단순히 해프닝이라고 하기에는 중대한 실수”라고 꼬집었다. 하은성 노무사(샛별노무사사무소)는 “판정회의가 끝난 뒤 결과가 뒤바뀌는 경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도 “담당 조사관이 문자메시지를 예약으로 발송한 뒤 퇴근하기 때문에 잘못된 결과가 그대로 발송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사태와 유사한 일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있었다. 김유경 노무사(노무법인 돌꽃 대표)는 “부당전보 사건의 심문회의가 끝나고 오후 9시께 ‘기각’됐다고 문자메시지가 왔다가 바로 ‘인용’으로 정정됐다”며 “심문회의가 몰린 게 원인이라면 노동위 시스템을 점검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근로자성’ 못 넘은 판정, 재심 청구 계획

하루 만에 뒤바뀐 판정 결과를 통보받은 A씨쪽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즉각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A씨는 지난해 4월 R사 한국법인에 입사해 1년간 ‘자문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던 중 올해 계약 종료일(3월31일) 이전인 2월18일 일방적으로 계약이 해지됐다. 그는 용역계약서상 자문업무 외에도 신규 고객사 영업 및 접대, 자사 신제품 소개 등 업무를 지시받아 수행했다. ‘고문’인 탓에 노동위원회에서는 근로자성이 쟁점이 됐다. A씨쪽은 △6개월간 수습기간 적용 △주 5일 출퇴근 △작업방식과 근로장소 지정 △급여명세서 교부와 상여금 특정 등을 이유로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A씨쪽은 목표 달성에 대한 평가 기준 등이 없이 ‘저성과자’란 이유로 계약이 해지됐다고 주장했지만, 경기지노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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