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6-25 09:21
[단독] 경찰, 특수고용직 교통사고 조사원 무리한 체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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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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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아니면 조사업무 자격 없어’ 차별 인식 … 과거 자동차판매연대지회장 연행 인권침해 논란도
사고조사를 위해 현장에 출동한 특수고용직 삼성화재 교통사고 조사원이 경찰관에게 차량 운전자 정보를 물어봤다는 이유로 보험사 직원 사칭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수서경찰서 소속 해당 경찰관이 ‘정규직이 아니면 해당 업무를 할 자격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불법체포와 인권침해뿐만 아니라 특수고용직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수서경찰서는 2022년에도 김선영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장을 무리하게 연행해 인권침해 논란이 됐던 곳이다.
신분증 대신 명함 제출이 정규직 사칭?
사고 현장 표시하려 트렁크 열어 뒀는데 자동차관리법 위반?
2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6월5일 서울 강남구 도곡지구대 앞으로 출동한 사고조사원 A씨가 교통사고 차량 운전자 이름과 연락처를 경찰관에게 알려 달라고 하자 경찰관은 “누군데 연락처를 물어보냐”며 신분증 제출을 요구했다. A씨는 사고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경찰관을 통해 정보를 받아 접수해 왔다고 설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A씨가 신분증 대신 명함을 제시하고 지구대를 나가자 경찰관들이 쫓아 나와 수갑을 채우고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혐의는 보험업법·자동차관리법 위반이었다.
수서경찰서가 현행범 체포 통지서에서 밝힌 이유를 보면 “보험회사가 아닌 자는 그 상호 또는 명칭 중에 보험회사임을 표시하는 글자를 포함해서는 안되는데 삼성화재 표시가 돼 있는 명함을 제시하는 등 삼성화재 직원을 사칭했다”며 보험업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또 “도곡지구대 옆 도로에 개인 승용차량을 주차한 뒤 번호판이 달려있는 트렁크 뒷문을 열어 두는 방법으로 등록번호판을 가렸다”며 자동차관리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신분증 대신 명함을 제출한 것이 정규직을 사칭한 것으로 둔갑하고, 트렁크를 열어 둔 행위를 주정차 단속 회피 등을 목적으로 등록번호판을 가렸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는 사고 현장이라는 점을 표시하려고 트렁크를 열었다고 설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범죄사실 성립이 명백하지 않은 데다 사건 자체가 경미한 데도 무리하게 체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A씨는 당시 수갑이 채워진 채 3시간20분 동안 체포돼 있었는데 체포 당시엔 미란다원칙을 고지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수서경찰서는 지난해 6월26일 A씨에 대한 보험업법 위반에 대해 ‘불송치(혐의없음)’ 결정했다. 불송치 이유에 “명함에 ‘애니카 사고조사 AGENT’라는 문구 등이 적혀 있어 ‘삼성화재’ 직원이라는 신분을 사칭하기 위해 명함을 제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돼 있다. 스스로 무리한 체포였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자동차관리법 위반에 대해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5월2일 ‘혐의없음(증거불충분)’ 결론을 내렸다.
“특수고용직 차별 의식에서 비롯된 불법체포”
A씨는 최근 경찰청에 수서경찰서 도곡지구대 경찰관 7명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징계 등을 요구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A씨는 진정서에서 “흥분한 경찰관이 보험사의 습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제게 삼성화재 본사 정규직이 아니라고 윽박질렀다”며 “삼성화재를 이번 기회에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비정규직에 대한 심각한 직업 비하와 인권 모독을 했다”고 밝혔다.
무리한 체포의 배경으로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 인식이 자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A씨 대리인 백일섭 변호사(법률사무소 권유)는 “경찰은 체포 과정에서 해당 근로자가 ‘삼성화재 본사 정규직이 아닌 위탁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정규직이 아니면 사고조사업무를 할 자격이 없다’ ‘앞으로 이 일을 못하게 하겠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협박하고 인격을 모독했다”며 “이번 사건은 대행, 용역, 위탁계약 등을 체결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일선 경찰 개인의 일탈 행위을 넘어선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서경찰서는 과거에도 비슷한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2022년 11월24일 김선영 지회장이 서울 강남구 현대차 오토웨이타워 앞에서 천막을 치고 아침 선전전을 했는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대치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이 김 지회장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사건이다. 당시 김 지회장의 머리를 누르고 수갑을 채워 연행한 것을 두고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에 대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공권력 행사의 남용으로 헌법 12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인권위는 수서경찰서장에게 대치지구대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지만 수서경찰서장은 적법한 공무집행을 했다며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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