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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3-10 08:27
[싸우는 여자들 ②] ‘여성’ 사라진 윤석열 정부, ‘사라질 위기’ 자초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64  
‘구조적 성차별 없다’ 망언, 여성 혐오·차별 부채질 … 등돌린 청년여성들 탄핵광장으로, “차기 정권 성평등 복원해야”

윤석열 정부 여성정책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1월 대선후보 당시 자신의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자의 짧은 문구를 올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당선된 뒤에는 “여가부는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고 쐐기를 박았다. 지난 2년 반의 윤석열 정부 여성정책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여성가족부 폐지 집착 ‘식물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인 문제”라는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발언은 윤 정부 여성정책을 모두 보여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2월 김현숙 여가부 장관을 사실상 경질한 뒤 1년 넘게 후임 장관을 임명하지 않고 있다. 4월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여가부 폐지를 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여가부 폐지는 못했지만 철저히 식물화했다.

윤 정부에서는 ‘여성’이 지워졌다고들 표현한다. 윤 정부 첫 여성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2023년 여가부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보면 ‘여성’ ‘젠더’보다는 ‘가족’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6대 핵심과제는 △다양한 가족지원 △아동·청소년 보호 △5대 폭력 피해자 보호 △아이돌봄서비스 확대 △청소년 역량 확대 △가족·청소년 지원서비스 혁신으로 구성됐다.

젠더 기반 ‘여성폭력’은 5대 폭력 범주 속 스토킹·디지털성범죄·성폭력·가정폭력·권력형성범죄라는 이름으로 희석화했다. 또한 여성은 저출산·고령화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가족돌봄의 주체로 재위치시켰다. 그 뒤에도 대동소이하다. ‘2024년 여가부 정부혁신 실행계획’ ‘여가부 2025년 정부 업무보고’를 보면 이 틀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성평등’은 ‘양성평등’으로 대체됐다. ‘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을 보면 △양성평등한 노동환경 조성 △돌봄 안전망 구축 △폭력피해 지원·성인지적 건강권 보장 △양성평등 문화 확산 △양성평등정책 기반 강화를 핵심과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젠더 불평등에 대한 구조적인 이해를 차단하고 성평등 문제의식을 기계적인 양성평등으로 축소한다고 꼬집고 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힘겹게 여성들이 쌓아온 여성·성평등 정책을 다 무너뜨리고 지웠다”며 “무엇보다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말을 공식화했고 이를 계기로 여성혐오와 페미니즘에 대한 역공이 심해졌다”고 평가했다.

인구·가족 정책으로 여성정책 ‘희석’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했다. 저출생 대책으로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3대 핵심 분야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저출생 컨트롤타워인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고, 특별회계·예산 사전심의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육아휴직과 늘봄학교 확대, 신혼·출산 가구 주택 우선 분양 같은 정책도 약속했다.

여가부 폐지와 마찬가지로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역시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현재까지 실현되지 못했다. 대신 지난해 7월 대통령실에 저출생대응수석을 신설했다.

윤 정부는 ‘출산율 반등’에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통계청이 합계출산율이 2023년 0.72명에서 지난해 0.75명으로 9년 만에 상승했고 지난달 26일 발표했다. 유혜미 저출생수석은 브리핑에서 “수요에 기반한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 것이 저출생 정책에 대한 청년들의 기대를 높이고, 출산을 결심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혼인 증가세, 90년대 에코붐 세대가 결혼·출산 연령인 30대에 들어서고 있다는 점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저출생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인 ‘주 69시간제’에 이어 반도체특별법에서 주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적용제외를 통한 장시간 노동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는 점도 애써 외면한다. 구조적인 성차별,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저출생의 근본적인 원인보다는 인구·가족 정책에서 여성의 자리를 임신·출산·육아 담당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은 매한가지였다.

‘여성혐오’와 ‘젠더갈등’ 심화

‘여성이 지워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어디에 서 있을까.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은 범인이 남성들은 그냥 보내고 여성을 노려 살해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된다. 피해여성 추모운동이 광범위하게 벌어졌지만 한편에서는 여성혐오 범죄임을 부인하면서 젠더갈등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정부 태도도 이를 부추겼다. 경찰과 검찰은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하길 거부하고 ‘정신질환에 의한 묻지마 범죄’ 유형에 부합한다고 밝혀 여성계의 반발을 샀다.

이후에도 여성살해, 여성혐오 범죄는 이어지고 있다. 2022년 9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은 우리 사회 여성을 대상으로 한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가장 최근인 지난 3일 충남 서천에서 한 남성이 사기를 당해 돈을 잃고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이유로 거리로 나가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23년 언론보도를 통해 분석한 ‘친밀한 관계 내 여성살해’는 최소 138명이고, 살인미수를 포함하면 449명에 달한다. 또한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해 일어난 여성살해 피해자는 주변인 포함 총 88명으로 집계됐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09년부터 해마다 ‘분노의 게이지’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 살인(미수 포함)’ 건수를 취합해 분석 결과를 발표했는데, 2023년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한 여성 살인’ 건수를 처음으로 추가했다.

2023년 11월 경남 진주 한 편의점에서 ‘숏컷’을 한 여성노동자가 일면식도 없는 남성 손님으로부터 “페미니스트는 맞아야 한다”며 폭행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매일노동뉴스 ‘2030 여성·퀴어 집담회’에 참석한 전문직 종사자 박산(가명)씨도 지난해 말 한 법인 면접 때 ‘페미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숏컷’ 헤어스타일 때문이었다.<매일노동뉴스 3월6일자 2~5면 ‘싸우는 여자들①’ 기사 참조>

여성노동자 사상검증·고용위협 ‘다반사’

웹툰과 GAME, GS리테일 등 20대 남성들의 소비력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산업 분야에서는 ‘손가락 모양’을 둘러싼 갈등과 해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여성·노동단체로 구성된 ‘페미니즘 사상검증 공동대응위원회’가 지난해 3월 발표한 페미니즘 사상검증 피해실태에 따르면 2023년 8~12월 관련 제보가 56명·77건이었다. 유형별로는 ‘작업물 교체 및 고지 없이 무단 수정’(19건). ‘직장내 괴롭힘’(17건), ‘채용성차별 및 입사 취소’(14건), ‘사이버불링’·‘SNS 검열 및 관리’(9건), ‘부당해고 및 계약해지’(7건), ‘계약서상 불이익 조항’(2건) 순이었다. GAME업계 등에서의 노동자에 대한 사상검증과 불이익 조치가 행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윤석열 정부는 5대 범죄 중 성폭력을 근절하겠다고 하면서도 비동의 강간죄, 즉 강간의 성립 기준을 폭행·협박 여부와 무관하게 동의하지 않으면 강간으로 인정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여가부는 2023년 1월 형법 297조 강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내놨다가 법무부와 여당의 반대로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지난 5일 비동의 강간죄를 담은 형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동의가 없으면 강간이라는 상식적이고 당연한 명제가 한국 사회 여성들의 염원이 되고 있다”며 “수많은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법이 이를 처벌하지 못할까, 제2·제3의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서 신고하지 못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성별 임금격차·유리천장지수 세계 ‘꼴찌’ 수준

구조적 성차별의 대표적인 영역이 노동시장이다. 한국 사회 여성노동자는 노동시장 어디 즈음에 위치해 있을까.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이 올해 1월13~31일 전국 15세 이상 임금노동자 1천95명을 대상으로 ‘성별 임금 격차 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에서의 성차별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5점 척도 기준으로 승진(3.53), 임금(3.43), 중요 업무배제(3.4), 채용(3.35), 성희롱(3.13) 순으로 성차별을 느낀다고 답했다.

여성의 61.9%, 남성의 40.6%가 경력단절을 경험했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는 달랐다. 정경윤 연구위원은 “남성은 주로 더 좋은 직장을 찾기 위해 퇴사했으나, 여성은 결혼·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경력단절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인식도 물었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인 문제”라고 한 발언에 응답자의 84.7%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실제 주요 지표를 보면 한국 여성의 열악한 지위를 확인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6월 발표한 2024년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46개국 중 94위를 기록했다. 전년(105위)보다 11단계 올랐지만 여전히 하위권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5일 발표한 유리천장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9개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꼴찌였다. 남녀임금 격차·여성 고용률·고위직 여성비율 등을 반영한 지표다.

통계청이 지난해 3월 발표한 성별 임금격차를 보면 우리나라가 31.2%로 34개 OECD 회원국 중 가장 격차가 컸다. 여성의 임금이 남성의 68.8%에 그친다는 의미다. OECD 회원국 평균인 12.1%의 2.6배에 달하는 수치다.

정경윤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 결과는 젠더 불평등을 기반으로 한 노동시장과 사회구조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성역할 고정관념을 약화시키고 성평등한 노동시장과 사회구조를 설계해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혐오·젠더갈등 악용 ‘백래시 정치’

윤석열 정부가 성평등 정책에서 여성을 지움으로써 젠더갈등 문제가 되고, 젠더갈등은 여성혐오를 강화하고, 이는 여성혐오에 기댄 백래시 정치로 확대하는 경로를 보였다. 이런 여성혐오는 정치판에서 발현됐다.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를 통해 20대 남성을 뜻하는 ‘이대남’ 세력을 규합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크게 한몫했다. 이 밖에도 많은 정치인들이 여성혐오 발언을 선거를 중심으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인이 우리 사회 문제 해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여성혐오와 젠더갈등을 악용한다고 본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과)는 “정치권에서 성별 갈라치기는 우리 사회 중요한 사회 갈등을 가리는 역할을 한다”며 “계급갈등, 일자리 부족, 저임금, 노동의 질 약화 등의 문제를 기업과 정부가 아닌 남녀청년이 싸우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윤 정부에서의 반여성 정책은 상대적으로 청년여성을 윤 정부에 등 돌리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백래시 정치>의 저자 신경아 한림대 교수(사회학)는 “윤 대통령이 청년남성을 끌어들이기 위한 선동을 하는 시점부터 청년여성은 돌아섰다”며 “출범하자마자 여성·성평등을 삭제하면서 윤 정부를 거부·거절하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고 진단했다.

12·3 내란사태로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짓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 탄핵 인용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지금까지 과정에서 ‘응원봉’으로 상징되는 청년여성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이 광장은 ‘사회대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지워졌던 여성의 이름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배진경 대표는 “다음 정권에서는 윤석열 정권에서 후퇴한 여성·성평등 정책을 복원하는 한편 한 단계 전진하도록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정치권의 여성혐오 활용 가능성 역시 막아내야 할 사명이 있다”고 주문했다.

이주희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돌봄노동자 등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의 상당수는 여성”이라며 “새 정부는 기존 정책에서 소외된 여성노동자를 위해 임금·복지·고용안정 수준을 높이고 노조를 통해 그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싸우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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