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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4-28 07:54
[차기정부, 이것만은 ① 초기업교섭 활성화, 단협효력 확장] 노사정 효능감 ‘임금 관리’ ‘노동환경 개선’ ‘불평등 해소’
 글쓴이 : 동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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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이 허락한 유일한 담합” … ‘노사 맞손’에 정부가 지원해야

<매일노동뉴스>가 6·3 대선 뒤 차기정부가 반드시 시행해야 할 노동정책을 꼽아 봤다. 노동기본권이나 건강권 보장, 차별해소를 위해 그 필요성에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는데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정책·제도다. <편집자>

2.47%. 최근 10년간(2015~2024년) 금융 노사 산별중앙교섭에서 합의한 임금인상률(총액) 평균이다. 2020년 1.8%가 최저치이고 2022년 3%가 최고치다. 2개 연도를 제외하면 1년간 임금인상률은 2%대에서 오르내렸다. 금융노조가 매년 7%대의 임금인상을 요구했던 것을 감안하면 사용자 입장에서 성공적으로 ‘관리’된 셈이다.

초기업교섭과 단협효력 확장이 다시 화두다. 심화할 대로 심화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해법으로 첫 손에 꼽힌다. 기존에는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방식으로만 이해됐다. 모이면 모일수록 강한 게 노동자이고 노조이니 그랬다. 그러나 금융 노사의 최근 10년간 교섭 결과는 산별중앙교섭과 같은 초기업교섭이 사용자에게도 ‘효능감’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왜일까.

사용자 간 인건비 경쟁 완화 수단

“매년 매끄럽진 않았지만 임금인상률을 3% 이내에서 합의할 수 있었다. 이것은 교섭에 참여하는 사용자들에게 상당한 유인이 된다.” 금융노조의 산별중앙교섭 파트너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의 말이다. 금융권 임금은 국내 업종 가운데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한국경총이 지난해 상반기 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금융·보험업 월평균 임금총액은 751만1천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 인상률을 2% 수준에서 억제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금융 노사가 지난해 2.8% 임금인상률에 합의할 때 일본은 5.1%를 끌어 올려 33년 만에 인상률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고용 보고서에 따른 미국 금융업 시간당 임금도 지난해 1월 전년대비 4.48% 올랐다.

이례적인 사례가 아니다. 연구자들은 초기업교섭의 기능 중 하나로 기업 입장에서의 경쟁요인 제거를 꼽는다. 교섭단위 내에서 균일한 임금인상을 유인함으로써 기업 간 인건비 출혈 경쟁을 방지한다는 것이다. 영국 노사관계학자인 리처드 하이만 런던 정경대 명예교수는 1994년 펴낸 노동조합의 정체성과 전략의 변화 논문에서 “단체교섭이 산업 수준에서 이뤄질 경우 수량적 교섭 의제는 사용자들로부터 환영받았다”며 “사용자들 간의 경쟁에서 인건비를 제외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해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금융산업 산별중앙교섭에 참여한 사용자들은 초기업교섭의 이점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중앙화된 단체교섭, 개별 쟁의 부담 감소

사용자쪽은 관행적으로 초기업교섭은 자신들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받아들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초기업교섭이 갖는 성격 때문이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달 1일 국회 토론회에서 초기업교섭을 통한 단협 체결에 대해 “현행법이 허용한 유일한 담합”이라고 표현했다.

실제 그렇다. 담합은 시장 참여자가 가격이나 거래조건 혹은 생산량 등을 합의해 강제하는 행위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 사업자 간 부당한 공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인 노동자가 노조를 이뤄 사용자와 교섭해 임금과 근로조건을 정하는 담합이 아니다. “법이 허용한 유일한 담합”이란 표현은 그래서 적확하다. 기업에 대해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가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노조를 꾸리고(단결권) 사용자와 교섭하고(단체교섭권) 필요하면 쟁의행위(단체행동권)을 할 수 있도록 한 헌법 덕분이다.

이 범위는 조금만 상상하면 폭이 보다 넓다. 사용자 역시 노조와의 단협 체결의 형태로 ‘담합’에 나설 수 있다. 권 교수의 토론회 발언이다. “특정 직무에 대해 노동자 임금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기업도 원한다. 눈치 보지 않고 사람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개별교섭의 쟁의 위험을 줄이고 사업의 잠재적 (경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앞선 리처드 하이만 교수의 말과 같은 맥락이다.

초기업 노사 정부정책 개입 “우리도 해봤다”

임금인상률 조정이 사용자의 재정적 효능이라면 정책개입은 산업적인 효능이다. 이를테면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전환 위기를 겪고 있는 자동차 부품사 노사는 산업전환에 대한 정부의 정책 수립과 대응을 한목소리로 촉구할 수 있다.

실제 사례도 없지 않다. 최근에는 활동이 미비하지만 플랫폼기업의 성장세가 한창 도드라졌던 2020년 10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당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서비스연맹 등과 함께 플랫폼 노동 사회적대화에 참여해 합의까지 이끌어 냈다. 이 협약은 플랫폼·프리랜서·특수고용직의 오분류 문제를 해결하는 정답이 되진 못했지만 신생 사용자단체가 노동계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합의까지 이끌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당시 정부에 건의할 제도개선 내용까지 합의했다. 대화 주체들은 △배달서비스 플랫폼 노동 종사자 안전과 권익 증진 △플랫폼 노동을 포괄하는 사회안전망, 고용서비스 체계 마련 △배달서비스업에 관한 법률의 제정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타워크레인업계의 초기업교섭도 노사단체가 정부정책에 개입하는 단면을 보여준다. 3톤 미만의 소형타워크레인이 증가한 탓에 타워크레인 사고가 늘고, 노조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의 일감이 줄어들면서 2019년 단체교섭 쟁점으로 부상했다. 당시 노조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와 한국노총 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등으로 나뉘어 있었고, 사용자쪽은 대형 타워크레인을 운용하는 타워크레인 임대사들로 구성된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이 구성돼 있었다. 교섭 과정에서 노조는 2019년 6월 대형타워크레인 3천대 중 2천여대가 작업을 멈추는 파업을 했다. 그 결과 국토교통부가 개입해 규제안을 마련하기로 했고, 그해 7월 국토부가 타워크레인 안전성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결국 10월 좀 더 강화된 규제안으로 확정됐고 단협도 체결됐다. 단협에는 “회사는 소형타워(운전석이 없는) 크레인의 임대차 계약시 지상에서 25미터 (높이) 이상의 소형타워크레인은 설치할 수 없다”는 규정과 “회사는 건설사와 소형타워크레인으로 임대차 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실렸다. 박제성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술진보에 따른 무인장비의 시장진입 확산을 두고 타워크레인 시장의 기존 사용자와 노동자의 이해관계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개별 임대업체는 신규 경쟁자 증가로 나타나는 시장경쟁 강화를 차단하고 싶었고 노조는 타워크레인 노동시장에서 갖고 있던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고 싶어, 정부를 상대로 사실상 공동대응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단협 적용범위 확대, 불평등 해소

그렇다면 이런 노사교섭이 어떻게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을까. 답은 단체협약의 적용범위다. 현재 우리나라 교섭은 기업 내 노사의 교섭이 주류다. 금융노조도 산별중앙교섭 뒤 보충교섭이라는 이름으로 지부별 교섭이 다시 전개된다. 기업별 교섭의 단협은 단협에 서명한 노사교섭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초기업교섭을 하면 단협의 적용범위가 확대된다. 여기에 단협의 구속력을 확장해 적용하면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노조에 가입했더라도 교섭에 참여하지 않은 노조의 조합원에게도 단협이 적용된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체교섭이 중앙집중화돼 있고 조정력이 높은 국가일수록 거시경제 효과가 긍정적이고 불평등도가 낮다”며 “상대적으로 불평등도가 낮은 유럽같이 조정시장 경제체제로 분류되는 국가에서 강한 노조 권리에 의해 뒷받침되는 광범위한 업종별 단체교섭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중앙집중화란 산별교섭 같은 초기업교섭 체계가 발달된 제도를 의미하고, 조정력이 높다는 것은 해당 교섭단위의 교섭에서 다루는 의제가 많고 집행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별 교섭 혜택은 해당 기업 내 조합원에게만 돌아가지만 부문별(산별 또는 업종별) 교섭 시스템에서는 다수의 사용자에게 협약 적용 의미를 부여할 뿐 아니라 만인효에 따라 노조 조합원과 비조합원 모두에게 동일한 협약을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이미 일반적 구속력을 채택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과반노조가 체결한 단협은 비조합원이나 미조직 노동자에게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한 지역에서 일하는 동종 노동자 3분의 2 이상이 하나의 단협적용을 받으면 노사 한쪽이나 양쪽의 신청으로 해당 지역 전체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있다. 하지만 그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조건을 완화하고 업종·산업별로도 확대 적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코로나 고용지원금·상생협약 ‘힌트’

초기업교섭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우선 교섭단체 문제다. 비교적 지불능력을 갖춘 기업과 조직력을 갖춘 노조가 존재하는 중공업이나 사무직·공공기관 등을 제외하면 음식·서비스업이나 비정형 노동자에게는 초기업교섭을 말하기 민망한 상황이다. 사용자가 교섭에 나서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교섭의 주체인 노조도 꾸리기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중공업이나 사무직도 사용자쪽의 반감이 크다. 한국경총 관계자는 “산별교섭을 실시해도 이후 기업별 보충교섭을 다시 해 이중의 교섭을 해야 해 부담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단체교섭이 주로 임금성 합의에 치중하기 때문에 아예 산별 같은 초기업교섭 단위에서는 임금인상률을 논하지 말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노조쪽도 개별교섭에서 초기업교섭 합의 수준 이상으로 임금을 올리려 시도하기도 한다. 여력이 있는 기업의 노조는 개별교섭을 하면 더 올릴 수 있는데 초기업교섭에서는 요구 수준 자체가 낮기 때문에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초기업교섭에서 임금인상 등을 합의해도 교섭단위 내 기업 간 격차로 노동환경 개선에 제동이 걸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영국 노동당 정부는 업종별 단체교섭 구조 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과거 대처 정부 집권 이전 활발히 활동했던 임금위원회를 차용한 시도다. 영국 임금위원회는 노사 당사자조직을 꾸리기 어려운 산업을 대상으로 구성돼 △다양한 직급과 직업에 대한 표준 시간당 임금 △통근·대기시간·초과시간·야간근로에 대한 각기 다른 임금 △근로시간 △휴일 및 휴일급여 △주택공제 △기타 기본사항을 다뤘다. 이 위원회에는 동수의 노사 대표와 독립위원 3명이 참여해 사실상의 교섭을 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위원회와 유사하다.

정부가 교섭단위 구성과 교섭 집행을 지원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마침 우리 노조법(30조3항)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기업·산업·지역별 교섭 등 다양한 교섭방식을 노동관계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에 따른 단체교섭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2021년 1월15일 시행해 오래되지 않은 조항인데도 벌써부터 사문화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사업장 단위 교섭창구 단일화를 아예 없애거나, 초기업노조를 창구단일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제도개선도 중요하지만 현재 있는 조항을 보완해 적극 활용할 필요도 있다.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부의 재분배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복지기금 등을 지원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초기업교섭 단위를 구성하고 교섭단위 내의 노동환경을 공통으로 개선하는 합의를 했을 때 복지기금 조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낯선 방식도 아니다. 이미 정부는 2022년부터 기후위기나 디지털 전환에 따른 기업변동시 노동전환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한 기업에 노동전환고용안정협약지원금 사업을 편 바 있다.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상생협약도 방향성은 유사하다. 2023년 3월 출범한 조선업 상생패키지 지원사업과 현대자동차·기아 원하청 상생협약 같은 상생협약 방식의 지원이 모두 업종별 복지기금 조성을 유도하고 정부가 일정하게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빠진 것은 노조의 참여다. 윤석열 정부의 상생협약은 노조의 참여만 쏙 뺀 채 초기업단위의 공동대응을 주문하고 있는 내용이다. 조선업과 자동차상생협약 모두 표면적인 목적은 하청노동자 보호와 노동환경 개선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원청이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현실을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정희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정부도 코로나19 고용위기 극복에 노사가 협력하면 고용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노사가 협약으로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지원한 방식의 경험이 있다”며 “교섭을 한 것은 아니어서 차이는 있으나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초기업단위 교섭에 이점을 주는 방식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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