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6-23 09:52
“아리셀 진상규명 투쟁,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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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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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피해자 배우자 최선호씨 편지 … 참사 1주기 사흘 앞두고 추모대회 열려
“당신이 떠난 이후 단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었어. 너무 고통스러웠어. 말로만 듣던 박순관 집에도 가고 에스코넥도 갔었어. 에스코넥 앞에서는 몇 달 동안 천막농성도 했어. 만약 당신이 내 옆에 있었다면 무슨 말을 했을지 다 알아. 현주야 이제 됐어, 그만해. 그렇게 말했겠지. 당신은 내가 힘들어하는 걸 못 견뎌 하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난 그럴 수 없어. 당신이 평소에 나에게 지적했던 욱하는 성질 때문도 아니고 아리셀로부터 돈을 더 뜯어내기 위해서도 아니야.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야.
사랑하는 내 짝꿍. 당신이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마지막 인사라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2000년 29살 처음 만나던 날 숫기 없이 쭈뼛거리며 인사하던 당신, 민정이를 낳았을 때 눈물을 흘리며 만세를 부르던 당신, 화를 내는 나를 달래주던 당신, 회사생활 너무 힘들다며 눈물을 글썽였던 당신, 당신 모습은 다 내 머릿속에 있어. 어렵지만 나 잘 견뎌볼게.”
최현주씨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계단 광장에서 참사로 사망한 남편 고 김병철(아리셀 연구소장)씨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는 아리셀 참사 1주기를 사흘 앞두고 추모대회를 열었다. 최씨의 편지글을 들은 참가자들은 모두 눈을 훔쳤다. 금세 훌쩍거림이 번졌다.
한국사회 민낯 드러낸 아리셀 참사
이날 추모대회는 불교와 개신교·천주교 추도제로 시작해 희생자 23명에 대한 헌화 등이 이어졌다. 유가족을 시작으로 100여명의 노동자·시민이 희생자의 명복을 빌면서 헌화했다. 헌화를 마친 유가족은 자리에 앉아 연신 눈물을 훔쳤다.
참사 직후부터 유가족과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양한웅 아리셀 대책위 공동대표는 “아리셀 참사는 한국의 비정규직·하청 문제와 불법파견, 이주노동자 차별, 안전교육 없는 현장 등의 문제였다”며 “아리셀 대책위가 열심히 싸웠지만 여전히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컨테이너박스와 길거리에서, 건설현장에서 사망하고 있고 내국인 하청노동자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김영훈 공공운수노조 한전KPS지회장은 책임자 엄벌을 강조했다. 김 지회장은 “아리셀 화재로 노동자 23명이 사망한 것과 최근 태안화력발전소 김충현 노동자 사망은 결코 별개의 사건이 아니다”며 “반복된 죽음은 사고가 아니라 범죄이며, 처벌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유가족의 슬픔을 달랬다. 김 이사장은 “죽은 자식을 놓고 돈과 저울질하고 싶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며 “그저 돌이킬 수 없는 어이없는 죽음 앞에 분노하는 유가족은 이렇게 해서라도 기업 이윤보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더 중시하는 사회가 돼 다른 사람이 자신처럼 영혼을 압도당하는 아픔을 겪지 않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유가족 당사자는 무엇으로도 죽음의 충격을 헤어나오기 어렵겠지만 싸우는 투쟁에서 조금이나마 트라우마를 치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대한민국은 이틀에 한명꼴로 일터에서 노동자가 사망하고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산재사망 1위의 부끄러운 노동후진국”이라며 “아리셀 참사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엄중히 집행되도록 정부가 나서고, 민주노총이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하며 앞장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최악의 중대재해 참사에도 경영진은 “무죄” 주장
아리셀 참사는 지난해 6월24일 화성 리튬전지 제조기업인 아리셀에서 발열전지 폭발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23명이 사망한 최악의 중대재해 참사다. 이 가운데 18명이 이주노동자로 열악한 이주노동 현실이 조명됐다. 이들은 제조업에 파견을 금지하는 파견법을 어긴 불법파견이라 근로계약서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안전교육조차 받지 않아 화재 당시 대피로를 찾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 게다가 비상구도 법률을 어겨 잠겨있거나 비상구문을 적재물이 가로막고 있는 등 총체적인 안전부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아리셀은 군납비리를 저질렀다가 적발되자 생산량을 무리하게 맞추기 위해 발열전지 선별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작업을 진행했고 참사 이전에도 폭발사고를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아리셀은 모기업인 에스코넥에 종속적인 지위를 갖고 있고,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모기업인 에스코넥 대표도 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박순관 아리셀 전 대표는 본인은 모기업인 에스코넥의 대표로 아리셀 경영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며 모든 책임을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본부장에게 떠넘기고 무죄를 주장했다. 구속 직전 아리셀 대표직도 사임했다. 현재 1심 재판 중이지만 재판이 장기화하면서 이미 보석으로 출소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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