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2-27 10:47
[마루시공 노동자]그들의 존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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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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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가 마루시공 업체의 합동조사에 나섰다. 마루시공 업체들은 마루 시공하는 사람에 대해 국토부에는 ‘근로자다’라고 실토하고, 노동부에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며 딴청을 피웠다.
‘눈 가리고 아웅’에 ‘모르쇠’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로부터 마루공사를 하도급받은 기업은 근로자를 고용해 시공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재하도급은 불법이다. 불법하도급은 1년 이하의 영업정지 또는 공사 대금의 30% 이내 과징금의 행정처벌,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데, 이는 국토부의 소관이다.
그런데 노동부가 점검을 나오면 마루시공 업체들의 답은 달라진다. 원천징수 3.3%를 제하는 개인사업자라는 것이다. 노동자라고 하면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의 문제부터 발생하게 되고, 4대보험 및 퇴직공제부금 미납,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등 줄줄이 사탕처럼 엮어 나올 것이며, 이 역시 행정처벌이나 형사처벌까지 나온다. 마루시공 노동자들이 “대체 우리는 누구냐”며 노동부와 국토부가 같이 조사를 나오라고 거듭거듭 요청해 실제 합동조사가 이뤄졌다.
사용자도 ‘근로자’라고 실토했는데…
여하튼 노동부 근로감독관과 국토부 사무관이 나란히 손을 잡고 2개 업체로 직접 조사를 나가니, 마루시공 업체는 공식적으로 근로자로 관리하겠다고 답했다. 서면으로 확인서까지 제출했다. 불법하도급으로 걸리는 것보다 노동자로 인정하는 게 더 이익이라는 계산이 나왔을 것이다. 불법하도급이면 영업정지에다 인건비를 필요경비로 처리해 줄였던 세금까지 토해내야 한다.
속내야 어떻든 간에 마루시공 업체가 근로자라고 답을 하자, 노동부는 근로계약서를 교부하라는 시정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그뿐이다. 한두 달이면 공사는 끝나고 마루시공 업체는 다른 현장에서 다른 노동자를 사용하면 그만이다.
그동안 마루시공 업체는 갖은 꼼수를 부려왔다. 불법하도급 딱지를 떼려면 근로자가 있어야 한다. 노동자라고 여기지 않고 개인사업자로 취급하는 노동자의 고용보험료를 내고 퇴직공제금을 적립했다. 그런데 이게 전부 엉터리다. 예를 들어 실제 보름 동안 일을 한 노동자의 경우 퇴직공제금은 적립돼 있는데 고용보험 일용근로내역에는 근로일수가 ‘없음’으로 기재하고 신고했다. 이러한 사실이 허위로 밝혀져 근로복지공단에서 정정 조치를 해야 하는데, 노동부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 건설공제회도 노동부의 답을 기다리는 중이다.
노동부는 마루시공 현장에 불법하도급 요소가 있어 근로자성 인정이 어렵다면서 노동자가 먼저 근로계약서를 요구하라고 조언하는데, 이게 현장에서 먹힐 리 없다. 앞장섰던 마루시공 노동자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한동안 일 구하는 데 애만 먹었다.
“내심 존경하는 근로감독관님”
마루시공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지 4년째다. 처음으로 눈 뜬 사람들끼리 모여 노조를 만들고, 전국 팔도를 다니며 마루시공 노동자를 규합했다.
마루제조업체와 시공업체의 협회인 한국마루협회에 교섭 공문을 보내고, 노동부에 ‘가짜 3.3’을 밝히는 근로자 지위 확인 공동진정을 접수하고, 이곳저곳 오라는 곳에는 가서 마루 노동자의 실상을 증언하고 시위도 했다. 또 대화와 상생으로 풀어 보려고 김문수 노동부 장관도 만났다.
따가운 눈총을 받았지만, 덕분에 통계청으로부터 ‘플로어링 마루시공공’ 직종이 신설돼 대한건설협회의 시중노임단가가 생겼다. 이는 마루시공 노동자의 숙원사업이었는데 이제야 풀렸다.
이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지하 3층에서 지하 2층으로 겨우겨우 오른 셈이다. 어제 마루시공 노동자들의 노조인 한국실내건설노조는 한국마루협회를 직접 방문해 교섭 요청을 했다. 한국마루협회는 이전에도 그랬듯이 무대응이었다. 한국마루협회가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이제 남은 것은 끝이 없는 극한 투쟁이다. 노동자가 아니라면 사업자가 돼야 하는데 이건 재하도급으로 불법이다.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게 마루시공 노동자의 절박한 외침이다.
“내심 존경하는 근로감독관님. 이 모든 문제를 한시바삐 선처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1969년 12월 19일, 전태일이 근로감독관에게 보내려고 썼던 편지의 마지막 부분이다. 고용노동부가 ‘한시바삐’ 결론 내리기를 바란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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