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12-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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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2조 정부 해석지침 ‘판례에 갇힌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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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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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판례 근거 사용자성 판단 기준 제시 … “사용자 범위 좁혀질 우려, 입법 취지 퇴색”
어고은 기자 입력 2025.12.26 09:46
내년 3월10일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을 앞두고, 고용노동부가 사용자성과 노동쟁의 판단기준을 담은 해석지침(안)을 발표했다. 사용자성은 ‘구조적 통제’ 유무를 기준으로 한다는 게 핵심이다. 지나치게 사용자 범위를 좁혀 본래 법의 취지를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26일 개정 노조법 2조 해석지침(안)을 마련해 다음달 15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개정법에 따라 확대된 사용자성 판단기준과 노동쟁의 대상의 판단기준을 제시해 노사 당사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개정 노조법 취지가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구현되도록 하기 위해 지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성 판단, 구조적 통제 ‘유무’
개정 노조법 2조2호에 따르면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사용자 범위가 확대됐다. 정부 해석지침(안)은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에 대한 핵심 판단기준으로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를 제시했다.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구조적으로 통제하면 단체교섭 의무를 지게 된다는 의미다. 노동부는 예시로 원청에 의해 인력운용·근로시간·작업방식 등이 결정되는 경우를 들었다. 근로조건 영역에 따라 구조적 통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 범위 안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식이다.
노동부는 도급계약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 상대방 소속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가 있다고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시했다. 일반적 도급관계에서 △납기 및 품질 요구 △거래조건 협상·변경 △발주서에 따른 작업이행 요구 등이 곧바로 구조적 통제로 판단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공장 관리자가 청소용역업체에 일별 작업장소 배정 등을 과업지시서를 통해 정하거나 결과 기준을 제시하는 경우, 작업장 내 자재·폐기물 관리 방식 준수 등 작업공간·설비사용 관리 요청 등은 도급·위임계약 관계에서 ‘일반적 지시권’에 해당한다고 봤다.
지침(안)은 구조적 통제와 함께 △원청의 사업에 편입 △경제적 종속성을 보완적 지표로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모든 요소가 충족돼야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하청노동자 노무가 원청 사업체계에 편입돼 있거나, 전속계약 해지시 하청기업 존속이 불투명해지는 등 경제적으로 종속된 경우 구조적 통제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분야별 사용자성 인정 예시 제시
임금인상률, 수당 기준 직접 제시해야 사용자
지침(안)은 근로조건별 사용자성 인정 예시들도 제시했다. 분야를 나누고 각각 어떠한 경우에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고 낮은지 세세하게 설명했다. 노동안전 분야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지배·통제하는 경우 사용자로 볼 여지가 크고 △복리후생은 통근버스·휴게시설 등 하청노동자의 이용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거나 사용기준 설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임금·수당은 인건비를 사실상 결정하거나 임금인상률, 각종 수당 기준을 직접 제시하는 등 하청 사용자의 재량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경우 등으로 명시했다.
공공부문도 내용을 구분했다. 법령·조례나 국회에서 예산 심의·의결로 정한 기준을 정부가 집행하는 경우 개별 노사 간 교섭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다만 정부가 예산 집행 과정에서 구체적인 근로기준을 정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지, 현장 운영기관이 근로조건의 결정 자율성을 가지는지 여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합병·분할·매각 자체는 교섭 대상 아냐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는 안 되고
정규직 전환제도 ‘신설·기준 논의’는 되고
개정법 2조5호에 따르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 근로자 지위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도 노동쟁의 범위에 포함됐다.
지침(안)은 사업경영상 결정은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결정 당시 그 영향이 ‘추상적·잠재적’ 수준일 때에는 노동쟁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합병·분할·양도·매각 같은 기업조직 변동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경영상 결정 그 자체는 단체교섭 대상이 되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사안은 교섭 대상이 된다.
‘근로자 지위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는 노동관계 당사자 간 고용형태 변경, 징계, 승진 등에 관한 원칙·기준·절차의 설정·변경 등을 둘러싼 분쟁상태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개별 조합원 처분에 관한 사항이 아니라 집단적 기준의 설정·변경에 관한 사항이 대상이 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제도의 신설 또는 기준 변경 요구, 정년연장과 관련된 기준 설정 요구 등이 포함된다. 노동부는 법률상 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하는 정규직 전환이 아닌, 정규직 전환을 위한 기준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안) 행정예고는 노동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행정예고 기간 동안 누구나 의견이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행정예고 기간 동안 노사와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이중 합리적 의견을 반영해 수용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법상 사용자성 새 판단기준
있을 때와 없을 때 해석은 달라져야”
“사용자 빠져나갈 근거 될 수도”
전문가들은 이번 해석지침(안)을 두고 사용자 범위를 지나치게 좁힐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개정 법의 취지 자체가 하청노동자 교섭할 권리 보장을 위해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데 목적이 있었는데, 기존 판례에 갇힌 해석지침을 제시함으로써 그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은정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법학)는 “개정 노조법 2조2호 사용자 개념 신설의 취지가 기존의 제한적인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기 위한 것인데 이러한 취지를 제대로 반영해서 설명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구조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온 관행상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이라는 개념과 동치할 수는 없다. 이를 강조할수록 사용자 개념을 더 편협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이라고 하는 판단기준이 없었을 때의 해석과 있을 때의 해석은 분명히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기호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는 “구조적이라는 것은 예외가 없고 원천적이고 본질적인 것으로 해석돼 사내하청 같은 필연적으로 통제해야만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는 것처럼 오인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정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예시를 제시하는 방향 자체도 문제가 있다”며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것만 아니면 사용자가 아니다’라고 빠져나갈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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