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4-10 07:58
[단독] ‘급식실 폐암 원인’ 건강관리카드 대상물질서 ‘조리흄’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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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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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과제 포함됐는데 “학계 이견” 이유로 제외 … 지난달에도 폐암 사망, 총 13명 숨져
고용노동부가 올해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확대한다고 밝힌 건강관리카드 발급 대상에서 급식 종사자 폐암의 원인으로 지목된 ‘조리흄(Cooking Fume)’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급식노동자의 폐암이 처음으로 산재로 인정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지만 정작 산재예방을 위한 노동환경 개선은 더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달 말 경남지역 급식노동자 1명이 숨지면서 현재까지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 폐암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총 13명으로 늘어났다.
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노동부 ‘2025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의 건강관리카드 발급 대상에 추가되는 4개종에서 조리흄은 제외된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부는 건강관리카드 발급 대상을 기존 15종에서 19종으로 확대해 새로운 발암성 물질을 취급하는 노동자에 대한 추적관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건강관리카드는 산업안전보건법 137조에 따라 건강관리카드 발급 대상 업무에 종사하거나, 종사했던 자에게 카드를 발급하고 카드 소지자에 대해 이직 후 연 1회 특수건강진단을 무료로 지원하는 제도다. 그런데 발급 대상물질이 15종으로 제한돼 있는 데다 이중 5종은 지난 5년간 발급 건수가 아예 없어 제도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조리흄이 4개종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해 노동부는 아직까지 규제의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조리흄이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것이 유해인자인지, 측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해당 유해인자가 질병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국제적으로 확립이 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 직후인 2022년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국정과제로 선정하면서 “직업성 암의 조기 발견·치료를 위해 발급되는 건강관리카드 대상 확대”를 언급하고 예시로 “조리흄에 장기 노출된 은퇴 근로자 등”을 포함했다. 노동부 설명대로라면 학계에서 의견이 갈리는 사안인데 면밀한 검토 없이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역학조사 “조리흄 노출, 직업성 폐암”
급식실 폐암 산재 신청 214건·승인 169건
조리흄은 학교 급식실 종사자 폐암 산재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2021년 2월 근로복지공단이 경기 수원 한 중학교에서 조리실무사로 12년간 일한 이아무개(사망 당시 54세)씨가 폐암으로 숨진 사건을 업무상질병으로 처음 인정하면서 급식실 폐암 산재가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직업환경연구원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고인은 4일에 하루 빈도로 많은 양의 튀김, 볶음 및 구이 요리를 12년 동안 직접 수행하면서 조리흄에 대한 누적 노출량이 적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12년 1개월 동안 학교 급식시설에서 조리원으로 근무하면서 폐암의 위험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고온의 튀김, 볶음 및 구이 요리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에 노출돼 발생한 고인의 폐암은 직업성 폐암”이라고 봤다. 공단은 해당 조사를 토대로 고인의 폐암을 산재로 인정했다.
지난달 20일에도 급식실 조리노동자 1명이 폐암으로 숨졌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설명을 종합하면 경남 고성군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20년 넘게 일한 A씨는 2022년 3월 폐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하다 결국 사망했다. A씨는 업무연관성이 인정돼 공단에서 2023년 1월 산재승인을 받았다.
공단의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산재 현황(지난해 12월31일 기준)에 따르면 신청 214건 중 169건(79%)이 승인됐고, 32건이 불승인(15%)됐다. 이중 사망자가 12명(승인 9명·불승인 3명)이었다. A씨가 숨지면서 사망자는 13명으로 늘었다.
“폐 CT 검진 정례화, 1명당 식수인원 줄여야”
2021년 2월 이후 급식실 조리노동자 폐암에 대한 산재 승인이 잇따르면서 노동부는 같은해 폐 CT 건강검진 기준과 환기시설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대책 마련 이후 4년 가까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실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폐 CT 검진은 정례화되지 않아 시·도교육청별로 진행 상황이 들쭉날쭉하고 환기시설 가이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학교가 대부분인데 개선 속도는 지나치게 더디다는 지적이다. 관련 예산마저 지난해보다 감축됐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에 따르면 각 시·도교육청별 학교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 예산은 2024년보다 1천280억원 줄었다. 전국 평균 31.8%가 감소한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올해 환기시설이 개선된 곳을 대상으로 적절성을 검토해 실제 환경이 바뀌었는지를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지난해보다 10배 정도 (대상 학교를) 늘려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기시설 개선만이 아니라 조리흄 노출 시간·정도를 줄이려면 조리노동자 1명이 담당하는 식수인원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인력 충원이 필요한데, 현재 학교 급식실은 저임금·고강도노동에 폐암 산재 등 열악한 환경 탓에 결원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조리실무사 평균 결원율은 4.6%, 서울은 9.5%에 달했다.
22대 국회에는 급식 종사자 1명당 식수인원을 정하도록 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해당 개정안에 대한 교육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는 학교급식 관련법이 아닌 산업안전보건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시·도교육청은 반대 의견을 밝혔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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