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6-02 08:11
서울시, 통상임금 대책 내놓은 게 ‘포괄임금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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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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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근로시간 단축 없는 소정근로시간 축소 방안 제출 … 노조 “대법 전합 판결 무력화, 임금 올라야”
서울시 버스노사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통상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임금조정이 핵심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와 사용자쪽이 강화한 포괄임금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실노동시간 단축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줄여 임금총액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절대 수용불가 입장으로 임단협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상여금 기본급화한 뒤 임금총액 유지”
1일 서울시 버스노사 단체협약을 보면 “회사는 재직하고 있는 종업원에게 연 600%의 정기상여금을 연 6회에 나눠서 지급하되, 입사일로부터 6개월간은 지급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통상임금 요건 중 하나였던 고정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재직과 근무기간 요건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 버스노동자들의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상황이 달라졌다. 재직자나 일정기간을 근무한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이 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 버스노동자들의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은 자동으로 오르는 상황이 됐다.
노조는 대법원 판결대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사용자쪽은 ‘임금체계 개편’을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사용자와 서울시가 내놓은 임금체계 개편 방안은 상여금을 기본급화하되 지금의 임금총액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통상임금이 기본급이 되면 임금은 자연스럽게 올라야 하는데도 총액이 유지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유재호 노조 사무부처장은 “조합원들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설명을 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루 소정근로 9시간→7시간, 야간소정근로 50% 감축
서울시와 사쪽이 내놓은 방안을 자세히 보면 함정이 있다.
사쪽의 방점은 ‘기본급’이 아닌 기본급‘화’에 찍혀 있다. 정기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산입하겠다는 게 아니다. 정기상여금 상당액을 각종 수당에 넣어 임금총액을 맞춘 뒤, 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소정근로시간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 버스업체들은 주간 5일은 하루 근무시간을 기본근로 8시간과 연장근로 1시간을 포함한 9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야간근로를 오전조 근무자는 두 시간, 오후조 근무자는 3시간을 추가한다. 운행 특성상 오전·오후 근무 중 9시간에 미달되거나 초과되는 근로시간 분은 일 단위로 계산하지 않고 월 단위로 상계해 근무시간 중 휴식시간을 준다. 연장근로에는 시급의 150%를 지급하고 있다. 연장·야간수당 등을 미리 정해진 금액으로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다.
그런데 서울시와 사용자들은 실근로시간 단축 없이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려고 한다. 하루 기본근로시간을 7시간으로 축소하고, 야간근로는 오전조와 오후조를 각각 1시간과 1시간30분으로 절반을 줄이는 방안이다. 이렇게 하면 정기상여금을 각종 수당에 넣어도 임금인상 효과는 사라진다. 노조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무력화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장시간노동과 공짜노동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포괄임금제 규제를 추진하다가 실패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포괄임금제 금지 명문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세아베스틸 노동자들을 대리해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이끌어 낸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는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포괄임금으로 엮고 임금 산정 시간을 조정하면 상여금을 제외하고 임금총액은 유지할 수 있다”며 “버스회사에서는 실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워서 포괄임금제를 실시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양한 법기술이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 “임금인상 불가피 인정해야”
서울시버스노조는 부산 시내버스 노사합의를 최저선으로 보고 있다. 부산버스 노사는 정기상여금과 하계휴가비를 폐지하고, 이를 기본급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했다. 정기상여금과 하계휴가비 상당의 금액을 모두 시급으로 넣고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계산했다. 한 달 노동시간을 209시간으로 정하고 시급에 반영했다. 총액 기준 10.48%이 인상됐다. 정기상여금 포함분을 제외한 올해 임금인상분은 9%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사쪽이 임금인상률을 낮추고 싶다고 해도 대법원 판결로 되찾게 된 노동자들의 권리를 무시하는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냐”며 “판결로 인한 임금인상분은 모두 인정하되, 향후 3년간 임금인상률을 제한하는 방식을 갖고 오는 게 그나마 대화라도 해 볼 수 있는 방향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급여력이 없다’는 사쪽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023년 시작한 서울시 버스노사 통상임금 소송의 사쪽 준비서면을 보면 서울시는 대법원 판결로 인해 추가 지급될 임금은 지원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고, 사쪽도 이를 서울시에서 받아낼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사쪽은 “통상임금 변동이 생겨 피고가 지급할 임금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사후적으로 이를 보조해 주지 않고, 지원받을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시의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추가지급될 임금을 서울시가 지원할 수 있다. 조례 8조2항은 “매년 변동되는 비용(직종별 임금인상률, 물가상승률 및 법이나 제도 등의 변경에 따라 변동된 비용을 포함한다)은 그 해에 산정·반영한다”고 나와 있다. 문성덕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은 “버스노동자 임금인상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법리가 변경되면서 인상하게 되는 것이라 조례에 따른 근거가 있다”며 “근거가 없어서 못 받아내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해도 회사 지급능력은 문제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본부와 민주버스본부 서울지부 등은 “사모펀드가 서울 버스회사를 사들여 매년 400억~500억원씩 주주에게 배당해 왔고, 2022년 미처분 이익잉여금도 4천704억원이 있다”며 “사모펀드가 이익잉여금을 풀어 버스노동자 임금을 지급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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