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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2-24 08:27
[지금 이미 과로 ④] 노동시간 제한, 안정·건강 위한 방패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51  
임금노동은 시간단위로 거래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시간 거래에서 노동자는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에 있지 않기 때문에 노동시간이 과도하게 거래되면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위협이 된다. 이는 역사적 경험, 의학적 연구와도 일치한다. 그래서 노동법은 노동시간 거래에 제한을 뒀다. 노동시간이 거래될 때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결코 거래된 적이 없고, 거래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노동시간 거래 제한은 외형적으로 사용자에게 주어진 핸디캡 같지만, 그 실상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방패에 가깝다. 즉, 노동시간에 거래 제한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보호’를 그 이념으로 삼고 있다. 노동시간 논의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에 따라 노동시간 규제와 관련해서는 다음의 명제들이 중요하게 검토돼야 한다.

첫째, 노동시간은 은폐되지 않고 관리돼야 한다.

둘째, 노동시간 규제의 목표는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보호’다.

셋째, 노동시간 규제의 완화는 목표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넷째, 현재의 노동시간 규제가 목표 실현에 미흡하다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현재의 노동시간 규제가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꾸준히 검토해야 한다.

최근 반도체특별법이 촉발한 노동시간 논의는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지’를 가장 먼저 치열하게 살펴봐야 했다. 그걸 하지 않으니 “몰아서 일할 수 있게 해 달라는데, 할 말이 없더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노동시간 규제를 ‘사용자의 핸디캡’으로만 보고 규제가 가리키는 목표는 보지 않을 때 가능하다. 몰아서 일하는 것이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연구는 충분히 소개됐기 때문이다. 기왕 반도체특별법으로 노동시간 논의가 진행된 김에 이제는 ‘있는’ 규제가 충분한지 살펴보고, 그렇지 않다면 ‘있어야 할’ 규제가 더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먼저 일반 원칙으로 1일 최장 노동시간 한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2023년 12월7일 대법원 판결은 충격적이었다. 우리 근로기준법에서는 1주 연장근로시간 한도는 정하고 있으나, 1일 연장근로시간 한도는 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르면 1일 최대 근로시간은 21.5시간(=24시간-최소 휴게 2.5시간)이 가능하고, 1주간 연장근로 한도를 적용할 경우 3일 동안 밤을 새면서 쉬지 않고 근무하더라도 법 위반이 아니게 된다(21.5시간×2일+9시간=52시간). 여기에 3개월 이내 탄력적근로시간제나 1개월 이내 선택적근로시간제를 적용하게 되면 4일 동안 쉬지 않고 일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가령 어떤 사람이 오늘 아침 9시에 출근하면 3일 동안 연속해서 밤새워 일하고 4일째 아침 8시30분에 퇴근하게 되더라도 위법이 아니게 된다. 이쯤 되면 세련된 느낌의 유연근무제는 실상 생명의 가불을 요구하는 압축노동으로 봐야 한다. 여기에 2020년에 확대된 특별연장근로 인가까지 더해지게 되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노동시간에 관한 EU지침(2003)에서는 24시간당 연속하는 휴식시간을 11시간 이상 설정하도록 최소 조건으로 정하고 있고, 이를 회원국들이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1일 최대 노동시간(식사, 도중 휴게 포함)은 13시간이다. 우리도 이와 같은 규제를 도입할 때가 됐다.

그 외에도 5명 미만 사업장을 더 이상 노동시간의 치외법권 지대로 놔둬서는 안 되고, 유연근무제를 합의할 수 있는 근로자대표에 대해서도 근로자들에 대한 민주성과 사용자와의 대등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2020년에 지나치게 확대된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도 이제는 정상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장근로에 대한 동의는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 언제든지 철회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제 노동시간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를 해 볼 때가 됐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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