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6-05 13:55
‘K-민주주의’ 한국, 글로벌 노동권은 ‘최하위 5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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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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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총(ITUC)이 2025년판 ‘글로벌 노동권 지수(Global Rights Index)’를 발표하며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쿠데타가 진행 중”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보고서는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 단체교섭권, 파업권, 표현의 자유 등을 기준으로 151개국의 노동권 보장 수준을 평가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의 국가 중 87%에서 파업권이 침해되고, 80%에서는 단체교섭권이 보장되지 않으며, 75%는 노동자의 노조설립 및 가입 권리를 배제하고 있다. 합법적 노조 등록이 방해받는 국가는 74%, 표현과 집회의 자유가 제한된 국가는 45%에 달했다. 노동운동가와 조합원이 구금 또는 체포된 국가는 47%에 이른다.
ITUC는 올해 보고서에서 “2025년은 유럽과 미주 지역이 조사 이래 최악의 점수를 기록한 해”라며, 단 7개국만(오스트리아·덴마크·독일·아이슬란드·아일랜드·노르웨이·스웨덴)이 최상위인 1등급(노동권 침해가 거의 없는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4년 지수 발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올해 ‘노동자에게 가장 위험한 10개국’에는 방글라데시·벨라루스·에콰도르·이집트·에스와티니·미얀마·나이지리아·필리핀·튀니지·튀르키예가 포함됐다. 특히 나이지리아는 최초로 최악의 10개국에 포함됐다. 노조 사무실에 대한 경찰 급습, 조합원 체포, 파업 불법화 등의 국가 폭력이 보고됐다.
미얀마에서는 쿠데타 이후 151명의 조합원이 체포됐고, 일부는 고문·사망·실종 등의 인권침해를 겪었다. 튀니지와 이집트에서는 노조 지도자들에 대한 자의적 체포와 디지털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필리핀에서는 정부가 조합원을 ‘공산 반군 연계’로 낙인찍는 ‘빨갱이 낙인’을 지속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탈리아 극우 정권은 도로와 철로를 차단하는 시위와 파업을 범죄행위로 간주해 최대 2년까지 실형에 처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핀란드 의회 역시 파업권 제한과 노조활동 위축을 법제화했다. 핀란드는 정치파업을 24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연대 파업권을 축소시켰다. 그리고 해운·운송 부문을 ‘필수공공서비스’로 지정해 파업권을 제한했다.
조직의 외부 재원을 ‘외국 세력의 영향’으로 규정하고, 이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이른바 ‘외국 영향법’이 확산 중이다. 조지아·러시아·홍콩 등은 국제노총·국제인권단체와의 연대를 ‘외세와의 결탁’으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최대 20년형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ITUC는 이를 “노동운동을 ‘비애국적 세력’으로 낙인찍는 국가 주도의 전략”으로 규정했다.
그럼에도 일부 국가에서는 노동권 확장을 위한 성과도 있었다. 코트디부아르의 DHL 노동자들은 사상 처음으로 노조를 구성했다. 캐나다 의회는 공중의 보건과 안전, 그리고 사용자 재산권에 위험을 가하지 않는 한 파업시 대체인력 투입을 금지하는 법(anti-scab law)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2025년 글로벌 노동권 지수에서 한국은 최하위 등급인 ‘5등급(노동권 보장 없음)’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와 기업이 단체교섭을 회피하고, 사용자 편향 노조 또는 비대표기구와 협약을 체결하거나 협약 자체를 무시하는 사례가 잦다고 지적했다.
특히 단체협약 미이행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으며, 교섭 자체를 지연하거나 아예 응하지 않는 방식의 노동기본권 침해가 빈번하다고 분석했다. 어용노조 또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제도를 활용해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도 포함됐다. 또한 파업권 제한, 경찰력 투입, 손배소 남용, 그리고 정부의 필수공익사업 지정 확대 등으로 인해 사실상 파업권 자체가 무력화되고 있다고 지적됐다.
ITUC 루크 트라이앵글 사무총장은 “지금은 세계 부의 절반을 1%가 장악한 상황”이라며 “노조는 세계 최대의 민주적 사회세력이며, 이를 약화시키려는 시도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노동자들의 집단적 힘이야말로 이 흐름을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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