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4-09 10:35
노조 문 두드리는 대학원생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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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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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노조 조합원 12·3 내란 뒤 2배 증가 … 그림자 취급에 분노, 광장 연대 경험이 노조설립으로
12·3 내란사태 이후 대학원생의 노조가입이 크게 늘고 있다. 혼자서는 드러내기 어려웠던 정치적 욕구가 내란사태를 계기로 폭발하면서 광장에 나선 노조로 관심이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관리자인 교수단체와도 연대”
8일 <매일노동뉴스>취재에 따르면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조지부(지부장 이준영)는 내란사태를 거치며 조합원이 1.7배~2배 늘었다. 지난달 4기 집행부가 출발한 노조 조합원 규모는 노동계 안팎에서 주목을 받은 출범 당시와 비슷한 증가세를 보여 400여명을 가까이 증가했다. 새로운 분회도 만들어졌다. 지난 2월 첫 여대분회인 이화여대분회가 설립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공립대 최초로 서울대분회가 출범했다.
연이어 개최된 분회 출범식에는 다양한 학내 구성원이 참여했다. 청소노동자·동료 대학원생·학부생뿐 아니라 대학원생의 관리자이기도 한 교수노조도 모여 분회 출범을 축하했다. 이들은 앞으로의 활동에 함께하겠다는 연대사를 건넸다. 대학원생이 겪는 성폭력·갑질 등의 문제는 지도교수와 수직적 관계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지만, 보다 민주적인 대학을 만들기 위해 교수 단체들과 활발히 연대하겠다는 것이 지부 계획이다. 이준영 지부장은 “궁극적으로 교수·시설직·연구자 모두 기관장인 총장과 계약을 맺기 때문에 모두 같은 노동자”라며 “지부가 교수노조와 연대하는 것이 낯설 수 있지만 교수노조나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우리 지부도 대학 공공성을 확보하고 대학을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한 단체이기 때문에 연대한다”고 밝혔다.
대학원생들은 왜 노조를 택했을까. 내란사태를 거쳐 조합원이 됐다는 대학원생들은 동아리나 책모임·총학생회 같은 여러 모임 대신 노조를 가입한 이유로 “조교의 노동이나 노동자성이 학교에서 보장되지 않는 문제”를 첫 손가락에 꼽았다. 학내 교직원과 조교 같은 여러 노동자들의 노동으로 운영되는 대학에서 대학원생의 노동 문제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학교·전공·교수마다 차이는 있지만 적지 않은 대학원생이 수업조교·행정조교·연구조교 등을 맡으며 연구를 병행한다.
서울대 대학원 비교문학협동과정 석사과정 중인 권용석 노조 서울대분회 사무장은 “대학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교직원뿐 아니라 조교들의 노동도 많이 필요하다”며 “일반적으로 대학은 교수와 학(부)생의 관계를 중심으로 생각하지만 교직원과 조교의 노동으로 대학이 돌아가고 학생들이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인데, 이들의 노동은 없는 것으로 자주 취급받는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조민형 노조 이대분회장도 “행정조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를 하고, 시험감독·출석관리·과제채점·쪽글첨삭 등의 일을 한다”며 “대학원생은 학생이면서 노동자라는 지위인데 사회보험이나 임금을 보장받을 수 없었다. 기존의 대학원 총학생회로는 해결하기가 어려워 노조에 가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교 노동자성 가려져, 단체협약 체결이 목표”
‘광장’이라는 공간이 노조가입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윤석열 정권의 고등교육 정책에 반발하던 대학원생이 계엄을 지나며 광장으로 나오게 됐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다른 동료 연구자들과 연대하는 경험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준영 지부장은 “연구 예산 삭감으로 인건비도 줄어들었고, 학부 자유전공을 확대하면서 학부생이 기초학문 수업을 기피해 인문대 연구자는 강의 기회가 축소됐다”며 “이런 상황을 교육·연구 정책 실패가 아닌 노동조건 악화로 이해하는 대학원생이 있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지부장은 “광장에서 함께 연대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남긴 유산을 체득하면서 선두에서 투쟁을 이끈 민주노총에 대한 관심도 생겨났을 것”이라며 “항상 광장에 있던 노조 깃발을 보며 노조를 통해 다른 전공·학교 사람과 교류하고, 노조가 대학원생 커뮤니티(공동체)로 보여지면서 대학원생이 모이고 단결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광장이 사라진 이후 노조는 새로운 과제를 마주했다. ‘광장의 커뮤니티’ 역할을 넘어서 사용자와 실질적 교섭이 가능한 노조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학교마다 현안도 있다. 이대분회는 유학생 연구자에 대한 한국어 글쓰기나 연구에 필요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이 모아지면서 유학생에게 평등한 수업권과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서울대분회는 협동과정 조교가 노동자가 아닌 근로장학생으로 분류돼 근로계약을 맺지 못하고 장학금을 받는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노동관계법 보호를 받지 못하다 보니 임금이 아닌 장학금을 늦게 받거나, 일방적으로 삭감당한 경우도 있었다. 국립대인 서울대는 조교들이 교육공무원법상 정년을 보장받기 때문에 교섭이 사립대보다 용이하다. 노조는 이를 활용해 조교들의 노동자성 인정을 대학측에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부는 단체협약 체결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이준영 지부장은 “기존에 조합원이 많았던 고려대분회나 연구개발에 참여한 대가로 인건비를 받아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비교적 쉬운 카이스트 등에서 여러 방법을 통해 교섭권을 얻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며 “공공운수노조의 단협 교육을 받거나 우수 사례를 학습하며 사상 첫 대학원생 단체협약 체결을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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