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6-24 09:24
[아리셀 참사 1년] ‘숨진 노동자’가 발열검사 생략 지시했다는 아리셀
|
|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0
|
박중언 “연구소장이 전지 분류해 진행 결정” … 아리셀 부자, 책임 회피로 일관
“피고인은 2024년 6월4일께 발열전지가 식으면 정상제품으로 분류해서 후속공정 진행하라고 지시했나요?” (재판장)
“제가 아니고 김병철 연구소장과 김남협 생산품질팀장이 협의해서 (후속공정 진행을) 결정한 것입니다.”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이 지난 18일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 열린 피고인신문에서 이 같이 발언하자 방청객에서는 유족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박 총괄본부장은 리튬전지 발열 검사의 생략을 자신이 지시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 목숨을 잃은 김병철 연구소장과 김납협 팀장이 전지 생산을 결정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아리셀은 폭발 위험성이 큰 리튬전지의 발열검사를 손으로 쥐어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가 사고 직전 물량을 늘린다며 이마저도 생략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본부장은 끝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장이 “(연구소장 등이) 피고인에게 (후속공정 진행에 관해) 보고하지 않고 결정했나”라고 재차 물었지만, 박 총괄본부장은 “기술적으로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연구소장에게 권한을 위임했다”고 답했다. 발열검사 생략에 대해 일체 보고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재판 내내 화를 참지 못했다. 김병철 연구소장의 아내 최현주(54)씨는 아직 회사와 합의하지 않은 상태다. 그는 이날 재판 이후 새벽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 변호사에게 전화해 “사자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없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8개월째 1심 진행, 박순관 대표 “경영책임자 아냐”
노동자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화재 참사가 1년이 됐다. 유족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박순관 전 아리셀 대표(현 에스코넥 대표)와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의 사과는 없었다. 박 대표는 지난해 9월24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두 번째로 구속됐다. 그해 10월21일부터 재판이 시작돼 20차례 공판이 진행됐다. 그 사이 올해 2월 박 대표는 보석으로 석방됐다.
재판은 회사 관계자 등 증인신문을 거치며 종반을 향해 가는 상태다. 핵심 쟁점은 ‘진짜 사장이 누구인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하도록 한다. 검찰은 등기부등본상 아리셀 대표이사이자 모기업 에스코넥 회장인 박순관 대표를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로 특정했다.
실제 박 대표의 경영책임자 지위는 재판에서 상당히 입증된 상태다. 박 총괄본부장은 주간업무보고를 통해 박 대표에게 인력 충원·계약 사항·조직개편 등 회사 핵심 운영상황을 보고했다. 박 대표는 이메일을 통해 “품목을 세분화하고 아이템별로 원가 절감 목표를 수립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2022년 파견 직원의 손가락 절단 사고를 은폐하는 과정에서도 박 대표는 박 총괄본부장에게서 “한신다이아(인력파견업체)에 일부 위자료 협의 및 지급 예정”이라는 내용의 보고를 받고 승인했다.
경영책임자 회피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전략”
그러나 박 대표쪽은 경영책임자를 재판 내내 부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25일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박 대표를 변호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는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이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라며 “피고인(박 대표)은 모회사 에스코텍 대표로서 아리셀에 대한 일정 부분을 보고받았을 뿐 경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단지 등기상 대표일 뿐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책위쪽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전략이라고 비판한다.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장인 신하나 변호사는 “박 대표쪽은 업무지시를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 수준이었다며 의미를 축소한다”며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박 대표쪽은 지난해 11월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세상에 어느 아버지가 젊은 아들에게 자신이 지은 죄를 떠넘기겠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형사재판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불가피한 주장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아리셀 재판은 아리셀 부자 모두 ‘책임 회피’로 일관한다고 요약된다. 유족들은 합의도 지연한 채 방어권 행사에만 치중하는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총괄본부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피고인신문 과정에서 전지 발열검사 생략에 책임이 없다고 발언한 박중언 총괄본부장 진술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진다. 신하나 변호사는 “박순관 대표는 아들인 박 총괄본부장에게, 아들은 망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천인공노할 짓이다. 재판부는 전혀 반성하지 않는 박순관 대표 부자에게 중한 벌을 꼭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대책위, 엄벌 촉구 서명에 민사소송 제기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는 참사 1주기를 맞아 책임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지난 23일 20차 공판이 열린 지난 23일 수원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순관은 법원의 보석 허가로 석방돼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며 “참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였고 경영책임자가 아니라고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산재피해 가족협의회는 다음달 중으로 박 대표 재판을 심리하는 수원지법 형사14부에 서명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대책위쪽은 “참사는 끝나지 않았다. 박순관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강력한 처벌을 받도록 재판 방청과 서명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유족 10여명은 지난 9일 수원지법에 박 대표와 박 총괄본부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대책위 법률지원단 손익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아리셀은 합의해야 사과하겠다는 둥 유족들에게 굴욕적인 처사를 강요하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취지에 따라 참사 책임을 묻고자 집단 민사소송에 나선다”고 말했다.
대책위 등 유족들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1주기 추모대회’를 열었다. 24일 오전에는 화재 발생 현장인 화성시 아리셀 공장을 방문해 추모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