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4-21 07:48
“할당량 못 채우면 손배” 근기법 비웃는 ‘조회수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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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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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유튜브 영상 제작 업체에서 1년여간 일했던 노동자 ㄱ(23)씨는 퇴사를 하루 앞둔 날 1천만원이 넘는 손해배상 통지서를 회사에서 받았다. 월별로 할당된 영상제작 수량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통지서에는 1천만원의 손해배상액 중 500여만원은 그달 임금과 퇴직금·미사용 연차수당 등에서 공제하고, 향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약속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근로기준법 20조에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ㄱ씨는 사용자가 내민 손해배상 통지서에 지문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ㄱ씨는 “‘빨간 줄 생긴다’ ‘다른 직장 구하려고 하면은 못 다닐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셔서 무서웠다”고 말했다.
영상을 찍어 내 조회수를 올리는 이른바 공장형 유튜브 업체에서 노동자들에게 월 할당량을 부여하고, 채우지 못하면 퇴사할 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신산업으로 급부상한 유튜브 업계 노동조건 감독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안 자고 주말에 일해도 목표 못 채워
할당량 불어나 노동자 옥죄는 구조
20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ㄱ씨가 일했던 업체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대한 감상평이나 추천 영상을 만들어 수익을 얻는다. 10만명 단위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 4~5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업체는 노동자들에게 ‘그달 근무일-3’이라는 월 할당량을 제시하고, 다른 채널의 영상을 모방해 제작하도록 교육했다. ‘양치기’로 조회수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가령 이번 달 근무일이 주말 제외 22일이었으면 19개의 영상을 제작하도록 했다. ㄱ씨에 따르면 할당량을 소화하지 못하거나 표절 시비 등으로 영상을 게재하지 못하면 노동자에게 징벌성 책임을 묻고 더 많은 영상 할당량을 줬다. 노동자가 할당량을 맞추지 못하면 이월하고, 영상 1건당 15만원이라는 자체 기준을 정해 손해배상액을 정한다.
영상 제작 일이 처음이었던 ㄱ씨는 월 할당량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토로했다. ㄱ씨는 “남이 만든 영상을 보고 회사 채널에 쓸 영상을 다시 만들었는데 할당량을 채우느라 주말까지 나와서 일했고, 잠도 못 자고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회사에서 운 적도 있었다”며 “이게 사람 사는 게 맞나 싶었다”고 말했다.
노동법 위반·비정형 노동 집약체
“유튜브 산업 근로감독·보호대책 필요”
숏폼·롱폼 등 유튜브 영상으로 얻는 수익에 주목한 사람들이 너도나도 업계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유튜브 업계가 노동법 위반과 비정형 노동의 집약체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ㄱ씨가 다녔던 회사처럼 손해배상을 묻는 사례가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노동법 위반이 만연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23년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진행한 유튜브 편집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85명 중 응답자의 72%가 30세 미만으로 청년층의 비중이 매우 높다.
ㄱ씨는 근로계약서를 쓴 노동법상 노동자라 노동청 진정을 통한 권리찾기를 시도할 수 있었다. 다만 업계에는 그럴 수 없는 노동자들이 더 많다. 유튜브 업계에서는 종사자 대부분을 프리랜서로 고용해 노동법을 피해 가고 있다. 노동청 진정으로 체불금품을 받을 수 있는 노동법상 노동자와 달리 프리랜서는 대금을 받지 못하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민사소송을 선택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기업형 유튜버와 웹툰 제작 분야 등에 대한 선제적인 기획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꼼꼼한 관리·감독과 보호대책이 중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최한솔 공인노무사(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는 “청년들의 꿈을 착취하는 구조가 유튜브 시장에서 형성되는 현실”이라며 “유튜브가 크리에이터가 되기를 꿈꾸는 청춘들을 짓누르지 않게 유튜브 산업 근로감독이 꼭 필요하고, 무엇보다 창작하는 노동자를 노동법이 보호할 수 있도록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ㄱ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던 업체는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본지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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