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4-29 08:10
아파도 일한 ‘항공사 객실승무원’ 노동자 평균 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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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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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강도 농업 이주노동자·집배원 수준 … “불규칙 근무로 건강 악화, 인력부족해 휴가 못 써”
항공사 객실승무원이 아픈데도 일한 경험이 임금노동자 평균보다 5배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비스 노동자와 비교해도 4배 많은 수준이다. 불규칙한 근무로 건강이 악화하는데 인력부족으로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신건강 문제’ 전체 노동자 평균보다 10배 많아
공공운수노조는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항공승무 노동자 노동실태 국회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연희·한준호·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종오·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함께 주최했다.
조사 결과 객실승무원 중 62.1%가 아파도 일한 것을 뜻하는 ‘프리젠티즘’을 지난 1년동안 경험한 적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2년 발표된 6차 근로환경조사에서 임금근로자 평균인 12.8%보다 5배 많았고, 같은 조사에서 서비스직 노동자 14.9%보다는 4배 많다.
노동강도는 우리나라 노동자 중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6~20점 사이로 표시되는 보그지수로 14.1이라는 결과값이 도출됐는데, 2021년 14.4점을 보인 캄보디아 이주농업 노동자와 비슷한 수치였다. 2018년 집배노동자(14.0), 2021년 LG전자제품 관리노동자(13.9), 2020년 건설노동자(12.4)가 객실승무원의 뒤를 이었다. 신체적 폭력 경험은 10.2%로 7차 근로환경조사에서 임금근로자 평균이었던 0.2%보다 50배 높았다. 근골격계질환은 근로자 평균보다 최소 1.5배에서 2배 많았고, 우울감·불안감 등 정신건강 문제는 근로자 평균대비 7배·10배 높은 수치를 보였다.
조사를 맡은 김형렬 가톨릭대 교수(직업환경의학)는 “항공사 객실승무원들의 노동강도와 건강 문제에서 불규칙성이 도드라졌다”고 지적했다. 응답자의 근무일정은 한 달에 평균 2회 이상 변했고, 월 평균 4회 이상 바뀐 이도 19.3%나 됐다. 김 교수 연구팀은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대한항공(179명)·아시아나항공(359명) 객실승무원 538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김 교수는 “같은 노동시간에도 노동이 불규칙하면 심혈관계·정신건강·근골격계 질환이 악화된다. 노동시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노동의 불규칙성”이라며 “객실승무원의 불규칙함은 극단적인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교수는 “비행시간을 줄이고 노동시간 불규칙성을 완화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폭력과 감정노동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조규준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객실승무원에게는 법적으로 생리휴가·가족돌봄휴가가 보장되지만 인력부족으로 실제 사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며 “법에 명시된 휴일도 보장받지 못했고, 법적으로 허용된 최대 근무시간인 월 120시간에 근접하거나 초과하는 경우도 흔했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포함 객실승무원 538명과 기타 항공사 7명을 상대로 면접·설문조사했다.
“민간항공사 60년 사상 첫 실태조사, 관심 필요”
현장의 노동자들은 강력한 법과 제도로 승무원 노동시간을 규제하고 승무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진 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노동안건보건부장은 “충분한 회복시간 없는 장거리 비행과 장기적인 수면 부족, 기내 방사선, 수시로 바뀌는 업무일정과 시차로 인한 생체리듬의 파괴로 승무원은 만성 피로와 면역력 저하에 시달린다”며 “암에 걸려도 퇴사하느라 기록조차 되지 않는 죽음이 승무원의 실태”라고 꼬집었다. 이 부장은 “승무원의 노동실태와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와 법 개정을 더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며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않는 항공사에 대한 감독과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권수정 노조 아시아나항공노조 위원장은 “민간항공사가 생긴 지 60년이 지났지만 이런 실태조사가 처음”이라며 “승무원 노동을 갉아먹으며 성장한 항공사를 바꾸기 위한 첫 장이라고 생각하겠다. 이제서야 드러난 현실에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항공운수업이 근로기준법상 특례업종으로 분류돼 근로시간·휴게시간의 규율을 제대로 받지 않는 근본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오성 연세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항공객실승무원 근로시간을 적절하게 규율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기준법과 기타 노동법을 통한 규율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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