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2-12 08:37
[이런데도 주 52시간 넘기자?] 삼성전자 뇌심혈관계 산재신청 ‘절반’이 연구개발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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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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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61시간’ 일하다 숨진 화이트칼라 산재인정 … 박해철 의원 “몰아서 일하기 종착점은 죽음”
최근 4년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뇌심혈관계 질병을 얻어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 중 절반이 연구개발 관련 종사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뇌심혈관계는 과로의 결과로 대표되는 질병이다. 삼성전자가 노동자들에게 주 52시간을 넘는 근무를 시킬 수 있도록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잇따라 받은 뒤에는 뇌심혈관계 산재신청이 급증했다. 반도체산업 연구개발 노동자들이 이미 과로에 내몰려 아프거나 죽고 있고, 특별연장근로 제도가 도화선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연장근로 인가·산재신청 정비례
11일 <매일노동뉴스>가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받은 근로복지공단의 ‘삼성전자 뇌심혈관계 산재 연도별 신청 건수’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전자에서 뇌심혈관계 질병으로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는 6명으로, 이 중 3명이 산재를 인정받았다. 산재신청 노동자 중 연구개발 관련 업무 종사자는 3명이었다. 연구개발 노동자 중 한 명이 산재를 인정받았다.
삼성전자의 특별연장근로 인가 추이와 산재신청이 정비례 양상을 보인 점이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노동부로부터 2021년 5건, 2022년 1건, 2023년 7건, 지난해 26건의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받았다. 이 기간 뇌심혈관계 산재신청은 2021년 2건, 2022년 1건으로 1~2건을 유지하다 2023년 0건, 지난해 3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하면 주 52시간 상한제(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을 초과해 일을 시킬 수 있다. 연구개발 노동자들의 산재신청이 계속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특별연장근로 신청 건수를 늘리며 과로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승규 노무사(노무사사무소 씨앗)는 “뇌심혈계가 자주 있는 병도 아니고, 연구개발직은 숫자가 적으니 산재신청이 기존에 없거나 굉장히 적었을 것이기 때문에 한두 건의 변화를 눈여겨 봐야 한다”며 “지난해 3건의 산재신청이 삼성전자에서 있었다는 것은 현재 연구개발 노동자들의 과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성과 낼 마지막 기회” 밤낮없이 일해
삼성전자 노동자 산재신청에 대한 근로복지공단 판정서에는 반도체산업 연구개발 노동자들이 사망하기 전까지 겪었던 과로의 흔적이 묻어 있다. 경기도 용인시 인재개발원에서 직원 교육을 받던 중 급성심장사로 2021년 사망한 ㄱ씨는 산재를 인정받았다. 그의 노동시간은 연구개발 임원 직급인 마스터로 승진한 뒤 급격히 증가했다. 사망하기 4주 전까지 ㄱ씨의 평균 주당 노동시간은 58시간41분, 발병 전 12주 전까지로 범위를 늘리면 주당 61시간이었다. 12주 전을 기준으로 하면 고용노동부 고시상 과로에 해당한다. 고인의 유족은 ㄱ씨가 오전 6시 전에 집에서 출발했고, 평균 11시간 이상 회사에서 일하다 오후 10시 이후에야 퇴근했다고 진술했다.
노동자들은 성과를 위해 스스로 과로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2023년 건강검진을 마친 뒤 복귀하다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이송돼 끝내 사망한 삼성전자 연구개발 노동자 ㄴ씨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퇴근 이후나 휴일에도 업무를 이어 갔다.
유족이 기억하는 ㄴ씨는 늘 바쁜 사람이었다. ㄴ씨의 형은 “고인이 과거 프로젝트를 맡아 성과를 낼 수 있던 상황에서 (개인적인 사유로) 업무를 중단했던 점을 늘 아쉬워했고, 사망 전 프로젝트에서 다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이를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꼭 성과를 달성하고 싶어했다”고 진술했다. ㄴ씨의 다른 유족도 “고인이 퇴근 후 또는 휴일에도 업무 관련 서적을 검토하고, 연구논문을 검색했다”고 말했다.
ㄴ씨는 발병 전 돌발상황이나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가 확인되지 않고, 발병 전 평균 업무시간이 주당 52시간 미만이라는 이유로 산재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리더 죽었는데 “리더 많이 일해야 한다”는 삼성전자
재계는 현행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규제가 심하다며 반도체특별법에서 연구개발 노동자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을 제외해 달라 요구하고 있다. 지난 3일 반도체산업 노동시간을 논의하는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찬반토론)에서 김태정 삼성글로벌리서치 상무는 “주 52시간제로 일했을 때 초과근로시간을 다 채워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리더급이 출근하지 못하면 일이 지연된다”며 “특별연장근로 인가는 신규 신청에 비해 연장 요건이 엄격해 회사가 충족 여부를 증명하기가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연구개발 리더급인 ㄱ씨가 과로로 사망해 산재 인정을 받았는데도 리더가 출근하지 않으면 일이 안 된다며 ‘더 몰아서 일할 수 있는 제도’만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박해철 의원은 “지난 4년간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돌아가신 노동자들의 산재 판정서를 살펴보면, 장시간 집중 과로노동이 생명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며 “국민의힘과 재계는 몰아서 일하게 해 달라는 생떼의 종착점이 노동자의 죽음이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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