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심판·조기대선 맞물려 진통 전망 … 비임금 노동자 적용 등 전면 제도개편 필요성도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절차가 31일 시작된다. 12·3 비상계엄 이후 이어진 탄핵정국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해 올해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노사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3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김문수 노동부 장관은 31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최저임금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노동부 장관은 매년 3월31일까지 최저임금위에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안을 의결하고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최저임금위는 노·사·공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는데 대부분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근로자위원 중 2명이 교체될 예정이다.
1차 회의 이르면 4월 넷째주
조기대선 국면서 표류할 가능성도
1차 전원회의는 이르면 4월 넷째주에 열릴 예정이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 본격적인 대선국면으로 접어드는 만큼 전원회의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2017년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3월10일) 이후 4월6일 열린 최저임금위 1차 회의는 노동계 불참으로 파행된 바 있다. 대선(5월9일)이 마무리된 뒤 3차 회의(6월15일)부터 노동계가 복귀해 심의가 본격화됐지만, 결국 법정 기한을 넘겨 2018년 최저임금은 2017년 7월15일 결정됐다.
올해에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와 조기대선 실시 여부 등과 맞물려 있는 탓에 회의 진행부터 난항을 겪을 수 있다. 현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은 상임위원을 제외한 8명이 지난해 5월 위촉됐다. 임기가 27년 5월까지여서 현 정권에서 임명한 공익위원이라는 점이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특히 노동계는 임명 당시부터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을 맡아 ‘주 69시간’ 논란을 일으킨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힌 바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 속 협상 난항 예상
노사공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결정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쟁점은 인상률과 최저임금 대상 확대 적용, 차등적용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 각종 경제·고용 지표가 악화한 만큼 최저임금 인상률을 두고 노사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2017년 대선후보 대부분이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했던 것과 달리 조기대선이 열리더라도 최저임금 인상이 큰 쟁점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세 리스크’와 내란사태·탄핵정국 속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경제성장 전망치는 암울하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다수 국제기구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사용자위원은 경제 상황을 감안해 동결을 주장할 것으로 보이고, 노동자위원은 윤 정부에서 물가인상률보다 낮은 최저임금 결정으로 인해 노동시장 양극화가 더 심화했다는 점을 근거로 두자릿수 인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지난해 노동자위원은 최초 제시안으로 27.8% 인상안을, 사용자위원은 동결을 제시했다.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 구간을 제시하기 전까지 노사는 4차 수정안으로 노동자위원은 9.9%, 사용자위원은 0.8% 인상을 내놓았다. 공익위원 심의촉진구간 제시(1.4%~4.4%) 이후 올해 최저임금은 1.7% 오른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정부 주도 최저임금 제도개편 ‘글쎄’
노사 간 줄다리기 끝에 공익위원이 결국 캐스팅보트를 쥐는 결정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전·현직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출신으로 구성된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를 발족해 개선방향을 모색해 왔다. 지난달 노·사·전문가 간담회에서 밝힌 안은 최저임금위를 노사가 직접 참여하는 대신 노사정이 추천하는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하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사간담회 이후에도 현장이나 전문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왔다”며 “연구회에서 논의를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탄핵정국에서 연구회가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단순히 결정구조만 손볼 게 아니라 전면적인 제도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기준 올해 임금근로자수는 1천704만4천명, 최저임금 영향 근로자수는 47만9천명으로 최저임금 영향률이 2.8%로 역대 최저치다. 이를 두고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 비임금 노동자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위원회 기능으로 제도 발전을 위한 연구 및 건의가 명시돼 있다”며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같은 비임금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위한 제도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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