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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6-08-24 18:58
[ILO 비준, 멈춘 5년 ①] 또 ‘선 입법’ 택한 정부, 190호 비준의 딜레마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3  
괴롭힘 금지협약, 국내법 손질 ‘산 넘어 산’ … 정부는 ‘선 입법-후 비준’ 고수

이수연 기자 입력 2026.08.24 06:30

우리나라의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은 2021년 4월에 멈춰 있다. 당시 3건의 기본협약(29·87·98호)을 비준한 뒤 5년 넘게 추가 비준은 없었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건 190호 협약 비준은 이제 논의를 시작했고 ILO가 오랫동안 강조한 사회보장 분야 기술협약은 공감대조차 부족해 단 하나도 비준하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는 5년째 멈춰 있는 비준 시계를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 <편집자>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ILO 190호 협약 비준’은 걸음마 수준이다. 지난해 말 연구용역을 마쳤고 최근에서야 비준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했다. 190호 협약은 ‘일의 세계에서 폭력과 괴롭힘 근절 협약’으로 일터 괴롭힘 관련 국제사회 최초 노동기준이다. 정부는 국내법과 협약의 간극이 커 입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법을 모두 고치려다 비준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회적 대화 시작했지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의제별위원회인 노사관계 제도발전위원회에 ‘직장내 괴롭힘 제도 개선 분과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달 10일 첫 회의를 열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190호 협약 비준 논의를 본격화했다. 경사노위는 한국노총과 경총 등이 참여하며 논의에는 최소 1년이 걸릴 전망이다.

방식은 선 입법·후 비준이다. 헌법에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기 때문에 현행법과 충돌하는 협약을 무리해서 비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협약 비준 전에 법을 개정하는 방향”이라며 “국내법과 충돌하면 혼란이 생길 수 있어 비준 추진 전에 어떤 개선이 필요할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행법과 190호 협약 사이 간극은 작지 않다. 일하는 모든 사람을 보호하는 이 협약은 고객 폭언까지 피해 범주로 넓히고 적용 대상을 ‘근로자’에 국한하지 않는다. 현행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포괄하기 어렵다. 협약은 또 아직 근로계약에 진입하지 않은 직업훈련생과 구직자, 출장지나 온라인 등 ‘직장 밖’에 있는 노동자까지 대상을 확장한다.

남궁준 한국노동연구원 국제협력실장은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근로기준법 안에 담겨 있어 폭넓게 정비해야 하는 데다 협약의 일부 조항만 선택해 비준할 수도 없어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남궁 실장은 “분쟁의 여지가 없다는 확신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정부는 비준부터 하면 손발이 묶이니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을 감당하고 싶지 않은 입장일 것”이라며 “당연히 적극 비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단기간에 비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예상했다.

193호 담은 일하는 사람법,190호 비준 징검다리 될까

지난해 노동부가 발주한 190호 협약 비준 추진을 위한 연구용역 보고서는 비준 방안 중 하나로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과 근로기준법 등 개별법 개정을 병행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근로자가 아닌 노무제공자까지 포괄하는 기본법을 통해 190호 협약과 국내법의 간극을 우선 메울 수 있다는 취지다. 노동부는 해당 입법을 연내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6월 ILO가 채택한 ‘플랫폼 경제에서의 양질의 노동에 관한 협약’(193호)도 일하는 사람 기본법안 내용을 구체화할 국제기준으로 꼽힌다. 193호는 고용형태와 무관하게 플랫폼 종사자라면 누구나 보호받도록 했는데 작업중지권과 최저임금 적용, 단체교섭권, 알고리즘에 대한 권리 등 노동권을 구체화했다. 두 협약 모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밖에 있는 노무제공자를 보호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남궁 실장은 “193호 협약이 일하는 사람 기본법안의 나침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당사자의 우려를 줄일 수 있도록 193호 협약이 규정한 구체적인 권리를 반영하고, 단지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구체적인 후속입법 로드맵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법 다 해놓고 비준하는 건 불가능”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과 근로기준법 개정이 190호 이행을 위한 방안으로 거론됐지만 이를 모두 마치는 것을 비준의 전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0호 비준에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과 모든 국내법 정비를 끝낸 뒤 협약을 비준하는 것은 별개 문제라는 논리다. 문재인 정부 시절 기본협약 비준 당시 채택했던 ‘선 입법·후 비준’만 고집하면 이재명 정부 임기 안에 190호 협약을 비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노동부 연구용역에 참여한 박은정 방송통신대 교수(법학)는 “190호가 국내 법체계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지만 입법부터 다 해놓고 비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비준을 통해 여론을 환기하면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고 후속입법까지 마련하기가 더 쉬울 것”이라고 제안했다.

윤효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감사는 “이재명 정부는 선 입법·후 비준이라는 자가당착 논리로는 스스로 약속한 190호 협약을 비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하는 사람 기본법으로 입법을 완료했다며 비준하더라도 노동시장 하층의 현실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대로라면 ILO 가입 이래 유일하게 단 하나의 협약도 비준하지 못한 윤석열 정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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