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2-24 08:28
[의료대란 1년 ①] 환자도 노동자도 불안한 의료현장, 여전히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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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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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수술 줄어들고 사망자 증가 … 의사업무 떠안은 간호사들 “고통” 호소
경남권 상급종합병원인 인제대 부산백병원은 지난해 2월 전공의 이탈 직후 환자 진료가 어려워지자 3월부터 8월까지 직원에게 무급휴가를 신청하라고 했다. 의사와 환자가 사라진 병동을 지키던 간호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휴가를 썼다. 병원에서 이탈한 전공의는 110여명. 1년이 지났지만 전공의의 빈 자리는 채워지지 않고 있다.
20년차 간호사로 일하는 유지희(가명)씨는 “의료대란 직격타는 병원과 (병원을 지키는) 직원이 위태롭게 견디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씨는 “병원에서 매달 적자니, 비상경영체제니 이야기하니까 내 월급에서 수당이 얼마인지도 몰랐던 직원들이 병원 재정을 들여다보고 고용불안을 걱정한다”며 “언제까지 참고 버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의료대란 1년이 지난 지금, 전공의들이 맡았던 역할은 대부분 각 병동에서 허리 역할을 하던 중견급 간호사에게 넘어갔다. 유씨는 “일 좀 할 만한 경력간호사들은 의사가 부족한 타 진료과에서 진료지원(PA) 간호사로 빼가고 신규 간호사로만 채워지다 보니 업무가 원활하지 않고 버겁다”며 “남은 간호사에게도 의사 업무가 추가돼 업무강도나 긴장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유씨는 “급하게 투입된 PA간호사에게 침습적 시술까지 시키는 등 업무범위가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너무 불안할 것 같다”며 “기존 PA간호사와 신규투입된 PA간호사 간 업무분장 문제로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전공의가 돌아온다 해도 기존에 PA간호사로 투입됐던 이들을 어떻게 복귀시킬 건지 모르겠다. 현장은 너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병원 직원 가족도 치료 못 받는다”
전공의 이탈로 시작된 의료대란이 1년째 계속되면서 병원노동자들과 환자들의 고통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치료 시기를 놓쳐 장애를 얻었거나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길에서 숨진 사례가 적지 않다. 그중에는 병원노동자들의 가족도 있었다. 유지희씨는 “동료 가족도 뇌졸중으로 쓰러져 우리 병원에 실려 왔다가 골든타임을 놓쳐 후유장애로 마비를 갖게 됐다”며 “응급실과 연계해 진료해야 할 진료과 담당 의사가 없어 가족이 오거나 (진료 관련) 부탁을 해도 응급실에 접근조차 못하는 상황”이라고 증언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의료 체계가 작동할 때보다 많은 환자들이 죽어 나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연도별로 병원 입원환자의 사망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 동안 3천136명이 초과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초과사망은 통상 수준을 초과해 발생한 사망을 의미한다. 감염병 등 위기상황이 사망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자료로 쓰인다. 김 의원은 여기에 질병군별 중증도 요소를 고려해 사망자를 계산했다.
병원 종류별로 사망률을 살펴보니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일반병원·요양병원 중에서는 요양병원에서 초과사망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김 의원은 “응급환자뿐 아니라 요양병원에서 상태가 악화해도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것 같다”며 “의료대란으로 국민이 입고 있는 피해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국민 부동의 사망 원인 1위인 암 역시 의료공백 시기 수술 건수가 크게 줄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6대 암 수술 건수는 총 4만8천473건이었다. 전년 같은 기간 집행된 5만8천248건보다 16.78% 감소했다. 암 수술 중에서는 간암 수술 건수가 24.74%로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위암은 21.88%, 자궁경부암은 20.82%, 폐암이 19.22%, 대장암은 16.86%, 유방암은 10.58% 감소했다. 수술이 줄어든 데에는 의료진 감소나 수술이 아닌 다른 치료법의 변화 등이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단기간 큰 폭으로 감소한 데에는 의료공백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중환자실 간호사 45%가 1년차 미만
“숙련 간호사 사직 내몰려”
병원노동자들의 노동조건도 크게 나빠졌다. 군의관 투입과 수가 인상 등 정부가 의료대란을 해결하겠다고 내놓은 대책이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시민건강연구소가 지난해 12월 3개 대학병원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74명 간호사 중 32%가 시간외 근무가 늘었다고 답했다. 간호사 1명당 담당하는 환자수가 늘었다고 답한 이도 26%나 됐다.
간호사의 본래 업무를 벗어난 업무를 수행하면서 업무부담을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44%가 의사의 ID를 이용해 대리 처방하는 일이 늘었다고 답했다. 특히 PA간호사 업무를 새로 수행하게 된 77명 중 절반에 가까운 42%는 일방적 발령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PA업무에 관해 새로운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응답자는 이론적 측면에서 35%, 술기(실기)적 측면에서 46%나 됐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해 4월 한 달 동안 113곳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는데 이 중 62%가 의사 대신 처방을 하고 있었고 대리 수술을 한다는 응답도 24%나 됐다.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병동 7년차 간호사 권지은씨는 “처음에는 인턴이 하던 남자 소변줄 삽입 일을 간호사에게 시키더니 점차 환자에게 동의서를 받고, 중심정맥관 제거 업무까지 하게 됐다”며 “경력간호사가 의사 업무를 대신하러 가면서 중환자실에는 1년차 미만 간호사가 45%나 돼 겨우 남아 있던 숙련된 간호사가 반복되는 신규 교육과 간호업무에 지쳐 사직을 고민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의료대란 대책으로 지난해 3조3천억원을 지출했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3월과 5월 각각 1천285억원과 755억원을 예비비로 투입해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했다. 당직 수당이나 신규인력 채용을 지원하는 인건비,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파견 수당 등으로 사용됐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기금도 활용했다. 지자체가 지역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적립한 기금이지만 2천196억원을 응급실 인력채용이나 의료진 야간수당에 지출했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도 1조3천49억원이 쓰였다. 응급환자를 전원하거나 추석 비상진료 지원, 중증환자 배정 등에 매달 평균 1천760억원이 투입됐다. 의료 수입이 급감한 병원 경영난을 지원하기 위해 1조4천844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만 건강보험재정에서 선지급됐지만 정부 정책으로 경영난을 맞은 병원을 지원하기 위해 이 같은 금액이 지출됐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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