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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3-13 08:11
중대재해 예견가능성 없다? 법원의 ‘안전불감증’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42  
‘상당인과관계’ 부정한 무죄 2건 … 유사사고 없단 이유로 예견가능성 부정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무죄가 선고된 사건의 공통점은 법원이 사업주에게 ‘사고 예견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유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 경영책임자가 사고를 예견(회피)할 가능성이 적었다는 취지다. 그러나 법조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는 법적 논리를 강화하는 해석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평화오일씰공업·SK멀티유틸리티, 원청 ‘무죄’

1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2022년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 원청 대표이사에게 무죄가 선고된 사건(4건) 중 ‘안전보건 확보의무 불이행과 사고발생 간 상당인과관계’가 부정돼 무죄가 나온 사건은 평화오일씰공업(2024년 12월19일 선고)와 SK 계열사 SK멀티유틸리티(2025년 3월6일 선고) 2건이다. 무죄가 선고된 나머지 2건(지디종합건설 2024년 10월16일 선고·대우조선해양 2025년 2월19일 선고)은 3년간 법 적용이 유예됐던 ‘건설공사금액(50억원 이상)’에 해당된 영향을 받았다.

평화오일씰공업과 SK멀티유틸리티(SKMU) 사건만 실질적인 법리 검토가 이뤄진 셈이다. 그런데 두 사건은 ‘상당인과관계’ 자체가 부정됐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평화오일씰공업’ 기소는 2022년 2월 하청노동자 1명이 압축 성형기에서 튕긴 플라스틱 공구(수공구)에 머리를 부딪혀 숨진 사고가 발단이 됐다. 대표이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상 △안전보건 업무 전담 조직 마련(4조2호)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4조3호) 의무 위반 등으로 2023년 2월 기소됐다.

법원은 안전보건 업무 전담 조직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수공구가 튕겨 노동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얘견하기 어려웠다”며 사고 예견가능성을 낮게 판단했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5단독(김희영 판사)은 “국내에서 과거 같은 종류의 성형기 작동 과정에서 수공구와 같은 물체가 끼어들어 갔다가 튕겨 나오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회사 내부에 중대재해 대응매뉴얼을 마련하고 안전관리자가 공장 순회점검을 실시한 부분도 무죄의 근거가 됐다. 검찰은 1심 선고 5일 만에 항소했다.

석탄 하역 작업자 책임 돌린 법원

SKMU 사건은 인과관계 부정을 넘어 작업자에 ‘책임’을 물었다. SKMU 대표는 2022년 12월20일 울산 남구 SKMU 석탄 반입장에서 노무관리 용역업체 소속 하청노동자가 ㄱ(사망 당시 63세)씨가 석탄에 깔려 숨진 사고로 기소됐다. 사고 당시 덤프트럭에는 최대 적재중량(25.65톤)을 넘은 석탄 38톤이 실려있었는데, 적재함이 상승하는 과정에서 석탄이 배출되지 않아 덤프트럭의 유압실린더가 꺾이면서 적재함이 전도됐다. 덤프트럭 운전기사 ㄴ씨가 적재함 문을 열고 석탄을 호퍼(깔때기 모양 구조물)로 내려보내야 했는데, 문을 닫은 상태에서 적재함이 올라가 ㄱ씨가 적재함에서 쏟아진 석탄에 깔린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1월23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상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4조3호) △재해예방 예산 편성 및 집행(4조4호) 등을 위반한 혐의로 SKMU 대표를 기소했다.

법원 판단은 역시 사고 예견가능성이 없었다는 점으로 귀결됐다. 울산지법 형사3단독(이재욱 부장판사)은 SKMU 사업장에서 2010년부터 15년 동안 노동청에 신고된 유사한 덤프트럭 전도사고는 없었다며 “운전자의 오조작에 의한 덤프트럭의 전도로 인한 사망사고까지 피고인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불법(과실) 정도에 비해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일부 잘못은 민사책임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덤프트럭 기사의 ‘오조작’을 사고 원인으로 단정했다. 울산지법 형사3단독(이재욱 부장판사)은 사고의 과실을 △덤프트럭 기사의 오조작 △‘하역 중 절대출입금지’ 주의사항을 어긴 피해자의 잘못 △근로자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원하청 관계자들의 과실 등 순으로 매겼다. 하역 중 절대출입금지라는 주의사항이 석탄 반입장 벽면에 붙어있는데도 재해자 ㄱ씨가 하역장소에 그대로 있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검찰은 항소기간(13일)을 하루 앞두고도 아직 항소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 “위험 방지 의무 간과, 예견가능성 판단 협소”

중대재해 전문가들은 의무불이행과 사고발생 간의 상당인과관계를 ‘사고 예견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부정하는 것은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정한 입법 목적에 반한다고 지적한다. 문은영 변호사(법률사무소 문율)는 “SKMU 사고의 핵심은 ‘어떠한 이유로든’ 석탄이 다량으로 쏟아질 경우 하역장에 위치한 노동자의 사고 위험을 고려해 작업 중 하역장 출입 통제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제대로 구축하고 운영 점검을 했는지다”며 “법원이 노동자 과실로 전혀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한 것은 예측가능성 범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판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청 ‘하역 중 절대출입금지’ 등 팻말 이외에 출입을 금지하는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을 법원이 간과한 점도 지적됐다. 문 변호사는 “재해자가 석탄운전설비 작동 오류를 살피기 위해 하역장 근처에 들어가야 하는 동선이었다면 석탄이 쏟아져 내릴 경우 위험장소인지 여부를 살펴 출입을 더 엄격히 관리했어야 하나 이를 관리하지 못한 점에 대한 책임을 법원이 살피지 않았다”고 짚었다.

사고 예견가능성이 무죄의 논거가 되는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손익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법원은 지나치게 ‘예견가능성’에만 집착해 ‘우연적 사정’으로 발생한 것이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하역작업을 할 때 주변에 노동자가 있어선 안 되도록 작업을 지휘했다면 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인데, 왜 사업주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에는 법원이 주목하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다혜 변호사(법률사무소 고른 대표)도 “설령 노동자가 설비를 오작동하더라도 최소한 중대재해에 이르지 않게 하는 것이 사업주의 의무인데, 이번 판결은 안전보건 법령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판단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조재민 변호사(법률사무소 조안전 대표)는 “중대재해 원인과 과실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고려해 인과관계를 부정한 법원 판단은 피해자가 위험한 작업을 하도록 구조적·시스템적 문제를 만든 기업들이 이익은 보면서 위험은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짚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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