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6-01 07:25
화력발전소 폐쇄 예정지에 모인 노동자·시민 “총고용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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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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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창원서 ‘정의로운 전환 대행진’ … 노동자·지역주민 “정부, 대책 마련해야”
석탄화력발전소가 집중적으로 문을 닫는 충남과 경남에서 노동자·시민이 발전소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권영국 후보 “폐쇄 발전소 노동자·지역주민 외롭게 두지 않을 것”
31일 오후 충남 태안군과 경남 창원시에서 각각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자·시민 대행진’이 진행됐다. 태안에서 1천500여명이, 창원에서 1천여명의 노동자·시민이 참여했다. 행사는 노동·환경·사회단체와 노동당·녹색당·민주노동당·진보당이 참여하고 있는 ‘정의로운 전환 2025 공동행동’이 주최했다.
충남과 경남은 지난 2월 정부가 확정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폐쇄되는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이다. 2038년까지 문을 닫는 37기 석탄화력발전소 중 22기(59.5%)가 충남(태안 8·보령 6·당진 8)에, 10기(27%)가 경남(삼천포 4, 하동 6)에 자리잡고 있다. 이 중 태안화력발전소는 올해 말부터 1호기 폐쇄가 시작한다.
전국각지에서 모인 태안 행사 참가자들은 태안버스터미널에서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까지 행진했다.
행진에 앞서 태안버스터미널 앞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폐용지로 만든 손피켓에는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이라고 쓴 문구가 자주 등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기후위기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동의하지만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인 노동자의 고용전환도 함께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의 삶이 파괴되지 않도록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내자는 요구다.
김은정 기후위기 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향후 10년간 석탄화력발전소의 절반 이상이 문닫을 예정인데 산업공학적 셈법은 있어도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며 “발전노동자의 삶을 이어 갈 고용대책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은 국가가 재생에너지발전소를 지어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를 고용하라고 촉구했다.
발전노동자가 속한 공공운수노조 엄길용 위원장은 “정치권 주장대로 민간이 재생에너지발전을 장악할 경우 공공성이 사라져 전기민영화가 가속화하고 발전노동자의 고용과 삶은 더욱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재생에너지가 재벌과 투기자본의 돈벌이가 아닌 공공재생에너지가 되도록 노조가 앞장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용기 있게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동의한 발전노동자의 삶을 지키는 것이 기후위기 출발이어야 한다”며 “그들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햇볕과 바람마저 자본의 이윤추구 수단이 되지 않도록 함께 싸우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신규인력을 뽑지 않는 게 유일한 고용충격 대책 같아”
집회 뒤 행진 도중 터미널사거리에서는 참가자 모두가 도로에 눕거나 눈을 감는 다이-인(die-in)상징 행동을 벌였다. 극심한 기후재난과 부정의한 에너지전환이 시민과 노동자의 삶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경고다.
공공운수노조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노동자 2천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추산한다.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어느 곳도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조정 예상치나 일정을 내놓지 않고 있어 노조가 고용현황에 기초해 추측할 뿐이다. 그러는 사이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고조하고 있다. 올해 말부터 태안화력발전소 1호기 폐쇄가 진행한다.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정부의 대책을 보며 발전노동자들은 회의감마저 느끼고 있다. 발전사 협력업체 노동자인 박종현 공공운수노조 금화PSC지부 사무국장은 “조합원들을 독려해 행진에 참여했고, 함께 연대하는 시민들을 보며 기운도 나지만 불안감도 크다. 무엇이 바뀔까 하는 시선도 있다”고 토로했다. 발전소 폐쇄계획은 2016년부터 정부차원에서 논의됐지만 발전공기업과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협의체를 꾸린 건 지난해 12월부터다. 박 사무국장은 “충남도는 노동자 고용전환 등을 지원한다며 정의로운 전환기금 100억원을 조성해 놓고 간판을 바꾸고 가로수길 교체하는 데 그 돈을 썼다”며 “태안은 기금을 모두 소진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디에 쓰인 건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함께 행진하는 동료들 모두 20·30대라 10년 뒤 발전소가 폐쇄해도 한참 일할 나이”라며 “회사나 정부, 지방자치단체 어느 곳 하나 뚜렷한 정책이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답답해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박종현 사무국장은 폐쇄가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협력업체가 인력채용을 중단해 현장 노동자들의 업무가 과부하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박 사무국장은 “10명이 할 일을 7명이서 하는 수준”이라며 “회사는 발전소가 폐쇄하면 그쪽 인력을 다른 데로 보내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고용충격을 상쇄할 대책은 이외에 전무하다”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은 “일자리, 발전소 하나 보고 태안에 온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지면 대부분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인구유출이 계속하고 있는데도 손을 놓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도 답답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정부차원에서 재정 지원이나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진을 지켜보던 태안군민들은 화력발전소 폐쇄는 알고 있었지만 지자체나 정부 차원의 대책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들 역시 발전소 폐쇄가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지지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이인 의식을 지켜보던 태안여고 학생 김지연(가명)양은 “지난해에도 행진을 본 기억이 있다”며 “지역에서도 발전소 폐쇄를 걱정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태안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안경가게를 운영하는 김상운(53)씨는 “정부나 태안군, 충남도에서 소상공인이나 주민을 지원하는 대책은 들어보지 못했다”며 “국가가 발전소 폐쇄로 영향받는 주민이나 발전소 노동자를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태안군은 지난 3월 인구가 6만명 밑으로 떨어지면서 인구감소 가속화가 우려되는 지역 중 하나다. 택시기사인 이주태(65)씨도 “한때 8만5천명이던 태안군 인구가 지금은 5만명대”라며 “지역경제가 안 좋은 것을 실감하고 소상공인도 인구 유출을 무척 걱정한다”고 전했다. 이씨는 “충남에 화력발전소가 너무 많아 공기 질이 수도권만큼 나쁘다. 솔직히 원주민 입장에서 화력발전소 폐쇄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만은 어렵다”며 “하지만 인구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존 설비나 시설을 재생에너지나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동행동은 다음달부터 국가가 재생에너지를 발전·공급할 의무를 담은 공공재생에너지법(가칭)등의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할 예정이다. 8월께는 발전노동자 파업이, 9월에는 기후정의행진을 통해 공공재생에너지와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을 촉구하는 행동을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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