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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5-15 08:21
[국제노동] ‘다시 스타벅스’가 가능하려면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72  
억만장자이자 스타벅스 창업주인 하워드 슐츠는 어릴 때 뉴욕 브루클린의 공공주택에서 어렵게 살았다. 그의 부모님은 모두 고교 중퇴자였고 육체노동을 하면서 매달 월세를 내느라 허덕이며 살았다. 어느 날 슐츠가 학교에 갔다가 집에 와 보니, 일터에서 다친 아버지가 엉덩이부터 발목까지 깁스한 채로 소파에 누워 있었다. 아버지의 직업은 트럭 운전기사. 아버지는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고, 퇴직금이나 건강보험도 일체 없었다. 그때부터 슐츠는 부모님이 절망 속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나중에 슐츠는 “우리 아버지가 한 번도 취직하지 못했던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노동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회사가 그런 회사라고 했다. 슐츠는 직원들을 ‘파트너’라 불렀고, 자기 아버지의 경험을 생각하며 스타벅스 전 직원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주기로 했다. 특히 파트타임 직원에게도 건강보험을 제공하면서 회사 이미지가 좋아졌다. 2014년에는 애리조나 주립대학 진학을 원하는 직원에게 학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노동자의 자주적 권리라는 측면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스타벅스는 1971년 시애틀에 첫 매장을 열었을 때부터 50년 가까이 ‘무노조 경영’ 원칙을 유지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자 미국 스타벅스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2021년 뉴욕주 버팔로 매장의 바리스타들이 처음으로 투표를 통해 노조를 결성하기로 했다. 그 이후로 500개 넘는 매장에서 노조가 설립됐으며, 1만1천명이 넘는 노동자가 스타벅스노동자연합(Starbucks Workers United)에 가입했다.

무노조 원칙이 깨진 데 대한 충격이었을까. 스타벅스 사족은 처음부터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매장별로 바리스타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등 노조 결성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치사한 수법도 썼다. 노조 결성 직후인 2022년, 임금인상과 직원 교육 확대 등을 발표하면서 노조 결성에 찬성 투표한 50개 매장은 아예 제외시켰다. 노조가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에 복리후생 차이를 둬 직원들의 노조가입을 막겠다는 전략이었다.

2022년 4월에는 캘리포니아주의 사내 행사에서 어느 바리스타가 사측이 노조 조직화를 방해하지 말 것과 교섭에 나올 것을 슐츠에게 요구했다. 그러자 슐츠는 그 바리스타에게 “스타벅스에서 만족하지 못한다면 다른 회사에 가서 일하라”고 대답했다. 미국 노동관계위원회(NLRB)는 이 발언이 불법적·강압적 위협으로서 노동법 위반이라고 판정했다. 그 밖에도 NLRB는 스타벅스 사족이 80건 이상의 부당노동행위에 가담했고 130차례 노동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스타벅스는 노조 조합원들을 부당하게 해고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해 스타벅스는 노조와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 가까이 시간만 끌고 있다. 매장에 직원이 심각하게 부족해서 격무에 시달리는데 임금도 정체돼 있다. 그래서 얼마 전 스타벅스 주주총회를 앞두고 노동자들은 ‘공정한 단체협약’과 ‘노조탄압 중단’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한편 실적이 저조해진 스타벅스는 외식업계에서 ‘죽은 브랜드도 살려 낸다’는 명성을 가진 브라이언 니콜을 CEO로 영입했다. 회사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신임 CEO가 내세운 구호는 ‘다시 스타벅스’다. 고객의 신뢰와 브랜드의 진정성을 되찾겠다고 한다. 복잡한 메뉴와 주문 방법을 단순화해서 고객에게 음료를 내놓는 시간을 단축하고, 바리스타들이 컵에 손글씨를 써 주던 문화를 되살리고, 화장실은 외부에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

브라이언 니콜이 이야기하는 방법으로 다시 매출이 올라가고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 수 있을까. 과거의 스타벅스는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한편 노동자에게도 일정한 투자를 했다. 지금의 스타벅스 노동자들은 근무여건이 불만족스럽다고 외치고 있다. 행복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고객의 커피컵에 손글씨를 쓰라고 하는 것은 단기적 이윤 창출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스타벅스의 가치와 문화를 만들어가는 길은 아니다.

브랜드 이미지에는 당연히 노사관계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스타벅스에서 노조활동과 관련해서 부당하게 해고당한 노동자들부터 복직시켜야 하지 않을까. 신임 CEO가 매장을 돌면서 바리스타들의 고충을 듣고, 노조와 진지하게 협상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미국 스타벅스를 보며 이런 생각들을 해 봤지만,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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