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6-01-0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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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노동’ 방패 된 ‘깜깜이’ 근로자대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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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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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몬스터 재량근로 합의 근로자대표 누군지 몰라” … 막강한 권한 행사, 선출 절차 등은 기준 없어
정소희 기자 입력 2026.01.05 07:30
안경·향수 브랜드 젠틀몬스터·탬버린즈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의 디자이너들은 주 70시간을 넘는 노동에도 재량근로제를 이유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재량근로제의 전제 조건인 근로자대표 제도는 법에 선출 절차나 대표성 기준이 없는데도,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데 핵심적 권한을 쥐고 있어 제도적 허점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자들 영문 모른채 동의서명 … 사쪽 “정당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없는 경우, 근로자대표는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할 권한을 지닌다. 근로자대표는 탄력·선택·간주·재량근로시간제 등 근로시간 유연화·특례제도를 사업장에 도입하는 서면합의의 주체이며, 해당 합의 결과는 전체 근로자에게 일괄 적용된다. 이처럼 근로자 노동조건에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치며 폭넓은 권한을 갖지만, 선출 절차와 방법, 임기나 권한 범위에 대한 기준은 현행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아이아이컴바인드도 2023년 8월 근로자대표와 재량근로제 도입 및 휴일근로 대체에 관한 서면합의를 체결했다. 근로자대표는 별도의 선거 절차 없이, 사쪽이 마련한 선임 동의서에 구성원들이 순차적으로 서명하는 방식으로 선임됐다. 서명지는 다수가 볼 수 있는 형태로 배포됐고, 동의 여부를 개별적으로 확인하지 않아 비밀투표 절차는 없었다. 본지와 인터뷰한 4명의 전·현직원은 “(인터뷰 전까지) 근로자대표가 무엇인지, 어떤 권한을 가진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박도윤(가명)씨는 “관리자가 별다른 설명 없이 서명지를 들고 ‘여기에 모두 서명하라’고 말한 기억은 난다”며 “재직기간에도 근로자대표가 누구인지도 몰랐다”고 증언했다.
사쪽은 본지에 “그룹웨어 공지로 근로자대표 선임 이유에 대해 전사적으로 설명했다”며 “근로자대표 선출 동의서 양식에 근로자들이 직접 서명하는 방식은 법령이나 행정해석에 비춰 정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근로자대표제 개선 입법 불씨 살려야”
노동계는 노동관계법에 근로자대표 선출 절차 등이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 자체가 사용자 주도의 형식적 합의를 가능하게 한다고 비판해왔다. 근로자대표 제도의 문제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2020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는 이와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근로자대표의 선출 방식과 임기, 지위와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입법 동력이 약해지면서 제도개선은 추진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근로자대표는 재량근로제를 비롯한 근로시간 특례제도의 ‘법적 관문’으로 기능하면서도, 현장에서는 장시간 노동을 통제하는 실질적 장치로는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개선 논의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020년 경사노위 논의 당시 노동계 위원이었던 김기우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당시 노사정 합의보다 더 나아간 수준이라면 바람직하겠지만, 합의문에 담긴 수준만이라도 실현된다면 근로자대표 제도 폐해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노사정 합의를 토대로 국회가 입법 논의 불씨를 다시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s://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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