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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6-23 10:23
[단독] 육아휴직 끝나가자 ‘300킬로’ 원거리 발령 낸 메리츠캐피탈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8  

복직 두 달 앞두고 광주→서울 인사발령 … 전국서 여직원 비슷한 조치, 여러 명 퇴사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인 메리츠캐피탈이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노동자에게 300킬로미터 떨어진 서울로 발령을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에 거주하는 노동자는 사실상 ‘퇴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고, 사용자쪽도 사실상 퇴사를 권유했다.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를 금지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전보 거부, 노동청 진정하자 생소 업무 제안

2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메리츠캐피탈은 육아휴직을 사용 중인 광주중고차지점 직원 A(40)씨를 서울의 중고차운영팀으로 인사발령을 냈다. 2016년 입사해 금융·여신 관련 사무업무를 담당한 A씨는 지난해 4월부터 다음달 2일까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 중에 있었다.

갑작스러운 인사발령은 복귀 두 달여 남은 지난달 이뤄졌다. 정작 휴직자에게는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A씨가 육아휴직 연장 관련한 내용을 문의하자 그제야 인사발령 얘기가 나왔다. 인사총무팀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문자메시지를 보내 육아휴직 및 퇴사 관련해 결정된 내용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면서 A씨가 문의하자 소속·직급을 중고차운영팀 대리라고 알려주며 근무지는 서울 신도림에 있다고 했다. 본사 관계자는 서울 근무시 월 50만원 한도 내에서 월세 지원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A씨는 육아휴직 당시 조직개편 사실을 전혀 몰랐다가 퇴사한 직원이 알려줘서 그제야 알았다고 한다.

이제 갓 돌이 지난 아이를 혼자 두고 서울로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A씨가 퇴사를 거부하고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자 회사는 돌연 다른 조건을 제시했다. 같은 지점에서 ‘영업직’으로 전환하거나 광주 지역 내 다른 지점의 ‘산업금융 서무업무’를 제안한 것이다. A씨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A씨는 “사무업무만 하던 직원이 한순간에 영업을 뛰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이고, 영업직원도 이미 포화상태였다”며 “근처 지점의 산업금융 서무업무 역시 사무업무와는 많이 달라 이행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법적인 절차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회사 뜻대로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다수 여성직원 비슷한 처지, 못 견디고 퇴사 잇따라

문제는 A씨 같은 일방적인 전보 조치가 전국 각 지점에서 이미 반복됐다는 점이다. 강제 전보발령을 통보받은 직원들은 모두 6~9년간 근무한 경력자였는데도 육아휴직 복귀 시점이 다가오자 인사발령이나 퇴사를 강요받았다. 약 9년간 광주중고차지점에서 일하다가 2023년 6월부터 육아휴직을 사용한 B씨는 지난해 9월 서울로 인사발령이 나자 올해 2월 퇴사했다. 전주중고차지점에서 6년여간 근무한 C씨도 같은 기간에 인사발령으로 올해 3월 회사를 그만뒀다.

최소 2명이 육아휴직 이후 퇴사한 상황이다. 육아휴직 중에 인사발령이나 퇴사를 강요받은 직원은 3명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중고차지점에서 일하다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한 D씨는 서울 전보발령이나 퇴사 중 선택할 것을 강요받았다. D씨도 퇴사를 고민 중이다. 대구중고차지점 직원 E씨는 둘째 자녀의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복귀하자마자 3개월 만에 조직개편을 통보받았다. 게다가 첫째 자녀의 육아휴직을 추가로 쓰려고 하자 회사가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퇴사 서류까지 챙겨갔다고 한다.

노동청 진정 “남녀고용평등법상 ‘불이익 처우’”

A씨는 회사가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 등을 위반했다며 이달 5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A씨쪽은 “회사는 A씨의 정당한 육아휴직 사용에 대해 광주중고차지점에서 서울중고차운영팀으로 인사발령했다”며 “근무장소와 직종이 특정된 근로자에 대해 다른 장소로 근무지를 변경하도록 하는 것은 근로자 동의 없이 이뤄진 것일 뿐만 아니라, 육아휴직 이후 휴직 전과 동일한 업무 또는 직무에 복귀시키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인사발령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뒤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 육아휴직 복귀 예정자에 대한 ‘사직 강요와 타지역 인사발령 통보’는 직장에서의 지위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에 해당하는 게 A씨쪽 주장이다.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의 해당 조항을 사용자가 위반한 사실이 적발되면 각각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쪽 “업무 효율화 조직개편, 육아휴직 무관”

A씨는 당초 이달 25일까지였던 육아휴직 기간을 다음달 2일까지 연장을 요청한 상황이다. 하지만 회사의 답변은 없고, 근무지를 두고도 협의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A씨는 “지금 회사에서만 내년이 10년차인데 이런 일(인사발령)을 당해서 아이를 키우면서도 스트레스가 엄청 많았다”며 “복직 시점에 또 퇴사 강요까지 당하니 정신과 상담이라도 받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아이한테 혹시 영향이 갈까 봐 걱정이 많이 된다”고 호소했다.

A씨를 대리한 박영민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는 “저출산 문제로 국가에서는 육아휴직의 사용을 장려하고 있으나 여전히 육아휴직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는 육아휴직 사용에 따른 불이익 처우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위반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조직 차원에서 육아휴직 사용을 제한하는 경우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메리츠캐피탈 사용자쪽은 ‘업무 효율화’를 위한 조직개편이지, 육아휴직 사용자에 대한 불이익을 주려는 차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사쪽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육아휴직 유무와 관계없이 지난해 조직개편으로 전체 업무가 변경됐다”며 “안내한 근무지나 업무 등도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당 직원이 노동청과 면담하고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할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퇴사 강요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직원이 퇴사시 보상 같은 걸 문의할 수는 있겠지만, 퇴사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이라고 해명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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