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1-16 08:40
[미포조선 잠수부 사망사고]‘22살 조선소 잠수부 사망’ 현장엔 1~3개월차 신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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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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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블랙기업’에 일감 준 원청
유족 쪽 현대미포·대한마린산업 대표 고소
에이치디(HD)현대미포 울산조선소 앞바다에서 숨진 청년 잠수부(<한겨레> 1월10일치 12면)의 일터에는 안전수칙도, 이를 알려줄 숙련공도 없었다.
12일 한겨레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30일 현대미포 조선소 1안벽 인근에서 선박 검사를 한 대한마린산업 소속 직원 3명은 모두 입사 1~3개월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들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홀로 물에 들어갔다가 숨진 잠수부 김아무개(22)씨가 지난해 9월에 입사한 ‘선배’였다. 다른 잠수부와 감시인이 회사에 들어간 건 불과 1개월 전이다.
특히 감시인은 잠수 경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시인은 신호줄이나 공기줄(에어호스)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잠수부의 상태를 살피고 필요할 때 작업 중단을 판단해야 한다. 경험이 부족한 감시인이 제 역할을 했을 거라 기대하긴 어렵다.
김씨 유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감시인은 ‘2인 1조’ 안전수칙조차 몰랐다고 했다. 공기통을 메고 물에 들어가는 스쿠버 잠수는 별도의 신호줄을 달지 않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반드시 2명이 함께 작업해야 한다.
새내기들뿐이었던 현장은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김씨는 약 30분간 사용할 수 있는 공기통을 메고 오전 11시28분께 홀로 물에 들어갔다. 낮 12시께는 이상을 감지했어야 하지만, 작업자들이 현대미포 쪽에 사고 사실을 알린 것은 오후 1시10분께였다. 119신고는 오후 1시24분께 이뤄졌다.
대한마린산업에서 김씨와 함께 근무했던 동료 잠수부는 한겨레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돌이켜보면 작업하는 모든 순간이 위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씨와 함께 현대미포에서 선박 작업을 하다 옆에 있던 다른 선박의 프로펠러가 작동했던 아찔한 기억을 떠올렸다. 뿌연 먼지로 시야는 가로막혔고, 거센 물살에 휩쓸리는 감각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는 “이러다 빨려들어가 죽겠단 생각이 들어서 필사적으로 발을 차 올라왔다. 원청(현대미포) 쪽은 어떤 상황인지 설명해주지 않았고, 대한마린산업 쪽도 대수롭지 않게 넘겨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회사는 작업시간과 휴식시간을 명확히 알려주지도 않았다. “힘들면 올라와서 쉬라”고만 했다. 안전교육은 전날 작업내용을 전하면서 인사처럼 건네는 덕담이었다고 한다. 잠수복과 장갑, 수경, 오리발, 호흡기 등 모든 소모품은 각자 준비해야 했다. 고가인 잠수장비는 최저임금 수준인 월급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한 직원은 “안전장비에 문제가 있다고 바꿔달라고 했지만 대표가 이를 묵살했다”는 말을 김씨 유족 쪽에 전했다. 김씨의 누나는 “동생이 ‘블랙기업’이라고 했던 말이 자꾸 맴돈다”고 했다.
숨진 김씨는 어릴 적부터 해군 특수전전단(UDT)를 꿈꿨다. 고등학교 때부터 잠수 자격증 등을 딸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건강이 좋지 않은 부모에 부담이 되지 않으려 일찍부터 독립했던 그는 꿈에 한발 다가설 수 있단 희망으로 잠수부 일을 시작했다. 입사 3개월. 그는 품고 있던 꿈을 끝내 펼쳐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2012년 설립된 수중공사업체인 대한마린산업은 2018년부터 꾸준히 현대미포 협력사로 연간 단가계약을 맺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공식 누리집에 등록된 이 회사의 2024년 시공능력평가액은 13억원 상당이다. 전년도 공사 실적과 기술자 수, 자산 등을 종합해 산정한 것인데, 이 회사의 2023년 공사실적은 1억원에 불과하다. 보유 기술자는 수중공사업 등록의 최소 요건인 잠수기능사 1명, 토목분야 기능사 1명뿐이다.
현대미포 쪽은 “견적과 기업규모, 연간 실적 등을 종합해 해마다 3~4개 업체를 선정한다. 대한마린산업은 다른 조선사와 공기업 거래 실적이 있어 나름 건실한 기업체로 판단했고, 2018년 계약 후 모든 작업을 문제 없이 수행해왔다”고 밝혔다. 최초 계약을 맺은 이후로는 심사가 까다롭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또 현대미포 쪽은 “올해 단가업체는 아직 선정하지 않았다. 이번 사고가 있었던 만큼 꼼꼼하게 판단해 업체를 선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한마린산업 쪽은 전화와 문자 등 한겨레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김씨 유족은 현대미포 대표이사와 대한마린산업 대표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울산해경에 고소했다. 유족 변호를 맡은 김의택 변호사(으뜸 법률사무소)는 “대한마린산업의 중대재해예방 능력 등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은 현대미포 대표이사의 직접적 주의의무 위반에서 이번 사건이 비롯됐다는 취지”라고 했다.
출처 : 한계레(https://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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