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4-22 07:46
[단독] 매일유업 중대재해 불기소, “이례적 사고”라는 검찰
|
|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
|
평택공장 노동자, 2022년 4월 기계 끼여 사망 … 매일유업 대표 혐의없음 종결
3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진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받았던 매일유업이 최근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례적인 사고’라며 중대재해 발생과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매일유업은 유통업계 최초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받았지만, 대표이사를 비롯해 안전관리책임자 모두 혐의를 벗었다.
30대 노동자, 팔레트 자동공급기 점검 중 사고
2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올해 1월24일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이사 부회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종결했다.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던 평택공장 안전관리책임자 B씨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은 평택공장 안전관리자 C씨, 작업현장 안전관리자 D씨도 불기소 처분했다.
사고는 2022년 4월17일 매일유업 평택공장에서 발생했다. 노동자 A(사망 당시 32세)씨는 오후 8시54분께 공장 커피발효파트 생산(포장) 공정에서 외부 자동팔레트 공급기(컨베이어벨트와 연결된 산업로봇)를 점검하던 중 갑자기 상승한 자동공급기 디버터(물류 시스템에서 물품의 이동 경로를 변경하는 장치)와 철제 구조물 사이에 끼였다.
A씨는 동료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약 1시간40분 만에 사망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직후 근로감독관을 보내 현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사고원인을 파악했다. 수사당국은 매일유업 대표와 안전관리책임자 등을 입건했다. 매일유업은 상시근로자 50명 이상 사업장이라 당시 기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었다.
검찰 “재해자가 비정상 경로 접근”
경찰과 노동부 등 수사당국은 안전관리책임자들이 팔레트 공급기 작업 과정에서 △근로자 탑승 금지 △공급기 운전 정지 △작업지휘자 배치 등 안전수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 매일유업 김선희 대표에 대해선 △재해예방 예산 편성 및 집행(4조4호) △안전보건 관리책임자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4조5호) 등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상 안전보건 관리체계 수립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매일유업측은 “이례적 사고”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대표측은 “안전관리책임자를 지정하고 업무수행에 필요한 예산·권한을 부여했고 평가기준을 마련했다”며 “사고가 이례적이어서 사고를 예견할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평택공장 공장장과 안전관리자들도 “A씨가 정상 경로가 아닌 포장실 내부에서 팔레트 공급기로 접근하고 기계를 정지하지 않은 채 공급기 위에 임의로 올라가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고 했다.
검찰은 매일유업 주장을 사실상 그대로 수용했다. A씨 작업 방식이 통상적이지 않은 ‘이례적인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김 대표와 안전관리책임자 등이 혐의를 벗었다. 평택지청은 “재해자는 생산공장 내부에서 팔레트를 공급하는 좁은 투입구를 통해 공급기로 접근하는 등 비정상 경로로 접근했다”고 판단했다. 평택공장 직원 3명이 A씨와 같이 공급기에 접근하거나 공급기를 정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없다고 진술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안전관리자 모두 ‘무혐의’ 검찰 “안전수칙 마련”
검찰은 또 A씨가 기계가 돌아가는 상태에서 공급기에 올라타고 관리감독자에게 작업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포장실 내부로 팔레트를 공급하는 좁은 투입구를 통해 공급기에 들어가면서 디버터가 올라가는 바람에 ‘이례적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공급기 작동 오류 발생 원인이나 A씨 접근 경로도 명확하지 않다고 추측했다. 당시 현장에는 CCTV가 설치되지 않았다.
나아가 검찰은 평택공장 관리책임자들이 안전조치를 다했다고도 봤다. 매일유업이 공급기 셔터문에 비밀번호가 있는 시건장치를 설치해 안전관리자가 비밀번호를 관리함으로써 접근 제한조치를 했다는 이유를 댔다. 아울러 ‘설비 가동 중 트러블 발생시 관리감독자에게 통보하고 반드시 전원 OFF, 설비 가동상태에서 이상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가 적힌 안전수칙 표시판을 설치했고, 컨베이어 안전수칙에도 ‘탑승금지’ 등 문구를 기재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했다. 공장노동자 2명은 기계 수리시 기계 정지와 2인1조 작업 등 교육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김 대표에 대한 검찰 판단도 같았다. 평택지청은 “사고는 재해자의 이례적인 작업방법에서 기인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며 “설령 피의자(김 대표)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게 업무수행에 필요한 권한과 예산을 부여하지 않고, 업무수행 평가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재해자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했다거나 이에 대한 피의자의 예견가능성 및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매일유업 법인도 무혐의 처분했다.
“재해자에 책임 전가, 이례적 작업 방식 이유 설명 없어”
‘이례적인 사고’라는 검찰 해석은 재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판단이라고 전문가들은 비판했다. 박다혜 변호사(법률사무소 고른 대표)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작업을 수행한 것에 대한 조치가 없이 재해자 행위가 묵인됐다면, 단순히 재해자 잘못으로 인해 혐의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위험성평가만 보더라도 근로자의 작업행동을 포함해 위험요인을 발굴·평가·조치해야 하는데, 위험성평가를 하지 않은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2016년 5월 스크린도어 점검 중 숨진 ‘구의역 김군’ 사건과 유사한 작업방식인데도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의역 사건은 개인 과실이 아니라 열악한 작업환경과 관리소홀이 원인이었다고 조사됐다. 손익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안전교육이 있었더라도 작업속도나 방법의 불가피성 등으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작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닌지를 수사해야 했다”고 짚었다.
신하나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법무법인 덕수)도 “사망한 근로자가 ‘이례적인 작업 방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다”며 “작업 속도에 대한 부담으로 기계를 멈추고 관리자들을 부르기 어려운 환경이었던 것은 아닌지, 이런 작업 방식이 금지된다는 부분에 대해 제대로 교육이 실행됐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조재민 변호사(법률사무소 조안전 대표)는 “검찰은 원청 경영책임자에게 사고 예견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인과관계를 부정했다”며 “이러한 처분은 피해자에 대한 책임전가 논리를 받아들인 것으로 부적절하다. 이런 처분이 반복되는데도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불기소가 몇 건인지도 밝혀지지 않아 ‘깜깜이 봐주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