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3-10 08:36
여성 버스기사 “마음 편히 쉴 여성휴게실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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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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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버스본부 “서울버스 64% 여성휴게실 없어” … “서울시, 처우개선해 여성기사 진입 늘려야”
서울의 한 시내버스회사의 10년차 버스기사인 50대 여성 차미희(가명)씨는 최근 부쩍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높아진 것을 느끼면서다. 맡은 노선을 한 바퀴 돌고 주어지는 짧은 휴게시간에 그는 운전석에서 쪽잠을 청한다. 남성 동료들만 모인 휴게실은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고 마음 편히 쉬기조차 어렵다.
지난 7일 <매일노동뉴스>와 통화한 차씨는 “여성 휴게실을 너무 바란다”며 “그간 일한 4개 버스회사에는 모두 여성기사가 있었지만 여성휴게실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차씨는 “운전석에서 손님에게 인사하고 운전을 하면 내 일이 너무 좋고 버스기사를 천직이라고 여겨 왔다”면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휴식 공간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10명 중 7명 “여성이라고 무시당해”
서울시내버스 여성운전기사 중 60%는 직장에 여성휴게실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직장에서 성희롱을 경험하거나 차별당했다고도 응답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서울지부는 지난해 11~12월 서울시내버스 여성기사 4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응답자의 71.4%는 50대였다. 40대는 21.4%, 60대는 7.2%로 대부분 중년여성이었다. 출산휴가가 자유로운지 묻는 질문에는 81%가 ‘해당자가 없었다’는 답을 택했다. 11.9%는 자유롭지 못했다는 답지를 골랐다.
근무조건은 불평등했다. 여성 휴게실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64.3%가 없다는 답을 골랐다. 여성 화장실이 없는 경우도 2.4%로 소수지만 존재했다. 직·간접적인 성희롱·성폭력 경험이 있는 묻는 질문에는 과반이 넘는 52.4%의 노동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나 차별을 당한 이들도 73.8%나 됐다. 생리휴가에 대해서는 31%가 존재를 모르거나 11.9%는 휴가조차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거산 서울지부 사무국장은 “현장에 가 보면 샤워시설·화장실이 있어도 여성이 적다는 이유로 잠겨 있거나 이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운행이 힘든 노선·차량을 배정받을까 우려해 회사에도 의견을 내지 못하고 화장실이나 차량에서 쉬는 여성노동자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나쁜 노선 받을까 개선 요구도 못해
여성기사들은 서울시와 버스회사가 성평등한 노동조건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마을버스 등 인력난을 겪는 서울시가 여성노동자 처우 개선에 나서면 여성의 운수업 진입도 증가한다는 주장이다.
서울시내버스를 운전하는 이예진 서울지부 한서교통지회장은 “대부분의 여성동료가 생리휴가를 모르거나 있어도 달라고 말하지 못한다”며 “남성이 대부분이고 회사가 나쁜 노선을 줘 부당하게 대우하니 눈치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서울 버스가 인력난인데 현장의 열악한 처우는 외면하고 있다”며 “더 많은 여성이 버스노동자로 일할 수 있도록 여성휴게실을 제공하는 등 노동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버스정책과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남성 버스운전자는 1만7천359명, 여성은 370명으로 여성 비율은 2.1%에 불과하다. 이 지회장은 “버스 운전은 성차별이 (다른 업종에 비해) 많지 않고 여성과 남성 급여가 똑같다”며 “안전운전을 하면 고객의 목숨을 지키는, 생명을 구하는 직업이라 생각해 보람차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시내버스가 더 많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여성과 버스노동자에게 안전한 휴식을 제공해야 한다”며 “버스노동자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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