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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6-08-25 08:23
[ILO 비준, 멈춘 5년 ②] 사회보장 수준 높다면서 ILO 최저기준은 왜 비준 못 하나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  

102호 비준 가능 평가에도 논의 제자리 … 전문가들 “선비준 뒤 제도 정비해야”

이수연 기자 입력 2026.08.25 06:30


우리나라의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은 2021년 4월에 멈춰 있다. 당시 3건의 기본협약(29·87·98호)을 비준한 뒤 5년 넘게 추가 비준은 없었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건 190호 협약 비준 논의는 이제 막 시작됐고, ILO가 오랫동안 강조해 온 사회보장 분야 기술협약은 공감대조차 부족해 단 하나도 비준하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는 5년 넘게 멈춰 있는 비준 시계를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 <편집자>

ILO가 사회보장제도의 마지노선으로 강조해 온 102호(사회보장 최저기준) 협약은 우리나라도 당장 단계적으로 비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도 정부의 관심에서 밀려 구체적인 비준 논의는 시작되지 않고 있다.

당장 비준 가능한 ‘사회보장 협약’

102호 협약은 의료·상병·실업·노령·업무상재해·가족·모성·장애·유족 등 9개 급여의 최저기준을 규정한다. 협약을 비준한 회원국은 이 중 3개만 충족해도 협약을 지킨 것으로 간주된다. 다만 실업·노령·업무상재해·장애·유족급여 중 하나는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2021년 12월 발표한 ‘ILO의 국제 사회보장 기준과 한국의 사회보장 강화 방안’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실업급여·산재급여·모성급여·의료급여·노령급여 등 5개 급여가 102호 협약 기준을 충족한다고 분석했다.

24일 김 교수는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평균소득을 가진 임금근로자는 기초연금을 받지 못해 연금 소득대체율 기준을 충족하지 않기에 노령급여를 제외한 4개 급여가 102호 기준에 부합한다”며 “102호 협약은 당장 단계적으로 비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먹고살 만한 나라가 ILO 사회보장 최저기준조차 비준하지 않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우선 비준하면 나머지 제도도 국제기준에 맞추라는 압력이 생겨 지금처럼 지지부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당시 102호 협약을 비준하면 상병수당도 단기간에 개혁할 수 있다고 봤다. 정부가 최근 상병수당 적용 대상을 고용보험에 가입한 노무제공자로 넓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상병급여의 102호 협약 기준 충족도 한층 수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2호는 상병급여 적용 대상을 전체 피용자의 50% 이상 또는 전체 거주자의 20% 이상에 해당하는 경제활동인구로 규정한다.

“관심 밖 구협약, 신협약들과 연계”

전문가들은 102호 협약 비준을 가로막는 핵심 문제가 제도 미비보다 정부와 노동계의 낮은 관심에 있다고 본다. 상병수당 적용 범위 같은 일부 과제가 남아 있지만, 단계적 비준이 가능한 만큼 먼저 비준한 뒤 국제기준에 맞춰 제도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병수당이 제도화되면 102호 협약 비준의 가장 큰 빈틈을 메우는 셈”이라며 “적용 대상을 얼마나 보편적으로 확대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102호는 오래된 협약인 데다 국내 사회보장 수준이 상당하다는 인식 때문에 정부와 노동계 모두 관심이 낮다”며 “190호나 193호 같은 최신 협약과 연계해 논의를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102호 협약을 단계적으로도 비준하지 않은 12개국 중 하나다. 기본협약과 달리 노동조건과 사회보장 등을 다루는 기술협약 비준 실적이 특히 저조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효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감사는 “OECD 평균과 비교해 우리나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기술협약 비준”이라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서 관련 사회적 대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준 순서를 둘러싼 정부의 접근법도 쟁점이다. 정부는 국내법을 먼저 정비한 뒤 협약을 비준하는 ‘선입법·후비준’ 원칙을 강조해 왔다. 반면 전문가들은 사회보장 협약의 경우 비준을 제도 개선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고 본다. 이광택 국민대 명예교수(전 ILO한국협회장)는 “사회보장 관련 협약은 먼저 비준하고 그에 맞춰 국내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준은 끝 아닌 출발점

전문가들이 선비준을 강조하는 이유는 비준이 제도 정비의 완료를 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비준은 현행법이 국제노동기준에 완전히 부합한다고 인증받는 절차가 아니라 법과 제도를 협약 기준에 가깝게 바꾸겠다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87·98호)도 비준 이후 국내법 정비가 이어졌다. 국회는 2020년 노조법을 개정했고 정부는 2021년 두 협약을 비준했다. 이후 2025년 사용자 확대와 쟁의행위 손해배상책임 제한 등을 담은 노조법 개정이 다시 이뤄졌다.

협약을 비준하면 정부는 이행 상황을 ILO에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전문가위원회의 검토를 받는다. 별도 감독기구인 결사의 자유위원회도 지난해 공무원노조 진정 사건에서 정부에 정당한 노조활동 보장을 권고했다. 류 국장은 “스스로 한 약속을 잘 이행하도록 하는 것인 만큼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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