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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4-10 07:43
‘K-민주주의’ 민낯 드러낸 태평염전 사태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5  
지난 2일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천일염 생산 과정에서 강제노동을 사용한 것으로 합리적으로 판단되는 정보에 근거”해 관세법인 미국연방법 19조 1307항 위반 혐의로 태평염전 제품에 수입보류명령을 발령했다. 미국 내 입국항에서 태평염전의 천일염 제품이 억류됐다.

CBP는 조사 과정에서 국제노동기구(ILO)가 강제노동으로 규정하는 △노동자의 취약성 악용 △기만 △이동 제한 △신분증 보관 △열악한 생활환경과 근로환경 △협박 및 위협 △신체적 폭력 △채무노동 △임금체불 △과도한 초과근무의 혐의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미국연방법 19조 1307항은 모든 상품, 제품, 물품 및 물자 중 형사노동, 강제노동 또는 형사제재 하의 노예노동 등 외국에서 전부 또는 일부가 생산된 모든 것의 수입을 금지한다.

강제노동 제품의 수입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은 독자적인 법까지 제정한 적이 있다. 2022년 시행된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이 그것이다. 이 법은 중국 신장위구르에서 생산한 상품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것으로 간주(presumed)하고, 이들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수입업자는 자기 제품이 강제노동과 무관하다는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출해야 수입을 허용한다. 이 법으로 중국만이 아니라 관련 공급망에 포함된 세계 각국의 면화 제품(의류, 섬유 등), 토마토 제품(식품, 가공품), 태양광 패널 등 실리콘 관련 제품, 전자제품 원자재, 폴리실리콘, 산업용 원자재 등의 수출이 타격을 입었다.

ILO는 2개의 강제노동 협약을 채택하고 있다. ‘강제노동’ 29호 협약과 ‘강제노동 철폐’ 105호 협약이 그것이다. 협약 29호는 강제노동을 무엇으로 보는가를 규정한 협약이며, 협약 105호는 철폐해야 할 강제노동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협약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2021년 4월 협약 29호를 비준했으나, 105호는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다. 협약 105호가 철폐를 규정한 강제노동은 △기존의 정치, 사회, 경제 제도에 사상적으로 반대하는 견해를 가지거나 표현하는 것에 대한 처벌 △경제발전을 위해 노동을 동원하고 이용하는 수단 △노동규율의 수단 △파업 참가에 대한 처벌 △인종, 사회, 민족 또는 종교적 차별대우의 수단으로서의 강제노동을 말한다.

협약 105호를 대한민국 정부가 비준하지 않은 이유는 명약관화하다. 이런 형태의 강제노동이 대한민국에 존재하며, 정부가 나서서 그것을 철폐할 의도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법상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국가보안법 등 정치적 견해 표현에 대한 징역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공무원법 등 노동규율 수단에 대한 징역형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경비업법 쟁위행위에 징역형 등이 협약 105호와 충돌한다.

ILO 187개 회원국 중 협약 105호를 비준하지 않은 나라는 9개뿐이다. 대한민국에 더해 미얀마, 브루나이, 라오스, 마셜제도, 팔라우, 동티모르, 통아, 투발루다. 이른바 선진국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협약 105호를 비준하지 않은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공산당 일당지배 국가인 중국과 베트남도 2022년 8월과 2020년 7월 비준했다.

태평염전 사태에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미비준 협약 105호가 아니라, 비준 협약 29호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가 나섰다는 사실이다. 비준은 해당 협약을 법령, 제도, 정책에 반영한다는 국가의 약속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이주노동자, 취약노동자, 산업현장과 공공기관의 병역대체복무자의 조건과 상태가 협약 29호가 말하는 강제노동에 해당한다. CBP는 열악한 근로환경, 장시간노동, 임금체불도 강제노동의 지표로 꼽았다.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가 높은 지금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강제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노사정 3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미 비준한 협약 29호가 제대로 법제도에 반영돼 있는지 따져야 하고, 동시에 자유민주주의 전제조건인 협약 105호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조선총독부 시절부터 군사독재를 거쳐 민주공화국이라는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도처에 존재해온 강제노동을 근절시켜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시작인 강제노동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K-민주주의’ 운운은 자가당착이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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