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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2-21 09:05
[지금 이미 과로 ③] 반도체특별법의 위헌성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67  
반도체특별법 입법 추진이 뜨거운 감자다. 특히 쟁점이 되는 것은 근로시간에 대한 특례를 정한 34조다. 해당 조항은 반도체 산업 연구개발 분야 노동자들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휴게, 휴일, 연장·야간 및 휴일근로 규정의 적용을 제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근로시간 특례조항은 헌법상 중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 반도체특별법 34조는 헌법 75조의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다. 법안은 적용제외 대상과 건강권 보호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근로소득 수준, 업무 수행방법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르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위임의 필요성과 그 대강의 내용을 전혀 예측할 수 없게 한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항은 국회가 직접 규율해야 하며, 위임을 하더라도 법률에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

또한 헌법 32조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은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관한 보호를 헌법적 차원에서 보장하며, 우리 헌법이 상정하는 근로는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근로임을 밝히는 것이다. 또 근로조건이 행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져서는 안 되며, 반드시 의회가 제정한 법률로 규율돼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반도체특별법은 근로시간이라는 가장 핵심적인 근로조건을 시행령에 백지위임함으로써 헌법의 근로조건 법정주의를 형해화하고 있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현행 근로기준법이 이미 충분한 유연근무제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연장근로제도를 통해 연구개발 목적의 장시간 근로가 가능하고,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을 통해서도 상당한 유연성이 확보돼 있다. SK하이닉스가 선택근로시간제를 통해 효과적으로 근로시간을 관리하고 있는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더욱이 반도체 산업의 경우 유해화학물질 노출, 교대제 근무 등 노동강도가 높은 특성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 규제의 완화는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에 더욱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폐해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산업 경쟁력이라는 공익이 근로자의 건강권과 휴식권 보호라는 기본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2월28일 선고(2019헌마500결정)을 통해 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제도가 합헌이라고 판단하면서,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 문제가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며 실근로시간 단축과 휴식권 보장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장시간 노동이 근로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산업재해율을 크게 증가시키고 노동생산성을 저하시키는 등 기업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가시간 부족으로 인한 개인의 인격 발현 제약, 일·생활 균형 저해, 가정생활 파괴 등은 결국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보았다. 이는 장시간 노동 문제가 단순히 개별 근로자의 건강권 침해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임을 시사한다.

우리는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주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이 국민적 반대에 부딪혀 폐기된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회는 반도체특별법이라는 명분 아래 노동시간 늘리기를 시도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11시간 연속휴식 보장, 연장근로시간 상한 설정 등을 통해 근로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보완에 나서야 할 것이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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